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1984년 ≪민중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시를 발표해 온 백무산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를 비롯한 54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백무산
1955/ 경북 영천 출생
1984/ <민중시>지를 통해 작품 활동 시작
1989/ 이산문학상 수상
1997/ 만해문학상 수상
2008/ 아름다운작가상 수상
2009/ 오장환문학상 수상
임화문학예술상 수상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초심≫, ≪길 밖의 길≫, ≪거대한 일상≫
차례
시인의 말 7
초심 8
참회 14
슬프고 놀라운 18
나무의 창 20
그대 가신 나라에서 24
손님 28
동해남부선 32
방생 36
현 위에 얹힌 듯 40
달 44
눈길을 나서면 46
운문 지나는 길 50
길 밖의 길 54
역의 속도 58
회향 62
운문행 66
봄날에 70
바람도 없이 74
설날 아침 78
말에 갇힐까 봐 82
매화 86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90
부리가 붉은 새 92
경계 96
꽃 100
물 104
붉은 웃음 하나 108
방어진 바다 그 푸른 파도 112
플라타너스 116
눈 위에 부는 바람 120
눈을 기다려 124
회심곡 126
폐쇄 회로 130
창림사지 134
머리 없는 돌부처 136
매화가 지천인데도 140
마음에 심는 나무 144
한바탕 춤이 아니신가 148
삶의 거처 152
그 이름들 위에 156
바다 전부 160
땅을 떠난 나무처럼 164
잡초 하나 168
내게 너무 가혹한 이유 170
풀씨 하나 174
그 쬐그만 것이 178
에밀레 182
촛불 시위 186
눈이 왔네 188
묘역 192
그녀가 사는 곳 196
물빛 200
격정 202
역광 206
시인 연보 213
책속으로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모내기를 끝낸 들판에 어둠이 내립니다
저녁뜸에 자던 바람이 문득 우수수 벼를 쓸고 갑니다
국도를 바삐 달리는 키 큰 화물차들의 꽁지에
하나둘 빨간불을 켭니다
논공단지 여공들이 퇴근 버스를 기다리는 길가
들을 가로질러 뜸부기가 울며 납니다
베트남에서 온 여공 하나가 작업복 잠바에 손을 찌르고
고향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 하늘에 주먹별 하나 글썽입니다
서녘 먼 곳으로 가 버린 사람아
그대 없는 이곳이 내게도 먼 이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