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37년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봄에는 자살 금지>에서 스페인의 극작가 카소나는 ‘자살자의 집’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삶의 다양한 굴곡 앞에서 생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아름다운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물질적인 세상이 싫어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름답게 죽고 싶어 하는 슬픈 귀부인, 은행 말단 직원이면서 오페라 여가수와의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다 자신의 초라함을 깨닫고 좌절한 청년 상상 연인, 배고프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다 죽음만큼은 누군가와 함께 맞이하고 싶어서 그리고 다른 불행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이 기관을 찾은 알리시아,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빠져 형을 증오하면서 자기가 죽지 않으면 형을 죽일 것 같다는 후안, 전쟁으로 부인과 자식들을 잃고 절망하다 이곳을 찾은 안스, 인기가 떨어지자 스캔들을 만들려고 찾아온 오페라 가수 코라….
얼핏 보기에 ‘자살자의 집’은 자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장소를 준비해 놓고 자살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자살하도록 돕는 기관 같다. 하지만 사실은 자살 시도를 통해 죽음을 가까이서 접해 보게 할 뿐, 죽음이 삶의 문제들에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하고, 자연과 음악, 묵상, 산책 등을 통해 자살 충동을 치유하고 삶에 대한 욕구를 느끼도록 하는 곳이다. 즉, ‘자살’을 결심했던 사람들이 ‘살자’로 다짐하며 살아가기 위한 힘을 얻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곳이다.
200자평
20세기 스페인이 사랑한 작가 알레한드로 카소나의 작품. 죽음을 소재로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했다. 인간에겐 자기 인생에 대한 권리가 있지만, 의무 또한 있음을 강조하며 죽음이 아닌 삶이 본능, 자연에 순응하는 일임을 역설한다.
지은이
알레한드로 카소나(Alejandro Casona)로 잘 알려진 극작가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스 알바레스(Rodríguez Álvarez, 1903∼1965)는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 베수요(Besullo)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스페인어로 ‘커다란 집’을 뜻하는 ‘카소나’라는 필명은 베수요에서 작가가 살았던 집의 애칭이다. 1929년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의 단편소설 <아서 새빌 경의 범죄>를 각색해 사라고사 연극 무대에 올리면서 자신의 고향을 기억하고자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교사였던 부모님을 따라 시골로 자주 이사를 다녔으며 이때 접했던 숲과 바다 등 자연환경은 이후 그의 작품 배경으로 종종 등장한다. 무르시아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 공부를 마쳤고 그 시기에 음악 공부도 병행했으며 카소나 역시 부모님이나 다른 형제들처럼 교육가의 길을 걸었다. 연극 활동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면서, 그러니까 아동극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1931년부터는 마드리드에 교육 공무원으로 체류하면서 더 폭넓은 연극과 문학 활동을 펼쳤는데 평소 교육과 연극을 접목하는 일에 관심이 깊었던 데다가 당시 제2공화정 시대의 교육관에도 부합해 정부가 창단한 ‘민중극단(Teatro del pueblo)’ 또는 ‘이동극단(Teatro ambulante)’이라 불리는 극단의 단장을 맡게 되었다. 이 극단은 연극 관람이 어려운 지방의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짧은 스페인 고전극을 농부를 비롯한 시골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음악과 함께 재창작해 무대에 올렸다.
1936년 스페인에 군부 쿠데타로 인한 내전이 터졌고 공화정 정부를 지지하던 그는 1937년 멕시코로 망명을 떠났다. 하지만 멕시코에 정착하지 못하고 코스타리카, 베네수엘라, 페루, 콜롬비아, 쿠바 등을 공연 때문에 전전하다 결국 1939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정착해 활발한 극작 활동을 펼쳤다. 그중 1949년에 발표된 <나무는 서서 죽는다(Los árboles mueren de pie)>는 카소나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1952년까지 큰 성공을 거두며 쉬지 않고 무대에 계속 올랐다.
프랑코 독재가 아직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억압적 분위기가 많이 완화된 1962년에 카소나는 25년간의 망명 생활을 접고 마드리드로 돌아가 그동안 라틴아메리카에서 소개했던 작품들을 스페인 연극 무대에 다시 선보였다. 1965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옮긴이
김재선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스페인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대학에 출강 중이다. 후안 마요르가의 ≪다윈의 거북이(La tortuga de Darwin)≫(2009), ≪영원한 평화(La paz perpetua)≫(2011), ≪하멜린(Hamelin)≫(2012), ≪천국으로 가는 길(Himmelweg)≫(2013), ≪맨 끝줄 소년(El chico de la última fila)≫(2014), ≪비평가/눈송이의 유언(El Crítico/Últimas palabras de Copito de Nieve )≫(2016),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Cartas de amor a Stalin)≫(2018)와 라파엘 알베르티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보낸 전쟁의 밤(Noche de guerra en el Museo del Prado)≫(2017)을 번역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촐레: 전 죽음에 가까이 갔었고 그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어요. 모든 문제는 직접 해결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