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동화작가 손춘익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자연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사랑’과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 본질적으로 잘 알기에 현실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개인의 특수성을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을 통해서 보편성으로 확대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글을 썼다. 그래서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싶은 아이들이 한밤중에 선생님을 찾아”오거나, “학교에서 모자란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상한 손님들>에서 ‘아이들’이나 ‘손님’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어린 시절 학교라는 공간에서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 했던 ‘손춘익의 소년기 자아’였을 것이다. 아울러 현실에서는 교사가 된 손춘익의 사랑과 관심을 기대하는 ‘학교의 제자·학생’들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는 어린 손춘익과 어른 손춘익이 공존하는 것인데, 어른이 된 손춘익이 어렸을 때의 자신과 같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보듬어 주는 치유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손춘익의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일탈과 탈주의 충동이 깔려 있다. <이상한 손님들>에서는 탈주 욕망을 기차역에서 멈추고 시선을 돌리지만, 장편동화 ≪섬으로 간 아이들≫에서는 결국 직접 집 밖으로 나와서 다른 공간인 ‘섬’을 찾아 시공간을 새로운 세계로 확장해 보는 경험까지 다룬다.
<선생님을 찾아온 아이들>은 평소 교사로서 마음가짐과 죄의식, 어린 시절에 본인이 충족하지 못했던 결핍을 제자들에게 채워 주려는 젊은 교사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어렸을 적 학교생활에서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이해를 받고 싶었으나 월사금을 못 내서 칠판 앞에 나가 혼나거나 교실 밖을 배회하며 들어가지 못하고 헤맸던 기억, 자신은 가난해서 옷차림이 남루한데 부잣집 깔끔한 차림만 좋아했던 선생님들의 태도에 대한 아쉬움, 그림을 제법 잘 그린다고 생각하고 좋아했던 그리기 시간에 칭찬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아쉬움,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과 잘사는 친구들이 선생님께 받는 관심과는 반대의 시선만 받아서 좌절했던 상처받은 기억 등을 여러 수필집 곳곳에서 고백했다. 따라서 작가로서 손춘익은 본인의 상처를 거울 삼아 작품 속에서는 아이들 모두를 위하고 사랑을 빠짐없이 골고루 나눠 주는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200자평
손춘익은 ‘사랑’과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 본질적으로 잘 알았다. 그렇기에 현실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개인의 특수성을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을 통해서 보편으로 확대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글을 썼다. 손춘익의 동화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일탈과 탈주의 충동이 깔려 있다. 이 책에는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들> 외 3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손춘익은 1940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해 2000년 사망했다. 포항수산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했다. 평생 고향인 포항을 지키면서 포항간호전문대학 강사로 재직했으며(1972~1982), 1981년에는 지역 문학잡지 ≪포항문학≫을 창간하고 1999년까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방의 문학 발전에 힘썼다. 1966년 ≪조선일보≫와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선생님을 찾아온 아이들>이 입선으로 당선되어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1972년 제5회 세종아동문학상, 1981년 소천아동문학상, 2000년 ≪땅에 그리는 무지개≫로 제10회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다.
엮은이
황혜순은 1977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났다.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수료 후 대학에서 글쓰기와 (아동)문학 관련 강의를 하면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계간 ≪아동문학평론≫ 2006년 봄 호를 통해 아동문학 평론가로 등단했다. 2013년 현재 ≪아동문학평론≫지 기획위원이며, 경희대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연구원이다. 석사 논문으로 <≪소년세계≫지 연구−효용론적 관점에서>, 단독 저서로는 ≪한국전쟁기 아동문학과 문학치료≫가 있다.
차례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들
이상한 손님들
선생님을 찾아온 아이들
섬으로 간 아이들
해설
손춘익은
황혜순은
책속으로
아버지가 골목 어귀에만 나타나도 복만이는 벌써 알아차릴 수가 있었읍니다. 아버지의 술 취한 고함 소리가 방 안까지 들려오기 마련인 것입니다.
아버지가 비틀걸음으로 집 앞까지 닿기 전에 복만이는 재빨리 바깥으로 달려 나가야만 합니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지, 안녕히 오셔요.”
하고 깍듯이 인사를 해야 망정이지, 만일 우물쭈물거리다간 큰일입니다. 바로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집에만 들어오면 괜히 트집부터 잡으려고 합니다. 더우기 바깥에서 기분 나쁜 일이라도 일어난 날은 꼭 어머니가 아니면 복만이를 못살게 구는 것입니다.
아버지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온 복만이가 아버지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도 큰일 납니다.
“임마, 어디서 그따위 버릇을 배웠어? 어른이 앉기도 전에 냉큼 앉아?”
이런 호통 소리와 함께 복만이 따귀에 번갯불이 번쩍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만이는 아버지 앞에만 나가면 언제나 고양이 앞의 쥐였읍니다. 살살 눈치만 살피는 것이 버릇이었읍니다. 아버지가 복만이에게 호통을 칠 때마다 가장 많이 내세우는 말이 ‘어른’입니다.
무엇이든 ‘어른’이 제일이란 것입니다.
가령 맛있는 반찬이 생겨도 첫째 ‘어른’부터 잡수시고 남으면 아이들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른’이 돌아오시기도 전에 먼저 잠이 드는 것은 상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합니다. 또 ‘어른’은 잘못된 것이 있어도 ‘어른’이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것입니다.
-<섬으로 간 아이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