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성의 변증법: 인간과 세계의 문제에 대한 연구
박정호가 옮긴 카렐 코지크(Karel Kosík)의 ≪ 구체성의 변증법: 인간과 세계의 문제에 대한 연구(Die Dialektik des Konkreten: eine Studie zur Problematik des Menschen und der Welt)≫
인간, 그리고 세계의 방법론
사물과 사실, 실재와 관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는가?
있다.
그러나 직관이나 계산으로는 불가능하다.
오로지 철학과 과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만 가능하다.
“변증법은 ‘사상 자체’를 추구한다. 그러나 사상 자체는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사상 자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노력뿐만이 아니라 우회하는 것도 필요하다. 따라서 변증법적 사유는 사상에 대한 표상과 개념을 구별한다.”
≪구체성의 변증법≫, 카렐 코지크 지음, 박정호 옮김, 3쪽
*사상: 事象, Sache, thing
표상이란?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직관적 의식 내용, 혹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흔히 갖게 되는 생각이나 의견을 뜻한다.
개념이란?
어떤 것의 구조를 인식하는 것이다.
인식이란?
사상의 구조를 지적으로 재생산하기 위해, 즉 사상을 파악하기 위해 하나를 둘로 나누는 방법을 의미한다. 바로 변증법 자체다.
둘로 나눈다면 무엇과 무엇으로 나누는가?
본질과 현상이다. 본질과 주변을 나누고 그것들의 내적 연관과 사상의 특수한 성격을 드러낸다.
본질과 현상은 어떤 관계인가?
본질은 현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현상은 본질을 드러내기도 하고 은폐하기도 한다.
본질과 현상은 별개의 존재인가?
근본적으로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 자체로 자율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면 현상과 본질은 아무런 내적 관련을 갖지 않게 되고, 현상은 본질을 은폐할 수도 드러낼 수도 없다.
인간은 왜 사상을 파악하려고 하는가?
드러내야 할 진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러내야 할 진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인간이 사상의 구조를 탐구할 수 있고 사상 자체를 알고 싶다면, 직접 스스로를 드러내는 현상과는 다른, 사상의 어떤 감추어진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진리와 현상의 관계는?
현상을 파악하는 것은 본질에 들어가는 통로를 여는 것이다. 현상이 없다면, 즉 드러내고 보여 주는 활동이 없다면 본질 그 자체에는 접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본질이 현상보다 실재에 더 가까운가?
실재는 현상과 본질의 통일이다. 만약 둘 중에서 어느 한쪽만을 ‘진짜’ 실재라고 간주한다면, 그것이 본질이건 현상이건 비실재적이다.
인용에서 말하는 ‘우회’란 무슨 뜻인가?
본질은 우리에게 직접 주어지지 않는다. 고달픈 여정이지만, 우회로만이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게 해서 찾으려는, 곧 변증법이 추구하는 ‘사상 자체’란 뭘 말하는 것인가?
그 물음은 이 책의 주제다. 그러나 사상 자체는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도 없고 관조나 단순한 반성으로도 파악할 수 없으며 오로지 일정한 활동을 통해서만 파악 가능하다.
*사상자체: 事象自體, Sache selbst, thing itself
어떤 활동인가?
과학과 철학이다. 만약 사물의 현상 형태와 본질이 동일한 것이라면 과학과 철학 모두가 불필요할 것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사상 자체를 포착하고 사상의 구조를 드러내며 사물들의 존재를 밝히는 것을 지향하는 체계적이고 비판적인 노력이다. 인간의 불가결한 활동이다.
왜 불가결한가?
인간과, 우주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알고자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에 의해 역사 속에서 밝혀지는 세계의 총체성과 그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이것 없이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겠는가?
1980년대에 나왔던 책이 어떻게 지금 다시 출현하게 되었나?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을 위한 방법론과 현실 파악 논리로서 변증법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그때 번역해서 거름출판사에서 출간했다. 당시에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다. 그러고는 사라졌는데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재출간 의사를 밝혔다. 내용을 다시 검토했고 이제 새로 빛을 보게 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정호다. 인제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