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김상범의 변화는 개발이라는 집단적인 열망 속에 빠르게 변화하던 1960년대 시대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는 처음에는 소심하고 어리숙한 젊은이로 등장한다. 하지만 우연히 출세하는 법을 깨달은 뒤로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 된다. 특히 그의 처세술은 양심과 도덕 규범을 쉽게 위반하게 만든다. 결국 김상범은 상대방 약점을 이용해 회사 중역 자리까지 오르지만 내면은 이를 데 없이 공허한 인물로 전락한다. 이근삼 특유의 희극적인 언어를 바탕으로 서사극 요소가 두드러지면서 연극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독백이나 설명 역의 해설을 통해 사건 중간 과정과 인물의 심리를 보조 설명한 것은 전 시대의 리얼리즘 극 형식을 벗어난 새로운 방식이다. 이렇게 <국물 있사옵니다>는 서사극, 소극, 우화극 요소를 두루 활용해 개방적이고 익살스러운 사회 풍자극을 완성한다. 1966년 5월 극단 민중극단이 양광남 연출로 초연했다. 1998년 이근삼희극제에서 정진수 연출로 명보아트홀에서 재공연했다.
200자평
한 청년의 출세기를 통해 배금주의 풍조를 아이러니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국물도 없다’는 표현을 반어적으로 활용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향해 전진하는 인간상을 서사극적 요소로 다룸으로써 풍자 효과를 냈다.
지은이
이근삼은 1929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46년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52년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어 195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원을 졸업한 뒤 1966년 미국 뉴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미국에서 연극을 공부한 경험을 토대로 1960년 ≪사상계≫에 단막극 <원고지>를 발표하며 등단해 리얼리즘 연극이 주를 이루던 당대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중앙대와 서강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1992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1992년 예술원상, 2001년 대산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 별세했다. 대표작으로는 <원고지>, <국물 있사옵니다>, <流浪 劇團>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국물 있사옵니다
<국물 있사옵니다>는
이근삼은
책속으로
상범: 저의 마음은 어지러웠습니다. 아미의 배 안에 새 생명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호텔에 들어가서도 저의 마음은 평정을 되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미가 일어서서 나간다.) 아미의 몸에서 태어날 새 생명! 어떻게 해야 좋을지…. 그 애가 나의 것일 리는 만무합니다. 하여튼 누구의 것이건 법적으로 나의 애가 돼서 태어날 것입니다. 내 것도 아닌 아들이 혹은 딸이 빽 소리를 지르며 떨어질 때 나의 얼굴 표정은 어떠할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마음은 멀리 박 전무의 품으로 달려갈 아미의 얼굴 표정은 어떠할지…. 늑대와 여우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 나는 그 강아지를 늑대라 믿어야 합니다. 나를 꼭 닮은 강아지라고 믿어야 합니다. 진짜 부모인 숫놈의 여우와 암놈의 여우가 멀리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며 냉소를 던지는 동안 우리는 서로 닮았다고 좋아해야 합니다.
서지정보
발행일 2014년 2월 13일 쪽수 128 쪽
판형 128*188mm
, 210*297mm
ISBN(종이책) 9791130410821 04680
10800원
ISBN(큰글씨책) 9791130451695 04680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