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노동계급의 가정에서 자란 윌리엄스는 케임브리지 대학 학생들의 토론 모임에서 마르크스주의 문학 논쟁을 접한 후 평생을 마르크스주의와 문학에 천착한다. 이 주제를 통해 사회적으로나 사상사적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있던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초반을 소개하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와 문학≫의 직접적인 목적이다.
윌리엄스는 다음과 같은 문화 이론을 뼈대로 삼아 이 책을 썼다. 문화 분석은 삶의 방식 전체에 내재한 여러 요소의 관계에 대한 연구이고, 복잡한 관계로 얽힌 어떤 조직의 성격을 알아내려는 시도다. 그러므로 특정한 작품이나 제도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곧 그 조직의 본질적인 성격을 분석하는 것이며, 이는 조직의 부분을 구현하는 작품이나 제도의 관계이기도 하다. 문화의 복합적인 조직을 특정한 삶의 방식으로 보았을 때, 문화 분석의 목적은 그 문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 문화가 겪은 실제 경험과 중요한 공통 요소, 경험을 공유한 특정한 공동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네 개의 기본적인 개념들, 즉 문화, 언어, 문학, 이데올로기를 분석한다. 윌리엄스는 각별히 이 개념들을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토대로 검토하기는 했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전적으로 마르크스주의적인 개념은 아니다. 정작 그의 관심은 그것을 보다 일반적인 발전과 결부해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있었다. 이는 곧 지적 편력의 역사, 즉 그가 마르크스주의적 사고의 여러 형식들이 신성시되기 때문에 혹은 비타협적이기 때문에 분리된 역사로 보기보다는 다른 사고의 형식들과 상호 관련된 것으로 보고자 했던 역사로부터 나온 것이다.
제2장에서는 마르크스주의 문학 이론이 실질적으로 의지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마르크스주의 문화 이론의 중심 개념들을 분석하고 논의한다. 단순히 한 사고의 틀이 지닌 몇 가지 요소를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변형을 따져 보고 그 자신의 고유한 개념들을 도입하고자 했다.
제3장에서는 다시 이 논의를 문학 이론의 문제로 확대했다. 문학 이론의 견지에서 보면 마르크스주의의 여러 변형은 이제 유관하면서 또 때로는 대안적 성격을 띠기도 하는 다른 사상들과 상호 작용하고 있다.
200자평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와 문학이라는 주제를 통해 사회·사상사적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던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초반의 시기를 비평하고 논증한다. 또한 마르크스주의자이건 아니건 간에 반드시 이전의 입장들에 대한 검토도 포함한다. 마르크스주의의 고정된 이론을 벗어나 좀 더 다양하고 발전적인 종합을 꾀한 저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와 문학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지은이
레이먼드 윌리엄스는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1974년부터 1983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극과 교수를 지냈다. 문화 이론, 문화사, 텔레비전, 언론, 라디오와 광고에 대한 이해에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방대한 양의 책을 저술·출간했는데, 앨런 오코너(Alan O’Connor)의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 Writing, culture, politics)≫의 참고문헌에 나오는 저작 목록이 39쪽에 이른다.
대표 저서로는 ≪마르크스주의와 문학≫(1977)을 비롯해 ≪드라마와 공연≫(1954), ≪문화와 사회: 1780∼1950≫(1958), ≪장구한 혁명≫(1961), ≪입센에서 브레히트까지의 희곡≫(1968), ≪시골과 도시≫(1973), ≪주요 어휘들≫(1976) 등이 있다.
옮긴이
박만준은 부산대학교 문리과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 전공으로 서양철학과 사회철학을, 부전공으로 동양철학을 공부했다. 주로 헤겔과 마르크스의 사회철학에 관심이 많다. 1984년 동의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가 되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역서로는 ≪최초의 인간과 그 이후의 문화≫(아르놀트 겔렌), ≪마르크스주의와 문학≫(레이먼드 윌리엄스), ≪독일 관념론 철학≫(니콜라이 하르트만), ≪대중문화의 이해≫(존 피스크), ≪대중문화와 문화연구≫(존 스토리), ≪문학과 문화이론≫(레이먼드 윌리엄스), ≪문화연구의 이론과 방법들≫(존 스토리), ≪논리학 입문≫(어빙 코피), ≪하버마스의 사회사상≫(마이클 퓨지), ≪마르크스주의와 생태학≫(그룬트만), ≪의식과 신체≫(P. S. 모리스), ≪헤겔의 변증법≫(N. 하르트만),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E. 후설), ≪마르틴 하이데거≫(존 매쿼리)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사회생물학,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공저), ≪성의 진화와 그리고 인간의 성문화≫(공저), ≪인성론≫(공저), ≪상생의 철학≫(공저), ≪늦잠 잔 토끼는 다시 뛰어야 한다≫(공저), ≪욕망과 자유≫, ≪철학≫(공저) 등이 있다.
차례
서론
제1장 기본 개념
1. 문화
2. 언어
3. 문학
4. 이데올로기
제2장 문화 이론
1. 토대와 상부구조
2. 결정
3. 생산력
4. 반영에서 매개로
5. 전형화와 상동 관계
6. 헤게모니
7. 전통, 제도, 그리고 형성물
8. 지배적인 것, 잔여적인 것, 부상하는 것
9. 감정의 구조
10. 문화사회학
제3장 문학 이론
1. 글쓰기의 다양성
2. 미적 상황과 그 밖의 상황
3. 매체에서 사회적 행위로
4. 기호와 표기법
5. 규약
6. 장르
7. 형식
8. 저자
9. 제휴와 참여
10. 창조 행위
참고문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언어 사상의 발전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흥밋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역사적 계기들이 있는데, 이들은 첫째, 행위로서의 언어에 대한 강조이고, 둘째는 언어의 역사에 대한 강조다.
-40쪽
문학은 읽는 능력과 읽는 경험이라는 이전의 의미를 상실한 채, 일정한 질을 가진 활자화된 책이라는 아주 객관적인 성격의 범주가 되었다. ‘문학의 편집자’ 또는 ‘문학적 보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규정되고 정의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복잡한 경향들을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문학의 질을 정의하는 기준이 ‘학식’으로부터 ‘취향’이나 ‘감수성’으로 바뀐 것이고, 둘째는 문학이 점점 ‘창조적’ 혹은 ‘상상적인’ 작품들로 특수화된 것이며, 셋째는 ‘민족 문학’에 대한 한층 더 효과적인 정의를 가능하게 했던 ‘전통’이라는 개념이 민족적인 차원에서 발전한 것이었다.
-95~96쪽
여러 분야에서 독창적이라고 느낄 만한 하나의 새로운 방법이 지금 부상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어떠한 문화적 작업과 우리가 ‘기호 체계’(이것은 문화기호학의 중요한 공헌이다)라는 이름으로 배운 것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이해했다면, 기호 체계 그 자체가 사회적 관계의 한 특수한 구조라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