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시에서 떨어져 시골에서 혼자 사는 대부 집에 자신을 동창이라고 밝힌 오달이 찾아온다.그는 여러 동기 동창들 소식을 대부에게 전한다. 오달의 방문은 외부와 접촉이 거의 없는 대부의 일상을 흔드는 계기가 된다. 격변기 한국을 살아 낸 두 노년의 쓸쓸한 삶은 세태를 반영하며 가족과 사회적 성공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다른 동창들의 성공과 이혼, 간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년이라는 삶의 단계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1991년 6월 극단 춘추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초연했다.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새끼 새들 둥지를 떠나다> 등의 작업을 통해 노년기 일상을 무대화한 이근삼이 노년의 삶에 대한 문제 인식과 비전을 제시한 작품이다.
200자평
교외 한 별장에서 살고 있는 ‘대부’의 집에 동창 ‘오달’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했다. 노인들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극이다. 갑작스레 동거하게 된 두 사람이 노년에 이르기까지 가정과 사회에서 겪은 삶과 그 질곡을 풀어냈다.
지은이
이근삼은 1929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46년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52년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어 195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원을 졸업한 뒤 1966년 미국 뉴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미국에서 연극을 공부한 경험을 토대로 1960년 ≪사상계≫에 단막극 <원고지>를 발표하며 등단해 리얼리즘 연극이 주를 이루던 당대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중앙대와 서강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1992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1992년 예술원상, 2001년 대산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 별세했다. 대표작으로는 <원고지>, <국물 있사옵니다>, <流浪 劇團>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막차 탄 동기 동창
<막차 탄 동기 동창>은
이근삼은
책속으로
오달: 모처럼 와 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야, 너는 좀 다른 줄 알았다. 동창이라는 놈들, 나를 얼마나 괄시하는 줄 아니? 솜 장사 아들이라구. 하마 같은 추녀, 그 직공하고 결혼했다구. 이 새끼야, 장사하자면 한두 번은 창피를 당하는 거야. 탈세 한 번 해서 걸렸다고 나를 사기꾼으로 봐? 동창생 놈들이. 왜 그게 탈세야? 너무 억울해서 신고를 안 했다 뿐이지. 풍문에 너도 한 번 당했고 모든 게 귀찮아 시골서 산다고 해서…. 혹시나…. 혹시나 해서 왔는데…. 좀 배웠다는 놈이 나을 게 없어. 뭐 유일한 친구는 미국서 자살한 그 친구뿐이라고? 그것도 내 면전에서. 야, 천당 간 그 친구 붙들고 잘 살아라, 더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