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생 동안 교육에 관한 실천적인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랑게펠트의 다양한 교육적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경험을 집적해 놓은 것도 아니요, 경험적 노하우를 제시한 지침서와 같은 것은 더구나 아니다. 랑게펠트는 어린이와 학교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해서 그에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독자적인 연구 관점에 근거해 탐구함으로써 어린이와 학교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심층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어린이의 삶의 현상 가운데 특별히 학교에 대해서 어린이 인간학의 관점에서, 즉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의 시각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린이 세계의 지평에서 학교를 바라볼 때 학교가 전적으로 고유한 방식으로 가장 잘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학교는 인간이 어린이 상태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한 인간인 어린이가 성숙한 인간성에 이르기 위해 걸어가는 길이며, 어린이에게 교육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세워진 어린이의 고유한 삶의 공간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어 왔지만, 정작 학교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즉 학교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 번역서는 어린이 인간학이라는 명확한 관점에서 어린이가 한 인간으로 되어 가는 과정에서 학교가 어떤 본질적인 역할을 하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이 책은 학교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여러 맥락 속에서 드러내 보임으로써 우리에게 더 많은 숙고와 대화의 가능성을 남기고 있지만, 학교 교육에 관심이 있는 모든 교육이론가와 실천가에게 학교를 새롭게 숙고할 수 있는 시야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를 위한 교육학 고전. 어린이란 어떤 존재인지, 어린이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교란 어떤 공간인지, 무책임해서도 안 되지만 부모처럼 애정을 쏟기만 해서도 안 되는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교육의 대상인 어린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은이
마르티누스 얀 랑게펠트(Martinus Jan Langeveld)는 1905년 11월 30일에 네덜란드의 하를럼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와 농촌 출신의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25년부터 랑게펠트는 교육학을 전공으로 선택해 암스테르담대학과 독일의 함부르크, 프라이부르크, 라이프치히 대학 등에서 당시 저명한 학자들의 강의를 들었다. 1931년에 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하는 것과 동시에 랑게펠트는 사설 교육 상담소를 열어 교육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상담도 실시했다. 한편으로 이즈음에 학급 안에서 어린이 관계의 문제, 사고 발달과 어린이 언어 발달에 대한 분석 등의 연구에 몰두했고, 그 결과 1934년에 언어교수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교사와 교육 상담가로 계속 활동하면서 암스테르담대학에서 발달심리학과 학교 학급 구조에 대한 강의를 했으며, 사고와 언어 발달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언어 분석 모델을 정립함으로써 그것을 어린이들의 언어 분석 및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들의 발달 문제 탐구에 유용하게 활용했다. 1939년에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대학에서 교수직을 취득한 뒤 세계 여러 대학을 두루 방문하고 강의를 했다. 1972년에 위트레흐트대학에서 정년퇴임한 후에 랑게펠트는 종교 교육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1973년에 스위스 취리히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다가 1989년에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정혜영은 국내에서 철학(학사)과 교육학(석사, 박사)을 전공하고,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에서 1년간 수학 후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육의 인간학≫(공역), ≪교육학의 거장들 I≫(공역), ≪어린이의 세기≫를 번역했고, ≪위대한 교육사상가들 I, III, IX≫(공저), ≪교육학의 연구 논리≫(공저), ≪독일의 초등학교 교육≫(공저), ≪교육인간학≫ 등을 저술했다.
민혜란은 국내에서 응용미술학(학사), 미학(석사), 철학(박사 과정 수료)을 전공하고 독일 빌레펠트대학과 마인츠대학 철학과에서 수학 후, 독일 현지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교육, 환경, 사회복지 분야의 유럽 테마연수 기획과 통역 및 번역 작업에 중점을 두어 프리랜서로서 활동하고 있다.
차례
편집자의 말
머리말
주제에 대한 예비 성찰
1장 어린이와 어른의 만남
1. 유년기
2. 청소년기
2장 어린이의 관점에서 본 학교
1. 큰 어린이들
2. ‘시간’
3장 학교에서
1. 과제
2. 교수 매체
3. 학급
4. 일
4장 변화하는 어린이들의 삶
1. 학교가 규정하는 세계와 어린이 자신의 고유한 세계
2. 어린이의 삶에서 ‘은밀한 장소’
3. ‘자유로운 시간’
4. 부모와 가정으로부터의 자립
5. 지성화
5장 자연적인 부자연
1. 어린이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2. 창의성
3. 감정교육
4. 교사
5. 졸업반 학생
6. 지성화와 통합: 그 단계와 형태
7. 예기된 인간상
6장 교수법 딜레마 : 공동체와 유토피아로서 학교
A. 교수법을 둘러싼 문제
1. 교수법
2. 교수법을 둘러싼 딜레마
B. 공동체와 유토피아로서 학교
1. 어린이가 교육자는 아니다
2. 공동체로서 학교
3. 가장 자연적인 학교
4. 사태 연구의 필요성
7장 학교에서 삶으로
1. ‘삶을 위해(Vitae)’
2. 비실제적인 것의 유용성
3. 교사의 생동감
4. 작품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유능한 사업가에게 교사는 대부분 ‘그저 그런 일개 공무원일 뿐’이며, 세계의 권력 싸움에서 남자답게 행동하는 저돌적인 사람에게 교사란 ‘남자다운 남자’라고 할 수 없다. 여교사들에 대해서는 아직 결혼도 못 했으니 ‘참 안됐다’라거나 ‘아직 자기 자식이 없기 때문에’ 그리도 전제군주 같을 거야 등등의 말을 하곤 한다. 교사에 대해 이렇게 널리 퍼져 있는 잠재적인 증오의 원인들은 그 뿌리가 원래 훨씬 깊은 데 있다.
-xxxvii~xxxviii쪽
다락방을 찾는 고독한 아이는, 미확정성이 지배하는 제국 안에서 피해 갈 수 없는 시선이, 자신이 그곳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부터 알게 된다. 그 아이는 자신의 외로움에 푹 빠져들기 위해 그곳을 자주 찾는다. 너무 오래돼서 망가진 난로와, 그 겉모양과 무용성 때문에 무감각하게 멍하니 힘없이 참으로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어 버린 낡은 여행가방 사이에서, 그 고독한 아이는 목을 매어 죽어 보기도 한다. 이 방문객은 이런 대상들을 모아 놓은 물건 더미 속에서 생명을 잃은 존재로서 죽어 버린 것들에 합류한다. 비록 그 고독한 아이가 그곳에 잘 어울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보통의 아이라면 그 다락방에 혼자 있는 것을 참으로 좋아할 것이다. 그저 비밀을 서로 공유하면서 기쁨을 느낀다는 의미에서 한패라고 생각할 수 있다.
-139~1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