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두 명의 서술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구성
이 소설은 두 명의 서술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3인칭 서술 시점과 현재 시제로 내용을 이끌어가는 전지전능한 서술자는 작가 디킨스의 시각을 대표하면서 당대의 현실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반면, 주인공이며 1인칭 서술자인 에스터 서머슨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주변 사람에 대한 관찰을 완곡하게 전달하고 있다.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여성 이데올로기의 억압적 성격에 대한 통찰
≪황폐한 집≫은 잔다이스 대 잔다이스 소송이 진행되는 챈서리 법정과 레스터 데들록 경과 레이디 데들록을 둘러싼 사교계에 대한 묘사, 에스터의 개인적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잘 엮여서 당대에 대한 비판을 생생하게 형상화한 소설이다.
디킨스는 이 소설에서 영국의 챈서리 법정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에스터 서머슨을 통해 당대의 여성 이데올로기를 점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에스터는 순종, 겸손, 근면 등 당대의 이상적인 여성의 미덕을 소지한 채 집안 살림을 잘 꾸려간다는 점에서 빅토리아조(朝)의 사회적·가정적 미덕을 완벽히 구현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디킨스는, 집안 살림을 잘한다는 칭찬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에스터의 강박적인 태도를 통해 여성이 집안에서 천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대 이데올로기의 억압적 성격을 통찰하고 있다. 또한 에스터를 통해 여성을 무성적인 천사로 보는 빅토리아조의 여성관에 도전하고 있다.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억압한 채 불모의 삶을 살아가는 레이디 데들록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는 에스터가 잔다이스의 청혼을 받아들였을 경우에 처할 수도 있는 운명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200자평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리얼리즘을 성취한 책임 있는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 이 책은 그의 원숙한 사회 비판이 잘 나타나 있는 후기의 걸작으로 국내에서 처음 번역되었다. 이 소설에서는 두 명의 서술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챈서리 법정으로 대표되는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순종, 겸손, 근면 등을 여성의 이상적인 미덕으로 간주했던 억압적인 여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통찰을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
찰스 디킨스는 1812년 영국 남단의 군항인 포츠머스에서 해군 경리국의 하급 관리인 존 디킨스와 엘리자베스의 팔 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경제관념이 부족한 존 디킨스로 인해 가세가 점점 기울어 디킨스는 돈을 벌기 위해 구두약 공장에 견습공으로 취직하여 형편없는 환경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이 경험은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으며, 자서전적인 소설인 ≪데이비드 코퍼필드≫(1849∼1850)에는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어린 찰스가 노동 계층으로 전락하여 느끼는 고통스러운 좌절감이 잘 나타나 있다. 이후 그는 여러 신문사에 글을 기고하게 되는데, 1834년 <아침 신문>의 의회 담당 기자가 되어 처음으로 ‘보즈’라는 필명으로 런던의 삶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발표했고, 1835년 조지 호가스가 편집인인 <저녁 신문>에 <런던의 풍경> 등 여러 글을 기고했다.
디킨스는 조지 호가스와 인연을 맺으면서 그의 딸인 캐서린과 결혼하게 되고, 처제인 메리를 데리고 첼시에 정착하는데, 메리가 1837년에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자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순수했던 메리에 대한 그리움은 나중에 ≪골동품 가게≫(1840∼1841)에서 어린 넬로 재현된다.
디킨스는 스물한 살 때부터 몇몇 잡지에 기고했던 단편 및 소품을 모아 ≪보즈의 스케치≫(1836)를 출판하지만 그의 명성을 확보해 준 것은 ≪픽윅 보고서≫(1836)였다. 이후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1837∼1839), ≪크리스마스 캐럴≫(1843), ≪돔비와 아들≫(1846∼1848), ≪황폐한 집≫(1852∼1853), ≪어려운 시절≫(1854), ≪작은 도릿≫(1855∼1857), ≪위대한 유산≫(1860∼1861), ≪우리 서로의 친구≫(1864∼1865) 등 많은 작품을 쓰며 영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소설의 인기로 많은 돈을 벌게 된 디킨스는 가정적으로는 별로 행복하지 못했다. 결국 거듭된 과로로 인해 ≪에드윈 드루드의 수수께끼≫를 완성하지 못하고, 1870년 6월 9일 58세의 나이로 개즈 힐에서 숨을 거둔다. 이후 디킨스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시인의 묘역에 안장되었다.
옮긴이
김현숙은 부산대학교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풀브라이트의 연구비 지원으로 미국 하버드대학교 방문 교수를 지냈고 학술진흥재단 해외파견 교수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방문 교수를 지낸 바 있다. 현재 수원대학교 인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세기 영어권 문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디킨즈 소설의 대중성과 예술성≫, ≪영미소설 속의 여성, 결혼, 그리고 삶≫(2007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영미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 1. 2≫(공저), ≪19세기 영어권 여성문학론≫(공저)이 있으며, 역서로는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 ≪아시아계 미국문학의 길잡이≫(공역), ≪인간 등정의 발자취≫(공역) 등이 있다. 그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1장 챈서리 법정에서
2장 사교계에서
3장 경과
4장 망원경적인 박애
6장 편안한 집
8장 수많은 죄를 감추며
9장 표식과 흔적
13장 에스터의 이야기
14장 품행
16장 톰-올-얼론스
17장 에스터의 이야기
18장 레이디 데들록
29장 청년
35장 에스터의 이야기
36장 체스니 월드
38장 갈등
41장 털킹혼 씨의 방에서
42장 털킹혼 씨의 사무실에서
44장 편지와 답장
45장 위탁함
48장 좁혀 들어가기
54장 탄광 파기
55장 가출
56장 추적
57장 에스터의 이야기
59장 에스터의 이야기
61장 밝혀짐
62장 또다시 밝혀짐
64장 에스터의 이야기
65장 세상을 새로 시작하기
67장 에스터 이야기의 마무리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에스터, 네 엄마는 너의 수치이고, 너는 네 엄마의 수치다…. 순종하면서, 자기를 부정하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것만이 그런 그늘을 지고 태어난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