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23년부터 신문에 연재되며 나치의 속성과 위험성을 경고한 요제프 로트의 소설이다. 전후 무력감에 빠져 있던 군인 출신 테오도어가 유대인에 대한 막연한 증오를 키워 가며 나치스 하부 조직에 가담해 밀정 노릇을 한다. 거미줄을 쳐 놓고 먹잇감을 노리는 거미처럼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료까지도 반역자로 몰아 처형시킨다. 뜻대로 승승장구하던 테오도어는 유일하게 믿었던 유대인 렌츠에게 배신당한다.
요제프 로트는 오스트리아계 유대인 작가로 20세기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양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유럽의 정치, 사회, 문화를 작품에 사실적으로 반영했는데, <거미줄>이 그 대표작이다. 나치 전체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역사 출현의 책임을 유대인에게도 묻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200자평
히틀러가 영웅주의를 내세워 소시민 계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다. 돈과 명성을 원했던 테오도어는 극우 단체에 가담해 밀정 노릇을 하며 뜻을 이뤄 나간다. 20세기 독일어 문학을 대표하는 요제프 로트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조합해 독일 사회에 만연한 반유대주의의 실체를 고발했다.
지은이
요제프 로트(Joseph Roth, 1894∼1939)는 1894년 오스트리아ᐨ헝가리 제국에 속했던 갈리치아 지방(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소도시 브로디에서 유대인 나훔 로트의 아들로 태어났다. 렘베르크와 오스트리아의 빈 대학교에서 독일문학과 철학을 수학하고, 1차세계대전 참전 후에는 빈,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소재의 여러 신문사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1933년 히틀러의 권력 장악 이후 프랑스 파리로 망명의 길을 떠난 뒤 알코올중독과 가난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고통에 시달렸으며, 1939년 망명지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으로 ≪거미줄≫(1923), ≪방랑 중의 유대인≫(1927), ≪욥, 어느 소박한 남자의 이야기≫(1930), ≪라데츠키행진곡≫(1932) 등이 있다.
옮긴이
김희근은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 독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독일 뮌스터 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하이네의 역사 사상과 유대교>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독일 문학, 유럽 역사 및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하이네와 메시아주의>, <레싱과 멘델스존의 유대인 문제 해결 모색>, <되블린의 시오니즘 비판과 현대 유대교의 미래>, <독일 전후 문학에 나타난 유대인 이미지>, <시민사회 비판으로서의 문학>, <가해자 시각에서 본 반유대주의> 등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 ≪하이네의 메시아적 전망(Heinrich Heines messianische Verheissung)≫(국외), ≪성과 속≫(공저) 등이 있다.
차례
거미줄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테오도어는 천 개의 귀를 가지고 있었고 천 개의 팔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소년 시절 여름방학에 가지고 놀았던 거미가 생각났다. 당시 그는 매일 거미에게 파리를 잡아 먹이로 주었다. 거미는 허둥대며 가까이 다가오는 동물을 숨죽이고 기다렸다. 그리고 몇 초 동안의 매복 후에 마지막 죽음의 일격을 가했다. 돌진, 도약 그리고 낙하가 한 동작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그는 지금 앉아 있다. 단호하게 뛰어올라 돌진할 태세를 갖추어 놓고. 그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증오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그는 증오의 원인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로 했다. 그들은 사회주의자다. 그들은 애국심이 없으며 배반자다. 이제 그들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 다섯, 여섯, 열 명의 사람에게 가할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다시 사람들 위에 군림할 권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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