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 사회는 미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미용 산업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고, 관련 분야를 다루는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늘 붐빈다. 여기에 더해 얼굴 아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고, 골격 배치까지 고려하면 얼굴 생김을 완전히 달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구강, 그리고 치아라는 영역은 미적인 목표 달성에 빠질 수 없는 영역이다. TV의 성형 관련 프로그램 패널에 치과의사의 자리는 항상 마련되어 있다. 한때 연예인들 사이에서 불었던 양악 수술의 열풍은 현대의 미적 조건에서 구강과 턱이 차지하는 위상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결코 현대 사회에 불쑥 솟아오른 신생물이 아니다.
구강 양치액으로 질산을 사용해서 치아의 법랑질이 다 녹아 버린 사람들이 런던의 거리를 활보하던 때가 있었다.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는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며 마을과 마을 사이를 떠돌다가, 이를 앓는 사람을 만나면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등자에 앉은 채로 순식간에 이를 뽑아 줄 수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던 돌팔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죽은 사람의 치아가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주술적 믿음과 잠시 꽃피웠던 치아 이식술, 그리고 보철적 필요에서 시신의 치아를 수거하는 직업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또 누군가는 서커스 공연보다 더 인기가 좋은 치아 뽑기 쇼를 선보이기도 했고, 모든 치통을 없애는 마법의 물약은 근세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던 시장에서 최고의 판매 상품으로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은 흥미를 유발하는 기록들이거니와 야사의 한 쪽을 차지할 수 있을 광경이기도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옛날부터 치아가 모두의 관심 대상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도 있다.
한편 치아는 여러 문화적, 과학적 발전의 기원이기도 했다. 예로 손수건이 궁중 문화로, 이어 일상의 에티켓으로 자리 잡은 것은 프랑스 황후 조세핀의 심한 충치 때문이었다. 보철로 전쟁 영웅의 시신을 구분해 법의학의 문을 연 것도 치과였다. 밖으로 나갈 구두 값도 벌지 못하던 월트 디즈니에게 구강 위생 캠페인에 쓸 영화 제작을 부탁해 훗날 디즈니월드의 초석을 닦은 것도 치과의사다.
이런 사실들을 단순히 나열하기만 한 책은 아니다. 충치, 돌팔이들, 미국 독립 혁명, 틀니 등 몇 가지 주제로 인류가 치아, 치의학과 함께한 역사를 꿰어 냈다. 치의학사를 이토록 흥미롭게 개괄한 책은 아직까지 없었다. 이 책은 치아를 둘러싼 옛 사람들의 지난한 고민들을 이해하는 친절한 통로가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장 심한 고통 중 하나라는 치통을 안겨 주는 이 영역에서 벌어진 수많은 악전고투가 웃음과 함께 인간을 보는 새로운 눈을 줄 것이다.
200자평
당신에게 치과란 어떤 곳인가? 두려움의 대상인가? 그렇다면 이 책을 보라. 과거의 치과의사가 제공한 것은 볼썽사나운 고통, 쓸데없는 발치,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이었다. 오늘날 치과에서 겪어야 할 것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불편함뿐이니, 그때와 비교하면 당신은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마취가 없던 시절, ‘이 저리게 하는’ 고속 모터음이 들리지 않던 시절로 치의학의 발자취를 더듬어 간다.
지은이
제임스 윈브랜트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필자로, 비행과 산업 등 다방면에 대해 기고하고 있다. 또한 대중음악, 정치적 유머, 유전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읽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책을 저술하고 있다.
옮긴이
김준혁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에서 수련받았다. 현재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료인문학 박사과정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동 대학 의예과 강사로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차례
추천사
감사의 말
머리말
1. 악마, 벌레, 잉여 체액
2. 야바위 돌팔이에서 피투성이 이발사로
3. 발치사가 집에 있느냐?
4. 미국의 경험
5. 이 뽑기의 새 시대
6. 삭제 면허
7. 거짓된 약속
8. 엑스선의 순교자
9. 실질 소득과 영구치
10. 백만 달러의 미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치아와 그 관리에 대한 에티켓 또한 발전하고 있었다. 대륙에서 황후의 불량한 치아를 재건할 수 있는 방법은 망신스러운 패션 액세서리밖에 없었다. 그 주인공 조세핀 황후는 손수건을 썼고, 이 일은 프랑스에서 일말의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동석 시에 내보일 만한 적절한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세핀은 치아를 내보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현대의 의견으로 보았을 때에 그녀는 옳은 판단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여성 참석자가 심술궂게 한마디 남긴 것을 보면, “그녀의 매우 작은 입은 예술적으로 그녀의 불량한 이를 가린다”.
황후는 거울 앞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이를 내보이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연습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간단한 기교로는 충분치 못했기에, 치아만큼이나 비슷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물건, 즉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려고 한 것이다.
-151~152쪽
그의 고문 기구, 예의상 치과 기구라고 부르는 것은 수도 많고 다양하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매우 숙련되어 있으며 일을 맡으면 일류로 해낸다. 치과 기구는 스페인 이단 심문에서 쓰인, 순종하지 않던 런던탑의 죄수들에게 사용된 기구의 축소판이다. 몽키 렌치, 강판, 파일, 정, 큰 칼, 곡괭이, 압착기, 드릴, 단도, 작은 지레, 펀치, 끌, 펜치, 물건을 잡을 수 있고 팔딱거리는 끝을 가진 긴 탐침기는 욱신거리는 치아의 뿌리로 들어가 내면 의식으로부터 비명을 끌어낸다. 노고를 아끼지 않는 치과의사가 차가운 금속으로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는 작은 알코올 등을 비추고 작은 삽을 붉게 달궈, 기대에 가득 찬 웃음을 지으며 당신의 눈앞에서 얼쩡댄다.
그러고는 솜씨 좋게 입 안에 기구를 넣고, 당신이 고함을 지르면 묻는다. “아파요?”
-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