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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이 동화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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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이가 짓고 차성연이 해설한 ≪김향이 동화선집≫

아이들은 할머니를 어떻게 이해할까?
시작되지 않은 삶과 남지 않은 삶이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적이다. 그들은 어떻게 현실과 세월과 언어를 뛰어넘을까? 동심과 모성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8, 9월에 하루살이꽃이 피는디. 미영 꽃을 보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 쌌는지 몰러. 어린것 젖 물리고 밭고랑에 앉아서 울기도 많이 울었소. ‘저것이 눈물 꽃이지’ 싶은 게 꼭 내 신세 같더란 말이지. 아, 안 그럴 것이오. 아들 하나 달랑 씨 받아 갖고 청상과부 되었으니 얼매나 서러웠것소…. 꽃이 지면은 다래가 맺잖어, 그것을 따 먹고 우물우물 함시로 눈물도 설움도 꿀떡 삼켰소잉. 다래가 익으믄 톡톡 볼거지는디, 이내 한숨을 다 뱉아 놓은 듯이 속이 씨원합디다.”
정월이는 문설주 뒤에 서서, 할머니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이 뿌듯합니다.
정월이가 옆에 서 있는 아버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눈시울이 젖어 있습니다.
“가실에 미영을 따다 말려 갖고 씨아질을 안 허요. 활로 툭툭 타서는 말고, 고치를 물레로 자아서 실톳을 맹근단 말이시. 날틀에 걸어서 실을 고른 댐에 베틀에 올려서 짜제. 하루 30자 짜기가 바쁘당께.”
할머니는 언제 아팠냐는 듯 신바람을 냈습니다.
베틀의 앉을깨에 올라앉은 할머니가 부티를 허리에 찼습니다.
북을 잡은 할머니의 손이 오락가락하면 철커덕 철컥…. 씨실과 날실이 어우러집니다.
할머니 어깨에 절로 가락이 실립니다. 할머니가 신명을 내어 베를 짭니다.

≪김향이 동화선집≫, <베틀 노래 흐르는 방>, 김향이 지음, 차성연 해설, 14∼15쪽

미영, 앉을깨, 부티가 무슨 말인가?
미영은 ‘목화’의 방언이다. ‘앉을깨’는 베틀에서 사람이 앉는 자리, ‘부티’는 베를 짤 때 허리에 두르는 띠다. 모두 길쌈에 쓰는 말이다.

정월이 할머니는 지금 누구에게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하는가?
방송국에서 길쌈 장면을 찍겠다고 왔다. 그들에게 목화가 어떻게 무명이 되는가를 설명하고 베 짜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할머니는 평생 길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아버지의 눈시울이 젖은 이유는 무엇인가?
여생 편히 사시라며 아버지는 할머니의 베틀을 치워 버린다. 할머니는 시름시름 앓는다. 관절염을 앓는 할머니가 베틀에 앉자 잃었던 생기를 되찾는다. 눈물은 잊을 수 없는 과거와 놀라운 현재 사이를 흐른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착인가?
길쌈만이 아니다. 나의 작품 <마음이 담긴 그릇>에는 자기장이의 삶, <소리하는 참새>에는 판소리가 등장한다.

평론가 차성연은 “전통 지향성은… 작가의 미의식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가?
대화를 통한 화해, 소수자에 대한 위로, 대상에 대한 감정 이입은 나의 중요한 주제이자 수사법이다. 이것은 모두 전통 감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당신의 전통 지향성은 타자의 윤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현대 문명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과거의 것들,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것들, 아프고 소외된 것들에 눈을 돌린다. 전통에 대한 애정은 버려진 것에 생명을 불어넣게 된다.

타자의 윤리, 곧 ‘나는 나 아닌 것을 책임져야 할 존재’라는 명제가 가장 잘 묘사된 장면을 꼽을 수 있는가?
<선물>의 한 장면이다. 어여쁜 분홍 리본 신발은 들고양이와 호랑나비와 일개미들과 들쥐에게 먹잇감이나 놀잇감이 되지만 참새에게는 포근한 잠자리가 된다. 신발 주인 사랑이는 “갈대밭에 숨어 있는 신발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지”만 “참새가 놀라서 깰까 봐 살금살금 뒷걸음”친다.

당신에게 할머니는 무엇인가?
평론가 말대로 “마음의 고향”이다. 현실에서 상처 받은 아이들은 할머니의 품에서 위로받는다. 그러고 나서야 현재의 가치를 잃고 사라지는 것들에 애착을 느끼게 된다.

할머니 이야기가 나타나는 다른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
<선물>이나 <할머니 제삿날>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할머니의 집을 찾는 여로의 이야기다. <부처님 일어나세요>는 5·18의 기억으로 힘들어하는 할머니와 소통하는 이야기다.

할머니의 세월을 철모르는 아이들이 어떻게 수용한단 말인가?
차성연의 말을 빌리면 “아이들은 할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그것들을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하며 마침내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로서 소통하기에 이른다.”

아이들이 어떻게 ‘그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가?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다. 할머니는 모성적 존재다. 둘이 만나는데 또 다른 것이 필요하겠는가?

인형 박물관이란 생각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아이들 손에 책을 들려 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인형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 속의 주인공 인형을 만들어 주어 상상력을 자극했던 것처럼, 책 속의 감동적인 장면을 인형으로 연출해서 보여 주자는 생각을 했다. 이때부터 인형을 수집하고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이 작업이 나의 두 번째 꿈이 되었다. ‘동화 나라 인형의 집 박물관’을 짓고 어린이 인성 교육에 여생을 바치기로 작정한 것이다.

인형으로 아들딸의 상상력이 정말 자극되는가?
아이에게 그림책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는 매번 그다음을 물었다. 뒷이야기를 지어 보라고 옛날이야기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어 주었다. 아이는 인형을 가지고 놀며 이야기를 지어냈다. 내가 어려서 인형을 가지고 상상 놀이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얼마나 많은 인형이 집에 있나?
1000여 점 된다. 외국 동화 주인공의 인형은 오랫동안 수집했고, 그 밖의 것은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다. 그중에는 1100년께 페루서 제작된 ‘출산 인형’, 1800년대의 솜 인형 ‘노부부’, 1900년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인형 등 희귀한 것들도 있다. 대부분의 동화 주인공은 인형이 없게 마련이다. 이럴 때에는 집 안에 굴러다니는 물건들을 재활용해 인형을 창작하고, 옷·배경을 꾸며 냈다.

첫 번째 꿈, 작가가 되려던 꿈은 언제 생겼나?
아버지가 열 살 생일에 계몽사 아동문학 전집을 사 주셨다. 그때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아버지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래도록 잊고 지냈다. 책을 즐겨 읽는 우리 아이를 보고 어린 시절 꿈을 떠올렸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싶었다.

동화 작가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은 언제인가?
서른일곱 되던 해 ‘샘터 엄마가 쓴 동화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정채봉 선생님 제자가 되었다. 1991년 <베틀 노래 흐르는 방>으로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으며 열 살에 꾼 꿈을 마흔 살에 이루었다.

아이들은 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처칠은 일찍이 ‘책을 읽는 습관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나 또한 어린 시절 독서로 내 운명을 개척했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할 때 뭐라고 말하는가?
“책은 세상을 여는 문이다.” 강연을 끝내고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 줄 때 쓰는 문장이다. 그들이 자기 세상을 열길 간절히 바란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향이다. 동화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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