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무사
사랑법(法)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 육필시집 봄 무사≫, 10~13쪽
떠나고 싶은 자, 떠나고 싶은 것, 떠나게 하는 게 사랑이다. 그리고는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바라보고 견디며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