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시라는 프리즘을 통해 삶을 꽃으로, 영원으로 재창조한 차옥혜 시인의 육필시집.
표제시 <햇빛의 몸을 보았다>를 비롯한 54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차옥혜
1945/ 전주에서 아버지 차유황과 어머니 왕삼례의 일곱 자녀중 넷째로 태어나다.
1952/ 전주초등학교에 입학하다. 글을 깨우치면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읽을 책이 없으면 국어책을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다. 국어 과목과 글짓기를 잘하고 3학년 때부터 교내 웅변대회에서 계속 일등을 차지하다.
1958/ 전주여자중학교에 입학하다. 3년 동안 전라북도 내 초중고 학생과 일반 합동 각종 웅변대회에서 특등과 1등을 여러 번 하다.
1959/ 교내 및 도내 초중고생 글짓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다.
1960/ 대한적십자사 주최 전국 중고등학생 작품현상모집 작문부에 입선해 이 수필이 ≪삼남일보≫에 실리다. ≪전북일보≫에 단편소설을 몇 차례 나누어 발표하다.
1961/ 전주여자중학교 졸업식에서 학생회장으로 공로상을, 문예 반장으로 기술 종목 특별활동 문예상을, 적십자 단장으로 청소년 적십자 봉사상을 받고,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하다.
1961/ 전주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하다. 대한적십자 전라북도지사 주최 제1회 청소년 적십자 백일장에서 산문부 장원을 하다.
전주시 저축 장려 웅변대회에서 1등, 전라북도 인권 옹호 웅변 대회에서 3등을 하다. 아버지가 지도하는 기독 학생 정신 운동 동아리 ‘사마리탄’ 모임에 참여하다.
1962/ 대한적십자 전라북도지사 제7회 청소년 적십자 시화전에서 1등상을 받다.
1964/ 전주여자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회장과 청소년 적십자 단장으로 공로상을 받고,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하다.
1964/ 경희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하다.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으로 영문과를 택했으나 4년 내내 영어에 소질이 없어 번역된 세계 문학 전집을 읽기에 바쁘다.
종종 경동교회에서 강원용 목사의 종교와 사회에 대한 강연을 듣다.
1968/ 경희대학을 졸업하고 박형규 목사의 추천으로 기독교연합회 총무 김관석 목사의 비서로 근무하면서 국제청소년교환학생회 간사 업무도 맡다.
1969/ 기독교연합회를 사직하고 노동법 학자 임종률과 결혼하다.
1971/ 첫째 아들 형택을 낳다.
1973/ 둘째 아들 경택을 낳다.
1977/ 동생 차옥숭의 주선으로 시 원고 몇 편을 가지고 고은 선생을 처음 만나다.
1982/ 남편이 독일 대학에서 연구 생활을 하게 되어 가족과 함께 출국하기 직전 집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 남편이 중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다. 이로 인해 남편 없이도 독립된 인격으로 세상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자각과 함께 일상에 매몰되었던 자아를 되찾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다. 두 달 후 독일에 도착해 처음 석 달은 보쿰에서 장학재단이 제공하는 주택에 살며 독일어 강의를 들었으며, 남편이 프랑크푸르트대학의 객원 교수가 됨에 따라 프랑크푸르트 인근으로 이사하여 대학에서 개설한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 강좌를 수강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다.
1983/ 뜻밖의 중병으로 두 번이나 독일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다.
1984/ 귀국해 문예진흥원 문예 교양 강좌를 수료하다. 문예진흥원 주최 마로니에 주부 백일장 시부에 우수상으로 입선하다.
1984/ 고은 선생 추천과 김규동, 이근배 선생 심사로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다. 데뷔작은 <겨울나무>와 <여인>이다.
1986/ 첫 번째 시집 ≪깊고 먼 그 이름≫(민음사)을 출판하다.
1987/ 두 번째 시집 서사시 ≪바람 바람꽃≫(일월서각)을 출판하다.
1989/ 자연에서 식물 기르는 일을 작품 생활과 병행하기 시작하다.
1990/ 세 번째 시집 ≪비로 오는 그 사람≫(청하)을 출판하다.
1993/ 네 번째 시집 ≪발 아래 있는 하늘≫(문학세계사)을 출판하다.
1994/ 시선집 ≪연기 오르는 마을에서≫(경원)를 출판하다.
1995/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다.
1996/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논문 현상 모집에서 유일한 당선작으로 뽑히다.
1996/ 다섯 번째 시집 ≪흙바람 속으로≫(시와 시학사)를 출판하다.
1997/ 경희문학상을 수상하다.
1997/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받다. 석사논문은 <고은 시의 변모 양상에 관한 연구-60∼80년대를 중심으로>다.
2000/ 여섯 번째 시집 ≪아름다운 독≫(민음사)을 출판하다.
2006/ 일곱 번째 시집 ≪위험한 향나무를 버릴 수 없다≫(시학)를 출판하다.
2008/ 여덟 번째 시집 ≪허공에서 싹 트다≫(시문학사)를 출판하다.
2010/ 아홉 번째 시집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시문학사)를 출판하다.
2012/ 열 번째 시집 ≪날마다 되돌아가고 있는 고향은≫(시문학사)을 출판하다
2013/ 등단 이후 지금까지 9권의 시집에 시 648편의 시를 담고, 서사시 1권을 쓰고, 신문·잡지 등 간행물에 시 600여 편, 희곡 1편, 논문 1편, 다수의 수필을 발표하다.
차례
시인의 말
1부 눈사람
序詩
눈사람
햇빛의 몸을 보았다
꽃보다 눈부신 사람
매미가 운다
서리꽃
산다는 것은
목련
사랑
북
기도 2
희망봉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달맞이꽃
2부 그 손에 못 박혀 버렸다
바람
밥 11
가끔은 세상이 환하다
그녀의 가난에 세계는 빚지고
산다는 것은 2
에디아카란에게로 가는 길
모랫벌
길 떠나는 바람
눈향나무는 눈은 있으나
길 없이 길을 가는
새 1
등대지기
비
3부 겨울 나그네의 꿈
날마다 되돌아가고 있는 고향은
겨울 나그네의 꿈
연필
귀를 막지 않겠습니다
가족
바람 2
낙엽
나뭇잎
누가 우리를 미치게 했는가
사랑법
낙엽의 열반
바다와 하늘과 나
낯선 방과 나그네
4부 우리 어머니는 시인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흙에게
흙사람 1
마른 껍질들의 합창
슬픈 목숨
분신
어둠
가을엔 소리가 투명하다
친구
연
갱도를 달리는 열차
콩깍지
우리 어머니는 시인
어느 종유석의 그리움
차옥혜는
시인 연보
책속으로
햇빛의 몸을 보았다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내 책상에 펼쳐 놓은 노트에서 옷을 벗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 보라
일곱 가지 색깔이 나란히 사이좋게 반짝이는
색동 몸이다
햇빛의 아름다운 몸을 가만히 어루만지니
어느덧 햇빛이 부피도 무게도 없이
내 손등 위에 있다
세상에 가득하면서도
제자리나 집이 없다
올 사람들의 영혼이 그러할까
떠난 사람들의 넋이 그러할까
무엇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모든 것과 함께하면서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하는
햇빛을 닮으면
내 몸도 무지개가 될까
영원히 썩지 않는 생명이 될까
내 노트 위에서 쉬고 있는 햇빛의 맨몸이
손가락 하나 안 대고
나를 사로잡는다
시인의 말
그동안 활자 뒤에 숨은
내 타고난 악필을 들키고 말았다.
내 시의 향기마저 침식할까 두렵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내 생긴 모습인데.
그래도 육필로 시를 쓰면서
나는 한껏 시와 한 몸이다.
시는 영혼의 꽃이며
내 마지막 친구다.
나는 시가 있어 존재하며
일하고 위로받으며 기쁘다.
시를 통하여 나는 끝없이 거듭나고 성장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세계를 구축하며 넓혀 간다.
꿈을 꾸며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