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느가나산인은 2010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862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만큼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 민족 중 하나다. 다른 소수민족들처럼 느가나산인도 자신의 언어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뛰어나고 자존심이 강하며 혹독한 추위를 견뎌 온 만큼 강인한 민족이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에게 점령당하고 그 이후 구소련에 의해서 지배를 받으면서 이들은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목록에서도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은 민족 중 하나가 되었다.
느가나산인은 대다수의 시베리아 민족들처럼 유목 생활을 하며 어업, 사냥, 순록 사육에 종사한다. 유목 생활을 주로 했지만 구소련 시대에 정착 생활로 생활 형태가 바뀌었다. 느가나산인은 유목 생활을 하면서 이야기와 노래로 지루함을 이겨 내며 삶의 지혜와 우주와 자연의 법칙, 신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이 책에는 뿔을 단 순록의 형상으로 그려지는 느가나산인의 시조, 외눈 외다리 외팔의 초자연적인 존재 바루시, 여자 식인괴물 시게 등 신비로운 느가나산인의 이야기 18편이 실려 있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박미령은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그림책’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공동으로 번역·출간한 ≪러시아 여성의 눈≫, ≪러시아 추리 작가 10인 단편선≫이 있다. 논문으로는 <지배 이데올로기와 영웅서사시 브일리나>, <Comparative Analysis of Korean Folktale The wonderful Serpent Bridegroom and Russian The Feather of Finist the Falcon of the Type Cupid and Psyche>, <소비에트 제국 이데올로기의 토착화를 위한 아동문학의 역할: 20ᐨ30년대 그림책과 포토몽타주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차례
천지창조 신화
아밤 느가나산인이 등장하게 된 이유
갈매기
느가나산인 ‘3사젠 손’과 그의 아들
곰과 노인
모레데와 머리 없는 사람들
죽음의 호수
곰의 아들
오옐로코와 세 명의 러시아 상인
오옐로코와 암늑대 샤먼
노고레사의 아들
두 명의 사냥꾼과 샤먼
라쿠나의 아들들
여자 식인괴물 시게 이야기
겁쟁이 순록
태양의 딸
왜 늑대들은 더 이상 허풍을 떨지 않을까
누구의 뿔이 더 클까
해설
옮긴이에 대해서
책속으로
옛날 옛적에 여자 식인괴물 시게가 살았다. 시게는 툰드라 가운데에 있는 자신의 천막집에 살면서 식인들에게서 대체로 받아 온 인간들을 먹었다. 시게는 아침부터 밤까지 툰드라를 뛰어다니며 먹을 사람을 찾았다. 저주받은 시게는 걸리는 모든 것을 먹었다. 입을 벌려서 얌 하고 말이다. 그녀는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니었다.
식인괴물 시게는 완전한 인간이 아니라 반쪽 인간이었고 사람처럼 뛰어다닐 수 있었다. 그러므로 시게는 한 발로 뛰고 한 손으로 잡고 한 눈으로 보고 한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었다. 시게는 태양을 바로 보지 못하고 반만 본다고 했다. 그러나 난 그렇다 아니다 말하지 않겠어.
−1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