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리스트는 사실상 당시 2류 공업 국가인 독일의 상공업 자본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론가다. 대표작인 이 책에서 그는 민족경제의 입장에 서서,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고전경제학의 교환가치 이론을 비판한다. 영국 고전학파 경제학이 무역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영국에 유리하게 다른 나라들을 이론적으로 기만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이에 속지 말 것을 강조한다.
리스트가 내세운 것은 역량(Kraft) 이론이다. 역량은 경제 활동의 잠재적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서, 민족의 부는 노동이 아닌 이런 생산 역량에 의해 증진된다고 본다.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목적에서는 상당히 타당한 개념이다.
또한 리스트의 민족경제학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보호 체제를 강조하고, 제조업이 잘되어야 이에 따라 국내 농업도 발달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즉 리스트가 말하는 보호 체제는 농산물 수입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 제품의 수입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수입 대체 공업화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가 강조하는 제조업은 농업과 상업을 비롯한 경제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된다. 당시에 농업은 주식용 식량과 제조업에서 사용되는 원재료, 그리고 인구 거주 지역 근교에서 생산되는 낙농 제품이나 원예 작물을 공급하는 산업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리스트는 원재료용 농산물과 식량은 자유무역을 통해 해외에서 조달하더라도 공산품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민족 내부에서의 지역 간, 업종 간 분업 관계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인구 거주 지역 부근에서 조달되는 농산물 생산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그의 주된 학설은 제조업 생산을 구심점으로 한 유기적인 민족경제의 발달에 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조업은 정부의 보호정책에 의해 상당 기간 육성되어야 민족경제 전체의 유기적 분업을 위한 구심점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
200자평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프랑스의 중농학파와 영국의 애덤 스미스로부터 전해져 오는 고전학파 경제학의 자유 경쟁과 자유무역 이론이 가지는 ‘사다리 걷어차기’식 위선을 폭로했다. 그리고 민족(Nation)을 경제 단위의 핵심 위치에 놓았다. 유럽 대륙의 후발 공업 국가 독일의 입장에서 제조업 육성을 위한 보호 체제를 강조했다. 민족의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볼 때 새로운 관점이 열리게 된다.
지은이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1789년 독일 남부의 로이틀링겐에서 피혁 가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820년 뷔르템베르크 주의 입법부에 의원으로 선출되어 지방자치의 확대와 사법 절차의 개혁을 주장하다 공공 안전을 저해한다는 죄목으로 10개월의 금고형을 선고받고, 1822년에 해외로 망명했다. 1824년에 독일로 돌아오자마자 체포되었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겠다고 약속하고 석방된 후 1825년에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경질탄 탄광 개발을 발견 단계에서부터 성사시켰으며, 철도 건설 사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치경제 문제에 대한 예리한 눈을 얻었고, 애덤 스미스 학설의 보편적 타당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공업화 도상에 있는 국가에게는 보호관세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 정치경제학 개론≫(1827)을 저술해 자신의 견해를 체계화했다.
1823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와 그 보답으로 독일 주재 미국 영사가 되어 귀국했다. 미국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 독일 철도 체계를 조직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철도 가설에도 착수해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재정적인 난관에 빠지게 되어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갔다. 프랑스에서는 학술원의 논문 공모에서 그의 두 번째 저서가 되는 ≪정치경제학의 자연적 체계≫라는 글을 써 3위 안에 들었다. 이는 미국에서 저술한 ≪개론≫을 발전시키고 역사적인 부분을 더한 것이다. 그 후 독일로 돌아와 주저서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1841)를 집필했다. 1843년부터는 ≪관세연맹지≫를 발간하면서 자신의 사상을 전파해 독일에서 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정 압박과 계획의 좌절로 절망에 빠져 1846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이승무는 서울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19세기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유럽 경제사상사, 경제학에서 확률적 방법론의 발달, 사회보험 등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LG환경연구원 등에서 환경 분야 정책 연구를 했으며, 폐기물과 자원 순환 정책 연구, 그리고 순환형 경제, 사회로의 전환에 관한 연구를 위해 순환경제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해 오고 있으며, 사회자본연구원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순환경제의 미시경제적 조건으로서의 기업과 노동 형태, 지역 단위의 물질 순환적 경제 모델, 이를 위한 사회적 제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조건과 평화적 통일의 경제 모델을 찾아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내가 믿는 세상≫(에른스트 슈마허, 문예출판사, 2003), ≪그리스도교의 기원≫(카를 카우츠키, 동연, 2011), ≪일본의 순환형사회 만들기 무엇이 잘못되었는가≫(구마모토 가즈키, 순환경제연구소, 2012), ≪농촌 문제≫(카를 카우츠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등이 있으며, ≪순환경제학 첫걸음≫(사회자본연구원, 2015)을 썼다.
차례
머리말
서론
제1권 역사
제1장 이탈리아인
제2장 한자인
제3장 네덜란드인
제4장 영국인
제5장 스페인인과 포르투갈인
제6장 프랑스인
제7장 독일인
제8장 러시아인
제9장 북아메리카인
제10장 역사의 가르침
제2권 이론
제11장 경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제12장 생산 역량의 이론과 가치 이론
제13장 사업 운영의 민족적 분업과 민족적 생산 역량의 연합
제14장 사경제학과 민족경제학
제15장 민족 정체성과 민족의 경제학
제16장 인민경제와 국가경제, 정치경제학과 민족경제학
제17장 제조업 역량과 인적·사회적·정치적·민족적 생산 역량
제18장 민족의 제조업 역량과 자연적 생산 역량
제19장 민족의 제조업 역량과 도구적 역량(물적 자본)
제20장 제조업 역량과 농업 이해
제21장 제조업 역량과 상업
제22장 제조업 역량과 해운업, 해군과 식민지화
제23장 제조업 역량과 유통 수단
제24장 제조업 역량과 항구성 및 작업 계속의 원리
제25장 제조업 역량과 생산과 소비 자극 수단
제26장 국내 제조업 역량의 배양과 보호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서 세관
제27장 세관과 지배적 학파
제3권 체계
제28장 이탈리아 민족경제학자들
제29장 산업 체계
제30장 중농주의적 농업 체제
제31장 교환가치 체계
제32장 장 바티스트 세와 그의 학파
제4권 정책
제33장 섬나라의 패권과 대륙 열강−북아메리카와 프랑스
제34장 섬나라의 패권과 독일의 상업 연맹
제35장 대륙 정책
제36장 무역 정책과 독일 관세동맹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어디서든지 역사는 우리에게 사회적·개인적 역량과 상태의 강력한 상호작용을 보여 준다. 이탈리아와 한자 도시들에서, 홀란드와 영국에서, 프랑스와 아메리카에서 우리는 생산 역량들이, 결과적으로 개인들의 부가 자유에, 그리고 정치적·사회적 제도의 완성도에 비례해 증대하고 이것들은 다시금 개인들의 물적인 부와 생산 역량의 증대로부터 자신들의 계속적 완성을 위한 양분을 길어 올리는 것을 보게 된다. 영국의 산업과 세력의 고유한 흥기는 영국의 민족적 자유의 고유한 수립이 있던 때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리고 베네치아인, 한자인, 스페인인, 포르투갈인의 산업과 세력은 그들의 자유와 동시에 몰락에 빠졌다. 개인들이 아무리 부지런하고, 절약 습관이 있고, 발명을 잘하고, 지적이라고 해도, 이들은 자유로운 제도의 결핍을 보충할 수 없었다. 역사는 이처럼 개인들이 생산 역량 대부분을 사회 제도와 상태로부터 길어 올린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169~170쪽
사람들이 강대함의 정상에 도달하여 거기 기어오르는 매개가 된 사다리를 걷어차서 다른 이들이 따라 올라올 수단을 빼앗는 것은 평범한 술책이다. 여기에 애덤 스미스의 사해동포주의적 가르침의 비밀이, 그리고 그의 위대한 동시대인인 윌리엄 피트와 영국 국가 행정 내의 모든 추종자들의 비밀이 있다.
-4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