고사기
2526호 | 2015년 4월 6일 발행
분명히 일본 최고의 서사문학, ≪古事記≫
강용자가 옮긴 오노 야스마로(太安萬侶)의 ≪고사기(古事記)≫
일본인의 상상력
712년에 완성된 이 책에는 고대 일본의 세계관과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의 땅과 흙, 태양과 달, 바람과 불이 언제 어떤 연유로 태어났는지를 들을 수 있다.
해는 왼쪽, 달은 오른쪽에 있다고 한다.
이자나기가 여동생 이자나미에게 말했다.
“이자나미여, 그대의 몸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내 몸에는 부족한 곳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가. 내게는 남는 것이 하나 있다. 나의 남은 부분으로 그대의 부족한 곳을 막아 국토를 만들까 생각하는데, 어떤가?”
“좋아요.”
“그러면 이 하늘 위를 돌아 아이를 낳자. 그대는 오른쪽으로 돌고, 나는 왼쪽으로 돌자.”
≪고사기≫, 오노 야스마로 지음, 강용자 옮김, 13~14쪽
창조신화인가?
일본의 건국신화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태초의 혼돈에서 음양이 갈라지면서 나왔다.
그들이 일본을 만드는가?
그렇다. 자식을 낳는다. 처음 낳은 아이는 수족이 없는 히루코(水蛭子), 즉 거머리였다. 다음으로 아와섬(淡島)을 낳았는데, 역시 아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왜 무산되었는가?
그들도 궁금해 천신에게 물어보았다. “여성이 먼저 말을 건 것이 좋지 않았다”는 답을 받았다.
이자나미가 먼저 말을 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들이 하늘 위를 돌아 만났을 때 이자나미가 먼저 “당신은 정녕 멋진 남성이군요”라고 말을 걸었다. 이에 이자나기도 “그대는 정녕 사랑스러운 여인이군”이라고 대답한 뒤에 결합했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는가?
이자나기가 먼저 말을 걸고 이자나미가 대답한 뒤에 다시 결합했다. 이로부터 아와지섬(淡路島)과 시코쿠(四國)를 시작으로 일본의 각 지역에 해당하는 여러 섬을 낳았다.
섬만으로 일본이 태어날 수 있는가?
섬을 낳은 뒤에는 흙신 이와쓰치비코신(石土毘古神), 모래신 이와스히메신(石巢比賣神)을 비롯한 만물의 신들을 낳았다. 이자나미가 죽을 때까지 열네 섬과 서른다섯 신을 낳았다.
신도 죽는가?
불의 신을 낳다가 음부가 타서 병을 얻어 죽었다. 황천국으로 갔다.
이별인가?
이자나기는 이자나미가 보고 싶어 황천국으로 갔다. 나라를 만드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돌아가자고 이자나미를 설득했다. 이자나미는 황천국을 지배하는 요모쓰신(黃泉神)과 상의하러 가겠다고 했다. 단, 그동안 자기 모습을 보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이자나기는 참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모습을 엿보았다. 그러자 입에는 구더기가 있고 온몸에는 뇌신(雷神)이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깜짝 놀라 도망친다.
어디로 도망친단 말인가?
더러운 곳에 갔다 왔다면서 몸을 씻기 위해 물가로 간다. 왼쪽 눈을 씻을 때 태양신 아마테라스가, 오른쪽 눈을 씻을 때 달신 쓰쿠요미가, 코를 씻을 때 폭풍신 스사노오가 태어났다. 그들에게 각각 천계, 밤의 나라, 바다를 다스리라고 명했다.
일본의 실제 역사는 어떻게 시작하나?
아마테라스의 5세손인 가무야마토이와레비코노미코토(神倭伊波禮毘古命)가 현실 세계인 나카쓰국을 평정하고 다스렸다. 사후 진무천황(神武天皇)이라는 시호를 받아 초대 천황이 되었다.
≪고사기≫는 일본의 신화를 기록한 책인가?
신화만 쓴 것은 아니다. 상권은 황실 선조 신의 계보를 서술했지만 중권과 하권은 진무천황부터 33대 스이코천황까지의 계보와 이야기를 담았다.
어떻게 이런 책이 만들어졌는가?
40대 덴무천황이 당시 여러 씨족들에게 전해지는 역사가 정확하지 않고 거짓이 더해지고 있다며 탄식한다. 천황 중심 국가의 정치적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 여러 이야기 가운데 정설을 골라 정리하라고 명한다.
이 작업을 오노 야스마로가 실행한 것인가?
천황의 측근에서 봉사하는 도네리(舍人) 히에다노아레가 기억력이 좋았다. 그가 암송한 것을 오노 야스마로가 받아 적고 주를 달았다. 3권으로 기록하고 712년 1월에 43대 천황인 겐메이천황에게 헌상했다.
믿을 만한가?
신화와 전설을 많이 포함했기 때문에 극히 허구적이다. 그래서 이를 보강하기 위해서 역사적 사실을 덧붙여 편찬한 책이 ≪일본서기≫다.
우리는 이 책에서 무엇을 보게 되는가?
건국신화와 전설을 통해 고대 일본인의 상상력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최고의 서사시적 문학이다. 더불어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도 알 수 있다. 위서라는 주장도 있지만, 결정적인 근거는 없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용자다. 창원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