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노동 현장에서 노동의 참 의미와 인간을 탐구해 온 최종천 시인의 육필시집.
표제시 <용접의 시>를 비롯한 50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최종천
1986/ ≪세계의문학≫ 등단(김우창 추천)
1988/ ≪현대시학≫ 등단(구상 추천)
1998/ 제1회 문화 예술 위원회 문학 창작지원금 수혜
2002/ 시집 ≪눈물은 푸르다≫(시와시학)
2007/ 시집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창비)
2002/ 제20회 신동엽 창작상 수상
2013/ ≪노동과 예술≫(푸른사상)
≪시와 문화≫ <피아노, 아리아를 위하여>, <쇼팽의 빗방울> 등 음악 산문 연재
≪다시올 문학≫ <시와 산문의 경계> 연재
그 외 ≪현대시학≫ ≪정신과 표현≫, ≪현대시≫ 등에서 작품 연재 중
차례
자서
0
아
피로
당신
오천 원
착한 벌레
용접의 시
도마뱀의 꼬리
춤을 위하여
창
아기가 울다
진정한 사제
미인
기저귀
허물 벗기
오라! 거짓 사랑아
비애
시는 그렇게 죽어라
망치질하기
희망
통증은 환하다
지동설
나는 발기한다
맞선
우롱당하는 고독
눈
상징은 배고프다
비만
상처를 위하여
비 대상
희망을 꺼 놓자
성공은
아름다운 사람
소용돌이
도시의 성자
영원한 혁명
입주
월경
심부름
돌 5
돌 7
돌 1
편지
이중섭 1
이중섭 2
섬
코스모스
표정
모래 위에 떨어진 시선
눈물은 푸르다
최종천은
시인 연보
책속으로
용접의 시
사랑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사랑은 불물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야 옳다
왜, 냐고 묻지 마라
용접 30년 만에 비로소 나는
용접은 불물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쇳덩어리가 녹아 있는 상태. 그건 물불이 아니라
불물인 것이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고로,
사랑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물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이 시는 배짱 하나로 쓴 시다
시는 이렇게도 쓰는 거다
이 멍청한, 아니 청멍한 시인들아!
자서(自序)
난생처음 육필 시집을 엮는다
글씨를 직접 써 보는 일이 별무하여 악필과 졸필이 난무하다.
글씨들이 저마다 다른 곳으로 기어가고 있는 꼴이다
자연에는 이런 실패나 실수가 없다
인간이 하는 예술이란 이러한 일수와 실패의 연속일 뿐 완성은 없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이 자연을 본받음에 있어서 실수와 실패의 수납 창고인 것이다
시 원문보다 이 글씨가 더 시 같아 보인다
독자들께서는 이 난장의 글씨 하나하나를 붙들어 두고 읽으실 일이다
이제라도 글씨 쓰는 연습을 해야 되겠다
여기 실은 시들은 지금까지 세 권의 시집에서 골라 뽑은 시들이다
나의 졸필을 즐기실 수 있는 이는 행복할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일은 이제 봄이 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