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박숙희의 작품 대부분은 순진무구한 동심을 지닌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사랑의 판타지로서 유토피아적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문체 또한 시적이며 유려하다. 박숙희 이상주의적 낭만과 인도주의 사상이 짙게 배인 작품만을 고집해 온, ‘순수 동화작가’다. 한편 박숙희에게 이데올로기는 ‘기독교적 사상’이다. 그래서 성서에 나타난 사랑과 정의 그리고 절대자 신의 섭리가 작품 전반에 녹아 있다.
작품들에서는 절대자 신의 존재가 상징화되어 곳곳에서 나타난다. 달님, 해님, 바람 등의 자연물은 인물에게 삶의 지표를 제시하거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서 절대자를 상징한다. 또한 신의 메신저인 ‘천사’와 ‘시동’등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진짜 왕’이 등장한다. 낮은 곳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인물들에게 절대자는 용기를 주며 격려하거나,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인물에게 호된 꾸지람을 내리기도 한다. 흰눈썹황금새에게 상처를 받고 삶을 포기하려는 아카시나무에게 용기를 주는 돌개바람(‘흰눈썹황금새 이야기’), 진주를 품은 것을 알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가리비에게 꾸중을 내리는 달님(‘진주가 된 가리비’) 등이 그 예다.
그리스도처럼 희생과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며, 절대자 신으로 상징화된 존재가 그들의 삶을 관장한다. ‘우두커니 아저씨’에서 우두커니 아저씨는 한 끼 이상의 양식을 모으는 일이 없고, 두 벌 옷을 아껴 두는 법이 없다. 자신을 이용하는 철이 아버지에게도 말없이 순종하며 때리는 매를 고스란히 맞는다. 이는 박해받는 그리스도를 연상시킨다. ‘금촛대와 뚝배기’에서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태어난 뚝배기는 찬장 안 다른 그릇들에게 멸시를 당하지만, ‘사랑은 참는 것이며 그것이 곧 내게 충성하는 것’이라는 주인의 말을 믿고 순종한다.
또한 박숙희 동화는 사람보다 동물이, 동물보다 식물이 사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우의적인 동화가 대부분이다. 오랜 세월 가슴속에 품어 온 그리움이 눈물의 꽃이 된 ‘아카시나무’, 남보다 늦은 탓에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아픔의 자리마다 노란 꽃을 피운 ‘민들레’, 오염된 세상에서 죽어 가다 마음씨 착한 바람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홰나무’ 등이 그 예다. 또한 좋은 진주를 품기 위해 고통의 나날을 견딘 ‘가리비’, 고통의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된 ‘애벌레’, 심장병을 앓다가 죽어 간 ‘미란이’, 장애아로 태어나 인고의 나날을 보낸 ‘달이 공주’등은 순수하고 선한 식물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기보다 참고 인내하며 끝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며 비우고 내려놓는 삶을 살아 냄으로써 마침내 보상을 받는다.
200자평
박숙희는 이상주의적 낭만과 인도주의 사상이 짙게 배인 작품만을 고집해 온, 순수 동화작가다. 그의 작품 전반에는 기독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성서에 나타난 사랑과 정의 그리고 절대자인 신의 섭리가 녹아 있다. 이 책에는 <진주가 된 가리비>를 포함한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박숙희는 1953년 태어났다. 동화 <꿈 마차 황금 마차>가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1990년 <애벌레의 꿈>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진주가 된 가리비>로 ‘계몽사’ 어린이문학상에 당선했다. 1995년 장편 ≪새를 기다리는 나무≫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세종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따뜻한 손≫, ≪자연이 들려주는 지혜동화≫, ≪삐쥬리아공주≫, ≪가시복 탁탁이≫, ≪나는 누구인가?≫, ≪난 이제 울지 않을 거예요≫, ≪아기송아지 움머≫, ≪스스의 모험≫, ≪난 두목이 될 거야≫와 ≪숲 속의 궁전≫ 등을 펴냈다.
해설자
원유순은 1957년 강원도 횡성에서 출생했다. 인천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0년 계간 ≪아동문학평론≫에 등단해서 동화작가가 되었다. 1993년 장편동화 ≪둥근 하늘 둥근 땅≫으로 계몽사 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MBC창작동화대상에 단편동화 <할아버지는 여름지기>가 가작 당선되었다. ≪색깔을 먹는 나무≫로 한국아동문학상을, ≪김찰턴순자를 찾아줘유≫로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다. 2007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차례
작가의 말
진주가 된 가리비
꿈 마차 황금 마차
꽃으로 지은 대궐
왕의 의자
금촛대와 뚝배기
해님을 사랑한 민들레
애벌레의 꿈
파란 미소
우두커니 아저씨
철부지 꾸꾸
흰눈썹황금새 이야기
달이 공주
해설
박숙희는
원유순은
책속으로
1.
“그럼 그렇지, 걱정 마. 네 아픔은 병이 아니야. 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보물을 가졌어.”
“보물이라뇨?”
“네가 삼킨 모래알이 움직일 때마다 네 몸을 쥐어짜는 진액을 덧입고 진주가 되느라고 그렇게 괴로운 거야.”
“진주요? 아아, 내가 진주를 가지게 된다고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로 키울 거예요.”
“진주를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냐. 쓰라린 가시밭과 끝없는 사막이나 험한 산골짜기를 지나는 일처럼 고통스럽단다. 그 고통 없이 진주를 키우려고 한다면 그것이 힘들어 넌 그 모래알을 뱉어 버릴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될 거야.”
-<진주가 된 가리비> 중에서
2.
얘야, 내가 아직도 꿈을 꾸는 거니? 그리고 넌 정말 달나라의 공주님이었니? 그래서 네가 그토록 그리던 달나라로 돌아간 거니?
아아, 얘야! 이럴 땐 엄만 어떻게 해야 하니?
엄마는 어쩔 바를 모르고 다만 네가 열여섯 해 동안 세상 만물을 아름답게만 바라보던 네 마음의 창문인 두 눈을 가만히 쓸어 닫아 줄 뿐이었단다. 그리고 하늘로 눈을 들어,
“달이야, 달이 공주야! 잘 가거라.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는 네 고향으로 돌아가 착한 공주님으로 다시 살려무나. 이제는 저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새처럼 나비처럼 훨훨 기쁘게 살아라.”
하고 중얼거리며 너를 보듯 환하게 빛나는 달님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단다.
-<달이 공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