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학과 예술철학
셸링은 ‘미학(Aesthetik)’이라는 용어를 철저히 거부한다. 바움가르텐이 ≪Aesthetica≫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표하면서 학문 분과로 자리 잡은 미학은 ‘지각하다(aisthanesthai)’라는 단어에서 파생했다. 용어에서 알 수 있듯, 미학은 심리적·감각적 방식으로 예술을 고찰한다. 그러나 셸링은 그러한 방식으로 예술을 설명하는 이론을 ‘예술 없는 예술 이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예술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학을 정초하려 했다.
셸링 철학의 목적
셸링 철학의 기본 입장은 세계의 수많은 대립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원론적 대립이 동일성으로 극복될 수 있으며, 동일성의 완성은 전체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는 “개별적인 부분들은 단지 전체의 이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면서, 보편 세계가 먼저 포착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동일성을 통해 이원론을 극복하는 것이 셸링 철학의 목적이었다.
미적 직관과 ≪예술철학≫
셸링은 미적 직관에 따라 절대자의 이념의 가시적인 형태를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밝히려 했다. 지적 직관은 산출하는 자와 산출된 것, 곧 주관과 객관이 일치하는 직관이다. 이는 보편이 특수 안에서, 무한자가 유한자 안에서, 둘이 살아 있는 통일성으로 결합하는 것을 보게 하는 능력이다. 그 안에서 일자를 통찰함으로써 주관과 객관의 분리가 극복된다. 그런데 지적 직관은 실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객관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미적 직관이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지적 직관의 객관적인 산물은 미적 직관의 산물인 예술이다. 그리하여 그는 “철학이 이념들을 그 자체로서 관조하는 대신 예술은 이념들을 실재로 관조한다”고 한다. 또 “우리가 예술에서 객관성을 제거하면, 그것은 예술로 존재하기를 그만두고 철학이 되며, 우리가 철학에 객관성을 부여하면, 그것은 철학이기를 그만두고 예술이 된다”고 한다.
200자평
셸링은 우리가 나열할 수 있는 세계의 수많은 대립, 곧 이론과 실천, 자연과 정신, 개별과 보편, 주관과 객관, 자유와 필연, 존재와 사유 등의 대립은 통일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예술철학≫은 어떤 체계적 구축으로 이러한 이원론을 극복하는가, 그리고 그 극복의 완성 지점을 왜 예술철학에서 구하는가를 잘 보여 준다.
원전의 10%를 발췌해 번역했다.
지은이
프리드리히 셸링은 독일 뷔르템베르크의 레온베르크에서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5세에 튀빙겐대학교에 입학해 헤겔과 횔덜린을 사귀었다. 17세 때 원죄에 관한 내용으로 학위논문을 썼으며, 1793년부터 지속적으로 철학 논문들을 발표해 독일 철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초기 글에서는 피히테의 영향이 많이 보이지만, 1797년에 발표한 ≪자연철학에 대한 이념≫부터는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 세계를 펼쳐 나가기 시작한다. 1798년 괴테의 추천으로 예나대학교의 교수로 초빙된다. 셸링은 그곳에서 괴테, 실러, 슐레겔 등 독일 낭만파 작가들과 사귀었으며, A. W. 슐레겔의 아내인 카롤리네 슐레겔을 만났다. 그녀는 1803년에 이혼하고 셸링과 결혼했다.
1802년과 1803년에 셸링은 헤겔과 함께 ≪철학 비판지(Kritisches Journal der Philosophie)≫를 제작했다. 헤겔은 그보다 다섯 살 위였지만 그를 친구이자 스승처럼 생각했고, 헤겔의 첫 번째 저술도 ≪피히테의 철학 체계와 셸링의 철학 체계의 차이≫(1801)다. 그러나 튀빙겐대학교에서부터 맺어 온 셸링과 헤겔의 우정은 헤겔이 ≪정신현상학≫(1807)을 발표한 뒤 깨진다.
셸링은 1803년 뷔르츠부르크대학교로 자리를 옮겼고, 1806년에는 뮌헨으로 가서 바이에른 학술원 회원과 미술대학 사무총장을 지내게 된다. 에를랑겐대학교에서도 강의했으며, 1827년에는 뮌헨대학교 교수직을 맡고 미술대학 학장도 지내게 된다. 1841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베를린대학교로 셸링을 초빙했으며, 그는 그곳에서 1846년까지 교수직을 수행했다. 베를린에서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 중에는 나중에 유명해진 사람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키르케고르, 엥겔스, 부르크하르트, 바쿠닌도 있었다.
대표작으로는 ≪자연철학에 대한 이념≫(1797), ≪자연철학의 체계에 대한 첫 번째 기획≫(1799), ≪선험적 관념론의 체계≫(1800), ≪대학 수업 방법에 관한 강의≫(1803), ≪인간 자유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탐구≫(1809), 사후 출간된 ≪예술철학≫(1859), ≪신화 철학≫(1856), ≪계시 철학≫(1861) 등이 있다.
옮긴이
김혜숙은 건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인천교육대학교, 아주대학교, 상명대학교, 건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저서로는 ≪셸링의 예술철학≫, ≪논리학의 이해≫, 역서로는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 ≪선험적 관념론의 체계≫, ≪인간 자유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탐구≫, ≪예술철학≫, 논문으로는 <셸링의 예술철학에 관한 존재론적 연구>, <셸링 자연철학에 있어서의 주관의 자기 전개>, <셸링의 예술철학에 대한 연구>, <셸링과 근대 합리론>, <셸링 사유에 있어서의 자유의 가능성으로서의 선과 악의 가능성에 관한 고찰>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서론
예술학을 개정하도록 만드는 동기
예술철학의 가능성
예술철학의 보편적 연역
제1장 예술철학의 보편적인 부분
제1절 예술 일반의 그리고 보편적인 것으로서의 예술의 구성
제2절 예술의 소재의 구성
1. 예술의 소재로서 신화학을 이끌어 냄
2. 신화학과 관련해 본 고대 시와 근대 시의 대립 – 종교철학적 전개
제3절 특수자 또는 예술형식의(특수한 예술 작품의) 구성
1. 예술 작품 일반론: 숭고함과 미의 대립, 소박함(Naiv)과 감상적임(Sentimental)의 대립, 스타일(Stil)과 작풍(Manier)의 대립
2. 미적 이념의 구체적 예술 작품으로의 이행
제2장 예술철학의 특수한 부분
제1절 실재적 계열과 이상적 계열의 대립에서 예술형식들의 구성
1. 예술 세계의 실재적 측면 또는 조형예술
2. 예술 세계의 이상적 측면 또는 언어예술(좁은 의미에서의 시)
전체 차례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예술은 철학의 객체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특수자로서 무한자를 자신 안에 실제로 표현해야만 한다. 아니면 적어도 그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예술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일일 뿐만 아니라 무한자의 표현으로서는 예술은 철학과 같은 높이에 서는 것이기도 하다. 철학이 절대자를 원상(Urbild)에서 표현한다면 예술은 절대자를 모상(Gegenbild)에서 표현한다.
-34쪽
우리는 여기에서 예술철학은 단지 예술이라는 ‘포텐츠’에서만 표현되는 보편 철학 자체라는 것을 상기해야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별적 현실 사물들의 이념들이 현상에서 객관적으로 되는 방식과 꼭 같은 방법에 따라 예술이 자신의 이념들에게 객관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완전히 파악하게 된다.
-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