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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독립 만세 / 김명순 단편집 초판본

김명순 단편집 초판본

z20130313-1

독립 만세 3. 김명순의 <나는 사랑한다>

사랑하여라, 또 사랑하여라
신여성 작가 김명순은 그렇게 쓰고 또 썼다. “애정 없는 부부 생활은 매음”이라며 자유연애를 주창했고, 동료 문인에게 “불순 부정한 혈액을 지닌 히스테리”로 매도당했다. 그래서였을까? 소설 속 여주인공은 책장마다 이렇게 적는다. “너희들 엇더케 곤난하더라도 희망하여라.” 1920년대, 무언가를 희망하기 곤란하던 시절, 연애지상주의야말로 그녀가 흔들 수 있는 유일한 깃발이었을지 모른다.

“앗차 저 색시다! 내가 칠 년 전에 남대문 역에서 보앗던 그이다!” 하고 영옥이와 순희가 사람 몰내 의론하고 잇던 곳을 처드러온 괴한 이 명이 잇섯다.
“영옥이는 어데 갓슴니?” 하고 한 명이 말하엿다.
순희는 무엇을 결심한 듯이 올매즌 적은 얼굴을 맑앗케 하여 가지고
“서 선생 미안함니다만은 이후로는 다시 영옥이를 찻지 마십시요. 그는 영원히 선생님의 겻흘 나버리엿슴니다. 부대 저 하날 나는 적은 새에게 자유를 주는 자연의 마음과 가치 영옥에게도 자유스럽게 하여 주십시요. 그는 한 가난한 녀자로써 얼어죽는 것을 데 죽는 것보담 무섭게 알엇든 녀자임니다. 그는 불행한 경우에 선생님의 열정에 속앗든 것임니다. 아니 그이의 마음속 밋헤 잇든 동경조차 일시 그를 이젓든 것임니다. 그러나 인류의 영원을 계통해 온 우리의 리상이 을을 하게 이어오는 것가치 외부의 사정으로 실현 못 되든 일들도 내부의 반항으로 불순한 연결은 어버리고 다시 순화(純化)되여서 목뎍디를 향하야 싸와 나가라고 수단을 다하여 봄니다” 하엿다.
이 광경을 본 풍채 조흔 청년은 좌우 손을 맛잡고 깃붐과 두려움이 서로 어우러지는 듯이 손을 비비엿다. 영옥이는 돌아와서 숙인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잇섯다. 서병호는 노긔등등하여서
“무어요. 영옥이가 나를 버리고 가겟슴니. 밋고 갈 데가 업서서 내게로 왓든 영옥이가 병으로 나를 실혀하면 햇지 당신이어낸 것이구려” 하고 순희에게 도전하엿다.
“이것 보십시요” 하고 순희는 음성을 놉히면서 “사람은 언제든지 자긔를 밋고 사는 것임니다. 외롭고 갈 데 업는 사람일수록 자유를 구하는 마음은 더욱 커지는 것임니다. 내가 여냇다는 그런 말삼을 하시는 당신은 적어도 영옥이와 나와의 두 사람의 인격 외에 세긔와 시대도 자긔도 모욕하신 것입니다” 하고 더 갓케 되엿다. 서 씨는 도전하듯이 “아니오” 하고 부르르 다가
“녀자된 버릇이 남자 압에서 어려운 문구를 느러놋는다고 장한 것이 아니요. 어서 내 안해를 차자내시오. 설마 저긔 돌아섯는 저 거지 게집이 서영옥이는 아니지오” 하엿다.
순희는 부르쥐엇든 적은 주먹을 더히 쥐고 다시 리는 입살을 열어
“여긔 섯는 처녀는 박영옥이라는 저− 칠 년 전에 남대문 역에서 만주를 팔다가 외국 가던 학생에게 구원을 밧은 거지 게집애임니다. 서(徐) 무엇이라는지 독한 청혼에 속아서 몸을 팔고 그 종이 된 이는 결코 아니지요” 하고 순희는 번개가치 그 몸을 움즉이며 영옥을 돌려세우며
“자− 저긔는 칠 년 전에 너와 맛난던 어른이 게시다. 너는 지금 저 어른에게 네 생사를 무러라” 하엿다. 청년은 용맹스럽게
“얼마나 오래 고생하섯슴닛가. 저는 공부하는 것만 목뎍이 아니엿것마는 약한 종족의 하나이엿스닛가 공부할 책임도 커서 귀국하기지 지체되엿슴니다.
저는 그에 불란서에서 조선서 오는 ××일보를 보고 당신이 박영옥이라는 재원인 줄을 알엇지요. 실례되지만은 당신은 내게 여내지 못할 무엇을 주시엿슴니다. 그러나 나는 수학하는 신세인 고로  당신의 처디를 분명히 몰낫섯슴으로 이런 난경에 서게 되엿슴니다. 영옥 씨 아니 가장 아름다운 이! 붕상한 당신을 나는 사랑함니다. 그럼으로 나는 어제밤과 오늘 아츰에 당신을 괴롭힌 것임니다. 자− 지금은 그 소올을 버스시요” 하엿다. 영옥은 도라서서 소올을 벗고 최 씨에게 정면하고 섯섯다. 그 얼골은 깃분 설음에 질니여 잇다.
“이 음란한 것들 나가거라!” 하고 청년의 태도를 이상하게 보던 서병호 씨는 광인가치 소리첫다.
“여긔는 최종일의 집은 안입니다. 여긔 모힌 사람들 중에는 당신밧게 이 집을 속히 나가야 할 사람은 업슴니다” 하고 우스면서 “저 일흠도 모르던 처녀는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가장 아름다운 말삼들을 다 드려야 할 내 영원한 동경임니다. 자 왕녀 가튼 처녀가 아님니가. 저이더러 누가 정조 일흔 처녀라 하겟슴니가. 더군다나 저이의 팔 개월 간 사람을 금전으로 사는 줄 아는 누구와의 부부생활이 더 저이를 하게 하엿슬 것임니다. 그것은 디옥에진 자들에게 하날 놉히가 뵈여지듯이 일코 우는 어린 녀자에게는 직히고 깃버하는 일이 한 부러웟슬 것입니다” 하고 최종일 씨가 말을 맛츨 지난날의 흰 목단 가탯슬 영옥의 얼골이 여디업시 수척하야 혹보석 가튼 눈을 달고 사랑 초초한 처녀의 얼골이 분명하엿다. 그 이튼날 눈이 점점 흐리여 고만 거운 눈물을 흘리엿다.
서병호 씨는 밋기를 일흔 동물가치 중얼거리며 욕심에 흐린 눈으로 영옥을 보고
“흥 너도 스물다섯이나 되여서 말나진 하고” 하엿다. 영옥은 입을 비죽비죽하면서
“나는 당신을 불상히 녁이여서 사람 하나 살니는 줄 알고 당신을 부조하엿든 것임니다. 저 최종일 씨가 내가 가리킨 정온(溫情)이엿슴니다” 하고 비로소 말하엿다. 한참 가만 잇든 순희는 서 씨를 보고 비웃는 듯이
“흥 사람은 생명 잇는 유긔톄(有機體)라나” 하엿다.
그들은 서로 생명을 걸고 오래 싸왓섯다. 서 씨는 실패할 수밧게 업섯다.
이날 저녁에 동숭동 최종일의 산뎐에는 큰불이 이러낫다. 조흔 집이 탄다고 사람들은 서러하엿다. 그러나 그 불덤이 속에 소래 들리여 이르되 “사랑하는 이여 아름다운 말 전부는 너의 일홈이다” 하고
“나는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하더라.

<나는 사랑한다>, <<김명순 단편집>>, 송명희 해설, 162~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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