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동화작가 심상우가 집필하는 동화는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현실로 불러들이는 기이와 낯섦의 공간이 전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공간은 문학 속의 현실에서 환상의 세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어른의 눈으로는 이성적으로 이해될 수 없거나 쉽게 용납될 수 없는 것이지만, 아동의 눈으로는 마치 실제로 있는 것처럼 비교적 자연스럽게 경험된다. 심상우는 과거의 역사를 문학이 재현해 내는 현실 속에 소환하는 방법을 통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인 것이다.
심상우의 동화는 과거의 역사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현실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여 끊임없이 시간을 교차시키는 일종의 직조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직조의 기술이 바로 환상이다. 그의 동화를 읽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동화 속에 있는 아동의 시선이 되어서 문학 속의 현실에 역사가 스며들어 있음을 마치 실제처럼 느끼게 된다. 그의 동화는 ‘현실→현실과 과거의 만남→현실’이라는 순환 구조를 통해서 현실이 있게 된 (과거의) 층위를 세세하게 드러낸다. 이것이 심상우 동화의 환상이 갖는 중요한 의미인 것이다. 현실이 현실답게 풍성하고 풍부하게 경험되는 것은, 과거가 조밀조밀하게 흔적을 그려 놓았기 때문인 것이다.
200자평
심상우는 시인으로 문단에 등장한 뒤 1996년에 처음 쓴 장편동화 ≪사랑하는 우리 삼촌≫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으며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의 동화는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현실로 불러들이는 기이와 낯섦의 공간이 전제되는 경우가 많다. 문학이 재현해 내는 현실 속으로 환상을 통해 과거의 역사를 소환하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책에는 <슬픈 미루나무>를 포함한 16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심상우는 1958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했다. 1986년 ≪현대문학≫을 통해 조병화, 오세영으로부터 <담채>, <안개>, <겨울 꽃> 같은 시로 추천을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1996년에는 처음 쓴 장편동화 ≪사랑하는 우리 삼촌≫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다. 2009년 ≪신라에서 온 아이≫로 불교청소년도서저작상을 받았다.
해설자
강정구는 1970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마쳤다. 계간 ≪문학수첩≫에서 주관하는 제2회 문학수첩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논문으로 <신경림 시에 나타난 민중의 재해석>, <탈식민적 저항의 서사시>, <1970∼1990년대 민족문학론의 근대성 비판>, <진보적 민족문학론의 민중시관 재고> 등이 있다.
차례
작가의 말
봄꽃 선생님
들꽃처럼 당당하게
아빠하고 나하고
홍방울새의 나들이
왼쪽 나라와 오른쪽 나라
슬픈 미루나무
사람이 된 느티나무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
노란 곰 그림이 있는 기와집
웃음나무
말하는 개미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 꽃 이름을 불러 주세요
도도새는 정말 살아 있다
벌레를 포장한 책
상수리나무 친구
나무 도령을 만났어요
해설
심상우는
강정구는
책속으로
1.
“아빠, 저 울타리에 있는 덩굴장미 말인데요. 장미꽃이 저렇게 예쁜데 가시가 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미꽃은 가시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꽃은 못 되는 것 같아요.”
여름만 되면 우리 집 울타리에 붉은 해를 걸어 둔 듯 타오르는 탐스럽게 핀 장미를 보고 내가 불쑥 말하자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민호야! 너는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나무에 저렇게 예쁜 꽃이 달렸다고 생각해 봐. 사람이 어디를 어떻게 보아 주는가에 따라 똑같은 장미 나무도 달리 보이게 된단다.”
-<아빠하고 나하고> 중에서
2.
그때 날이 흐리더니 비가 내렸어요. 시인은 얼른 나무 곁으로 갔어요.
나무에서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잠에서 깨어나듯 일어나 파닥이기 시작했어요.
물고기들은 은빛 지느러미를 흔들며 나무에서 내려왔어요. 그리고 빗물을 타고 유유히 헤엄을 쳤어요. 그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이었어요.
시인은 날이 어두워 물고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어요. 물고기들을 다 떠나보낸 나무는 몹시 자랑스러운 듯, 위대한 거인처럼 우뚝하니 서 있었어요. 시인은 나무에게 절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 중에서
3.
나는 내가 틀림없이 도도새를 보았다고 힘주어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삼촌의 꿈꾸는 듯한 눈을 보고, 삼촌이 이미 내 말을 완전히 믿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다만 작은 소리로 가만가만 되뇌었다.
“나는 정말 살아 있는 도도새를 만났어!”
3동 아파트에서 아이들 몇이 몰려나와 그네를 탔다. 그네가 힘차게 출렁거렸다.
‘맞아. 도도새는 지금 다른 곳에 간 거야.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닐 거야!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았던 도도새만 잠시 사라졌을 뿐이야!’
-<도도새는 정말 살아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