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작품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춘추(春秋) 진(晉)나라 영공 때의 간신 도안고(屠岸賈)와 충신 조순(趙盾)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도안고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과 함께 영공의 총애를 받고 있던 라이벌 조순과 그의 일족을 몰살했으며, 후에 태어난 겨우 하나 살아남은 조순의 손자인 고아까지도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조씨 집안의 보살핌을 받았던 식객, 떠돌이 의원 정영(程嬰)은 천신만고 끝에 고아를 살리고 장성시켜 결국 조씨 집안의 원수를 갚게 한다.
<조씨 고아>는 고아를 중심으로 고아를 지키려고 하는 인물과 고아를 찾아 없애려고 하는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유교적인 봉건사상과 권선징악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죄 없이 박해당하는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을 구하려는 정의 실현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동서고금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켜 왔다.
대표적인 중국 희곡 연구가 왕국유는 일찍이 ≪송원희곡사(宋元戱曲史)≫에서 이 극을 <두아원(竇娥寃)>과 함께 비극성이 강한 작품으로 보았으며, “세계의 대비극에 열거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극찬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원대 이후 전기(傳奇) <팔의기(八義記)>, 경극(京劇) <수고구고(搜孤救孤)>로 개편되어 지금까지도 상연되고 있다.
200자평
원대 극작가 기군상의 <조씨 고아>는 18세기 초에 이미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되었을 만큼 동서고금에 널리 읽히는 비극 작품이다. 당대 유명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볼테르는 이 작품을 유럽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출중한 걸작이라 격찬했다.
지은이
기군상(紀君祥)은 원대(元代) 잡극 작가로, 천상(天祥)이라고도 한다. 그는 대도(大都) 사람이며 생몰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녹귀부(錄鬼簿)≫에 기군상이 13세기 후반 원 세조(世祖) 지원(至元) 연간(1264∼1294)에 활동했던 정정옥(鄭廷玉)·이수경(李壽卿) 등과 동시대인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원대 세조 때 사람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잡극 <여피기(驢皮記)>, <판차선(販茶船)>, <송음몽(松陰夢)>, <조씨 고아(趙氏孤兒)>, <한퇴지(韓退之)>, <조백명착감장(曹伯明錯勘贓)> 6 종이며, 현재 <조씨 고아> 완정본과 <송음몽> 곡사(曲詞) 1절(折)만이 남아 있다.
옮긴이
정유선은 상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중국어교육전공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다. 상명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학교에서 <왕안석 영사시 연구(王安石詠史詩硏究)>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 북경사범대학에서 <송금 설창기예 연구(宋金說唱伎藝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검보, 스테레오타입의 시각적 재현>, <봉신희 검보 아이콘 읽기>, <중국 검보의 기원에 관한 계보학적 고찰>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번역서로는 ≪중국 경극 검보≫와 ≪중국 경극 의상≫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3
설자····················5
제1절···················17
제2절···················43
제3절···················65
제4절···················85
제5절···················115
해설···················129
지은이에 대해···············135
옮긴이에 대해···············136
책속으로
정발: 이 늙은 도적놈아! 나는 도성이 아니고, 바로 조씨 고아다! 이십 년 전 네놈이 우리 삼백 명의 일족을 남김없이 도륙했으니, 내 오늘 네 녀석을 사로잡아 우리 가문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