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서석규의 작품 세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초기 작품은 작가의 유년 시절 경험에 기초해 어린이들의 현실 생활에서 발견해 나가는 동심의 세계이고, 두 번째로는 그의 직업과 연관 있는 작품들로 피폐한 생활에서 상처받는 어린이들과 미래 과학의 세계를 지향하는 환상동화다. 1960년대,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로 어려웠던 현실에서 그가 창작한 ‘작은오빠’나 ‘어머니의 사진첩’ 그리고 ‘박쥐굴의 화성인’과 ‘끝섬에서 만난 김 박사’는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그의 후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이후의 작품들이다. 대부분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어린 시절에 기초한 세계관이 드러나는데, 이러한 작품으로는’날아라 꾸꾸야’, ‘다람쥐 남매’, ‘한티골 토끼 동산’ 등이 있다.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을 소재로 자연과 인간, 인간과 동물들의 상생과 조화로운 삶이 주제를 이룬다.
초기작은 전쟁 이후 힘들었던 시대에 해맑은 동심으로 어린 독자들에게 다가갔고, 산업화 시기로 대표되는 1960∼1970년대에는 현실에서 억압받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미래를 지향하는 환상동화를 창작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천착하는 문학관이자 세계관을 드러낸 생태동화는 인본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 다양한 생명 사랑을 부각하는 작업이었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과 함께한 그의 동화는 독자들에게는 물론 아동문학사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다.
200자평
서석규는 아동문학가이자 번역가며 기자와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그의 동화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며 어린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이 책에는 작가의 등단작인 <장날>을 포함한 19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서석규는 1933년 충남 금산에서 출생했다.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장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6년 월간 ≪여성계≫ 편집기자를 시작으로 ≪연합신문≫, ≪경향신문≫, ≪서울신문≫에서 문화부장, 경제부장 등 언론계에서 활동하고 ≪농민신문≫과 ≪새농민≫의 편집인, ≪주간과학≫의 편집담당 임원으로 활약했다. 1959년 한국아동문학연구회 창립에 참여하고 한국동화문학회를 만드는 등 60년 가까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동화를 창작해 왔으며 독립신문기념 언론상 ‘지역사회부문’과 박홍근아동문학상을 받았다.
해설자
노경수는 1960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했다.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하여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 MBC 창작동화 <동생과 색종이>로 대상, 2009년 <윤석중 연구>로 범정 학술논문 우수상, 2011년 <오리부부의 숨바꼭질>로 단국문학상 수상했다. 저서로 ≪괭이의 꿈≫, ≪옹고집전≫, ≪엄마를 키우는 아이들≫, ≪윤석중 연구≫, ≪오리부부의 숨바꼭질≫, ≪집으로 가는 길≫ 외 다수가 있다. 2013년 현재 한경대학교 겸임교수로, 한서대학교, 우석대학교에서 강사로 아동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차례
작가의 말
장날
눈 속에 묻힌 마을
어머니의 사진첩
작은오빠
육지 아저씨
박쥐굴의 화성인
다람쥐 남매
금붕어와 가재
끝섬에 나타난 김 박사
선생님이 오시던 날
날아라 꾸꾸야
백조
흰뺨검둥오리
달처럼 별처럼
한티골 토끼 동산
정 처사와 그 친구
가재바위 이야기
진돗개 초롱이
완이와 응아
해설
서석규는
노경수는
책속으로
1.
“우리 할머니 어딨어요?”
얼른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울음이 나오려 했기 때문에 철이가 한 말은 딴 말로 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젊은이는 발이 아플 테니 신이나 신고 가랄 뿐, 할머니를 보았다는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습니다. 더 아무 말도 대꾸하기 싫었습니다.
수리고개 날등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왔습니다. 고개 아래를 앞뒤로 번갈아 내려다보았습니다.
“야아, 꽃!”
철이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고개 왼편 산허리에 언제 피었는지 진달래가 활짝 피어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꽃들이냐!”
<장날> 중에서
2.
강을 다 건넜을 때, 산마루에서 부르는 소리가 가물가물 들렸다. 거기에는 이제까지 여러 해 길러 준 아버지랑 어머니가 서 있었다.
순희는 손을 흔들었다.
고개에서도 손을 흔들었다.
순희는 눈물이 주룩 흘렀다.
눈물을 닦으며 걸었다. 걸으면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오빠! 배고플 텐데!”
영호는 고개만 흔들었다. 그러나 아침 햇살을 받은 영호의 얼굴은 기쁨에 넘쳐 있었으며, 눈동자는 또렷또렷 반짝이고 있었다.
<작은오빠> 중에서
3.
그들은 서로 붙들고 너무 기뻐 엉엉 울었습니다.
얼마를 울었는지 모릅니다.
모아 뒀던 도토리를 꺼내 놓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달궁 달궁.”
“달궁 달궁.”
“오빠, 우리 인제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예서 살아, 응?”
“그래, 여기가 제일 좋아!”
그때, 달빛이 굴 안의 아직도 눈물 자국도 마르지 않은 다람쥐 남매의 두 눈을 비춰 주었습니다.
<다람쥐 남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