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수필선집’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한국 근현대 수필을 대표하는 주요 수필가 50명을 엄선하고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를 엮은이와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습니다.
이당(怡堂) 안병욱 교수는 격동기 한국 근대사 속에서 민족의 미래와 청년 개화에 힘쓴 운동가이자 수필가다. 1920년 6월 북한 용강에서 출생해 2013년 10월 향년 93세로 사망하기까지 한국 근대사의 굴곡을 함께 겪었고 그 가운데 철학자로서 이념과 세계관을 숱한 산문으로 남겼다. 와세다대학교 철학과에서 수학 후 숭실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흥사단을 창립해 청년들에게 현대 철학과 민족론을 강의했다. 아카데미 운동을 통해 전국에 10여만 명의 제자를 두었다. 흥사단의 무실역행(務實力行), 충의용감(忠義勇敢)의 정신은 3·1 운동과 같은 사회 운동으로 청년 의식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민족정신이다. 안병욱의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도산 안창호다. 흥사단은 도산 사상을 실천하는 청년 민족 아카데미였다.
안병욱이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중요하게 본 인물은 ‘공자’다. 안병욱은 역사상 가장 성실하게 산 사람을 공자로 봤다. 인격자의 척도는 삶에 대한 ‘성실’이며 성실을 가장 잘 실천한 자가 공자라고 보았다. 동양 철학뿐만 아니라 안병욱은 1960년대, 1970년대를 거치며 서구 철학, 특히 키르케고르의 실존 철학을 한국 청년에게 소개했다. 서구 철학의 도입과 함께 동양 정신, 특히 엄격한 인격 도야를 삶 속에서 실천하길 원했다. 그가 산 시대가 민족주의와 이념, 이념 실천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그가 유신 체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던 점은 후진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안병욱 수필의 첫 번째 특징은 명징한 문장과 진리 추구라 할 수 있다. 철학자들이 그러하듯 안병욱 역시 진리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주목된다. 두 번째 안병욱 수필의 특징은 당대의 서구 철학, 서구 지성과 교양을 대중에게 전해 주었다는 점이다. 세 번째 특징은 공자 사상과 관련된 ‘유심론’적 사유다. 네 번째 특징은 동양적 중용사상이다. 다섯 번째의 특징은 정열 탐구와 청년에 대한 관심이다.
물론 2010년대 제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안병욱의 수필을 다시 읽는 작업은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의미’를 남기려는 것은 과도한 허위의식일 뿐이라는 것이 판명 났다. 오늘날의 삶은 현재의 삶을 즐기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찾으라고 말하고 있다. 타자와 역사를 의식하며 사는 삶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IT 시대, 다매체, 멀티플레이 시대에 ‘일생일사’는 과거적 믿음일 뿐이다. 안병욱이 말하는 꿈이니 성실이니 하는 말들도 말 그대로 ‘공자 시대’ 유물처럼 들린다. 근대 계몽적 교훈은 ‘꼰대’의 식상한 말처럼 들린다. 2010년대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 혁명기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모든 글들은‘당대’의 생명력을 갖는 법. 안병욱의 수필은 한국 산업화 시기 민주주의 체제를 다지고 경제 발전의 도상에 있던 한국 청년들에게 동서고금의 철학적 사유와 삶의 지침을 주는 교양서의 역할을 하고자 했다. 키르케고르를 중심으로 한 실존 철학, 공자 사상을 중심으로 한 인격 연마, ‘성실’, ‘행복’, ‘평범 속의 진리’, ‘자연’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드러낸다.
200자평
20세기, 격동의 시대에 안병욱은 서구 철학을 소개하고 동양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교양 지식인으로서 계몽자적 역할을 다하려 했다. 그의 수필은 이러한 노력의 도구이자 결실이었다. 당대 청년과 대중에게 동서고금의 철학적 사유와 삶의 지침을 주는 교양서 역할을 한 그의 수필은 오늘날에도 다시금 인격 도야와 사색의 한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지은이
안병욱(安秉煜)은 철학가이자 수필가, 교수다. 1920년 6월 26일 평안남도 용강에서 태어났다. 호는 이당(怡堂)이다. 1943년 일본 와세다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강의했다. 1958년 사상계의 주간을 맡았으며 1959년부터 숭실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임했다. 흥사단 이사장, 도산 아카데미 고문, 안중근 의사 기념 사업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1985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7년 인제인성대상, 2009년 유일한상 등을 수상했다. 2013년 10월 향년 93세로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는 ≪파스칼≫, ≪마음의 창문을 열고≫, ≪사색인(思索人)의 노트≫, ≪사색인(思索人)의 향연(饗宴)≫, ≪철학 노트≫, ≪안병욱 수필전집≫ 등이 있다.
엮은이
이경재는 1976년 인천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육군사관학교, 아주대, 서울대, 중앙대, 홍익대, 인하대, 세종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2011년부터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바다를 건너는 두 가지 방식>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지금까지 평론집으로는 ≪단독성의 박물관≫(문학동네, 2009),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실천문학사, 2012), ≪현장에서 바라본 문학의 의미≫(소명출판사, 2013), ≪여시아독≫(푸른사상사, 2014) 등을, 학술서로는 ≪한설야와 이데올로기의 서사학≫(소명출판사, 2010), ≪한국 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보고사, 2010), ≪한국 프로문학 연구≫(지식과교양, 2012) 등을 출판했다.
해설자
김용희는 1964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대 시 전공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로 문학 평론가 데뷔 후, 꾸준히 문학 평론 활동을 해 왔으며 평론 활동으로 김달진문학상(2004), 김환태평론문학상(2009)을 수상한 바가 있다. 평론집으로는 ≪페넬로페의 옷감 짜기≫, ≪순결과 숨결≫, ≪천 개의 거울−김용희의 영화읽기≫, ≪우리 시대 대중 문화≫ 등이 있다. 2005년 중반부터 ≪조선일보≫ <김용희가 보여 주는 시의 얼굴>, ≪중앙일보≫ <삶과 문화> 코너, ≪동아일보≫ <수요 프리즘>, ≪주간동아≫ <문화평>, ≪교수신문≫ <딸깍발이> 코너를 오랫동안 연재했다. 그 외에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에 문화 칼럼과 시론(時論)을 연재했으며 각 문예지에 지속적으로 평론 활동을 해 왔다. 2009년 ≪작가세계≫에 단편 소설 <꽃을 던지다>를 싣게 되면서 소설가로 데뷔, 장편소설 ≪란제리 소녀 시대≫가 그해 우수 문학 도서로 선정(2009)되었다. 이후 장편 소설 ≪화요일의 키스≫, ≪해랑≫, 단편 소설집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을 출간했다. 단편 <수염 난 여자>로 농어촌희망문학상 소설 대상 수상(2011), 소설집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으로 황순원소나기신진문학상을 수상(2013)했다. 장편 소설 ≪해랑≫으로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2016)했다. 현재 평택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사십 고개
문장도(文章道)
인생의 안식처
보시(布施)의 철학
피와 눈물과 땀
마음공부
축재와 용재
너는 참으로 젊은가
그릇
물
행복의 비결
유산
자연애
일생일사
자율인(自律人)
티끌 속에 있으면서 티끌이 없다.
취미
밀레의 만종
오늘
마음을 비우고
사자후
구름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간디의 말
조화
고당 선생
중용의 덕
인간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해설자에 대해
책속으로
마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유심론(唯心論)의 진리를 믿고 싶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모두가 다 마음이 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마음공부에 전념해야 한다.
마음공부란 무엇인가. 우리의 마음을 맑은 물로 세탁하는 것이다. 우리 마음의 때를 깨끗이 씻는 것이다. 마음의 목욕, 마음의 세탁이다. 한문에서는 이것을 세심정혼(洗心淨魂)이라고 한다. 마음을 씻고 영혼을 맑게 하는 것이다.
<마음공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