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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느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장이 빨리 뜁니다. 근육과 혈관이 수축되면서 체온이 떨어지는데 식은땀까지 증발하면 체온 감소 효과는 더 크죠. 영국 킹스대 연구팀은 공포물의 공포 요인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공포 수치’를 발표했습니다. 공식에 따르면 서스펜스와 사실성, 환경, 피, 진부한 장면 등 다섯 개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공포감을 극대화합니다. 그중에서도 핵심 변수는 서스펜스입니다.

처서를 앞두고 열대야가 한 달째 이어지는 중입니다. 이럴 땐 적절한 공포로 더위를 쫓는 것이 건강에 이롭습니다.

서스펜스 요인 하나, 미지의 인물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장미촌 아파트 204동 505호에는 결혼 9년 만에 집을 장만한 신혼의 부부가, 305호에는 아이를 잃은 아주머니가 삽니다. 맞은편 건물에선 사진작가가 이웃들을 은밀히 촬영하며 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405호에 산다는 여자만이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극은 그녀의 정체를 좇습니다. 귀신일지, 살인마일지 모를 미지의 인물이 등장하면 긴장이 배가됩니다.
박상현 지음

서스펜스 요인 둘, 함정에 빠진 주인공 《해무》
‘전진호’ 선장 강성진은 공미리(학꽁치) 잡이가 시원치 않자 큰돈을 받기로 하고 조선족 밀항을 돕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합니다. 이를 무마하시 위한 선정과 선원들의 인면수심은 공포 자체입니다. 극한 상황에 몰리다 절박감에 미쳐 버린 인간 군상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함정에 빠지면 관객은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 거란 생각에 긴장하게 됩니다.
김민정 지음

서스펜스 요인 셋, 살인마에게 쫓기는 인물 《룰루》
룰루를 만난 남자들은 모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죽습니다. 우연이 반복되면서 룰루의 살해 혐의가 분명해집니다. 그러다 끔찍하게 훼손된 룰루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남자, ‘잭 더 리퍼’였습니다. 등장인물이 살인마나 좀비에게 붙잡힐지 모른다는 상상은 극도의 공포를 유발합니다.
프랑크 베데킨트 지음, 이재진 옮김

서스펜스 요인 넷, 충격적인 장면 《뉴스데스크》
잘살아 보려던 의지와 달리 점차 생활이 어려워져 반지하방에 숨어 살게 된 부부. 박카스를 마시며 생에 의지를 다져 봅니다. 며칠 뒤 뉴스는 이들의 사망 소식을 전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가족의 죽음은 충격 자체입니다. 앞의 서스펜스 요인들 합을 제곱한 뒤 충격적인 장면을 더한 값이 서스펜스 수치입니다. 서스펜스 수치가 ‘공포 수치’를 결정짓습니다.
김묘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