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한윤이의 작품들은 탄탄하면서도 간결한 구성과 사실주의적인 이야기가 특징으로 꼽힌다. 그녀의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잘 쓰인 품격 높은 단편소설을 읽는 것 같다. 성인들이 읽어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에피소드들을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이 겪는 일상들을 소재로 해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한윤이의 단편동화는 폭넓은 독자층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윤이의 단편동화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꼽으라면 우리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이 전집에 실린 작품들을 기초로 해서 분석해 본다면 한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그것은 성숙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성숙은 양심과 사랑, 특히 사람 혹은 세계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랑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작가는 이 주제 의식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여 주기도 하고 어른의 입장에서 보여 주기도 한다. 한윤이 동화에서는 성숙의 문제는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때문에 작가는 이것이 문제가 되는 계기적 사건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한윤이가 성숙의 계기로 생각하는 순간들은 작가가 그려 내는 이야기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어른이 되어서 다시 경험하게 되는 유년기의 기억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고, 아이들이 경험하는 사건 속에서 겪게 되는 어떤 선택의 과정들 속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어른이 등장할 경우 이는 유년기에는 잘 깨닫지 못했던 어떤 경험의 결과를 특정 사건을 통해 다시 깨달음으로서 유년기에 완성하지 못한 양심과 사랑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것은 지연된 성숙의 열매를 뒤늦게 성취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윤이의 뛰어난 단편동화들은 우리 아이들이 성숙에 대해 고민하는 어른으로 자라나는 데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고귀한 선물일 것이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빛나는 선물 말이다.
200자평
한윤이는 아이들이 겪는 일상을 소재로 해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가다. 성인들이 읽어도 흥미로울 정도로 뛰어난 그의 단편동화들은 우리 아이들이 성숙에 대해 고민하는 어른으로 자라나는 데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 책에는 <쥐와의 하룻밤>을 포함한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194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1972년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 선생이 되었다. 이후 서울로 이주하기 전까지 동인 활동을 하며 소설 습작에 열중했다. 197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동박골 아이들>이 당선되며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 후 ≪귀신을 쫓는 아이≫, ≪동전을 만드는 돌층계≫, ≪장화를 신은 고양이≫, ≪다섯 손가락 끝의 무지개≫ 등을 출간했다.
해설자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3년 현재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 과정에 있다. 아동문학에 관심을 두고 일반문학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차례
작가의 말
동박골 아이들
아이와 하모니카
엄마의 얼굴
자물통에 채워진 양심
저녁노을
쥐와의 하룻밤
말집 이야기
무서운 아입니다
동전을 만드는 돌층계
고향을 잃어버린 다람쥐
아빠의 숙제
반드시 이긴다!
새벽에 만난 도둑
숲속학교 문수 이야기
해설
한윤이는
김학중은
책속으로
1.
아이는 집을 떠난 누나를 생각합니다. 과꽃을 좋아하던 누나입니다. 하모니카는 집을 떠나면서 누나가 아이에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자, 네가 가지고 싶던 하모니카! 엄마 말씀 잘 듣고 씩씩한 사람이 돼야 해….”
그리고 누나는 서울로 떠났습니다. 돈 벌어 1년이면 돌아온다던 누나는 1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습니다.
아이는 누나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아이는 방학을 맞아 고모를 따라 서울의 친척집에 온 것입니다.
서울 어딘가에 누나는 살고 있을 것입니다.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과꽃을 좋아하던 누나가 어딘가에서 찾아올 것만 같았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아이와 하모니카> 중에서
2.
쥐가 치이지 않았는가?
아, 쥐의 울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한 마리의 쥐가 덫에 치여 요란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그 곁으로 또 한 마리의 쥐가 찍찍거리며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놈은 덫에 치인 쥐의 곁을 어쩔 줄 몰라 하며 안타깝게 돌고 있는 것이었다.
구 선생은 이 신기한 광경에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몰랐다. 대체 쥐 놈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치이지 않은 쥐는 치인 쥐를 구해 내려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치인 쥐보다 더 애태우는 모습이었다. 다른 쥐들은 놀라 숨어 버렸는지 얼씬도 하지 않았다.
덫에 치이지 않은 쥐는 쥐덫을 건드려도 보고 야단을 떨었지만, 덫에 한번 치인 쥐가 빠져날 리는 없는 일이었다.
치인 쥐는 제발 날 어서 구해 달라는 듯 애절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구 선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빨리 저놈의 쥐 녀석을 죽여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구 선생의 발소리에 잠시 주춤하던 치이지 않은 쥐가, 다가드는 구 선생을 보고 날렵하게 뺑소니를 쳤다.
구 선생은 그쪽의 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덫에 치인 쥐는 큰 쥐가 아니었다. 몸집이 작은, 새끼 쥐를 벗어난 쥐로 오른쪽 발목이 용수철에 눌려 있었다.
<쥐와의 하룻밤> 중에서
3.
날이 밝으면 순아는 먼저 앵두나무 밑으로 갔습니다. 어제 매달았던 알밤이 다람쥐의 밥이 된 걸 확인하는 것입니다. 어느 일요일엔 알밤을 매달아 놓고 온종일 앵두나무를 지켜본 때도 있었습니다. 마침내 다람쥐가 알밤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 까먹는 걸 본 것이지요. 그때의 흥분과 기쁨과 안타까움이 범벅된 마음을 순아는 오래도록 기억했습니다.
<고향을 잃어버린 다람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