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발라드
1787년부터 1816년까지를 괴테의 고전주의 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 괴테는 ≪로마 비가≫와 ≪베네치아 에피그람≫, ≪크세니엔≫ 등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학 형태를 통해 고대의 예술 정신의 회복을 추구했다. 그러나 고전주의가 고대로의 방향 전환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괴테는 다양한 형태의 발라드를 통해 미학적 성찰에 활기를 불어넣는 문학적 실험을 시도했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전 유럽을 뒤흔든 사건을 겪으면서 그는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 즉 공동생활에서 사랑과 행복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과 방해물이라는 테마를 형상화하고 있다.
사교의 노래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괴테는 기회시, 풍자시, 자연시,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시 쓰기를 시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교적인 노래들’이다. 이 시들은 모두 노래로 부를 수 있는 시들로, 대부분의 작품이 카를 프리드리히 첼터에 의해 노래로 작곡되었다. 교양 있는 사교와 그런 사교를 통해 실현된 “사교적 교양”은 프랑스 혁명이 초래한 문화의 붕괴에 대한 괴테의 대답이었다. 괴테는 인간의 공동생활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와 문명화된 형태들로 프랑스 혁명과 이에 따른 문화적 붕괴에 대항하려고 했다.
소네트
괴테는 낭만주의자들이 부활시킨 소네트를 처음에는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엄격한 그 형태를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 성숙해진 괴테의 정신은 드디어 소네트에 딱 들어맞게 되었다. 소네트는 규칙을 중시하는 엄격한 형태의 시로, 그 근본적인 사상은 ‘정신의 훈육’이다. 소네트의 중심 테마는 열정과 그 열정의 제어가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엄격한 형태로 표현된다. 열정과 체념의 양극성은 뜨거운 사랑의 언어와 엄격한 시 형태 사이의 긴장을 유발한다. 이 소네트를 마지막으로 괴테의 고전주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노년 시대의 문이 열린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괴테 시선 V≫에는 괴테의 고전주의 서정시 24편, 사교시 7편, 발라드 14편, 소네트 17편을 수록했다. 한국괴테학회 회장을 지낸 임우영 교수는 정확한 번역과 함께 당시 시대 상황과 작품의 배경, 인간관계, 작품이 풍자하는 대상 등을 자세한 해설과 주석으로 제시해 작품을 좀 더 정확하고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200자평
독일의 시성(詩聖) 괴테의 시를 모은 ≪괴테 시선≫ 제5권은 고전주의 시들을 소개한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 후 고대 시를 모범으로 삼아 그리스 로마 시대의 예술 정신을 되찾고자 했지만, 그의 문학적 시도가 고대로만 향했던 것은 아니다. 비가나 에피그람 외에도 그는 다양한 장르를 통한 문학적 실험을 시도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여기에서 소개하는 발라드, 사교시, 소네트 등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 문화와 예술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한 그는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개인의 덕행과 공동생활의 질서의 조화를 테마로 형상화한다.
지은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1749년 8월 28일 마인 강변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라틴어와 그리스어, 불어와 이탈리아어 그리고 영어와 히브리어를 배웠고, 미술과 종교 수업뿐만 아니라 피아노와 첼로 그리고 승마와 사교춤도 배웠다. 괴테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2000권에 달하는 법률 서적을 비롯한 각종 문학 서적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한다.
괴테는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1765년부터 1768년까지 당시 “작은 파리”라고 부르던 유행의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법학 공부를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프랑크푸르트에서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에 더 사로잡혀 있었다. 이때 쓴 작품은 ‘질풍노도’ 시대를 여는 작품으로 ≪괴츠 폰 베를리힝겐≫과 ≪초고 파우스트≫와 같은 드라마와, 문학의 전통적인 규범을 뛰어넘는 찬가들을 쓰게 된다. ‘질풍노도’ 시대를 여는 작품인 ≪괴츠 폰 베를리힝겐≫이 1773년 발표되자 독일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는데, 독일에서 드라마의 전통적인 규범으로 여기고 있던 프랑스 고전주의 극을 따르지 않고 최초로 영국의 셰익스피어 극을 모방했기 때문이었다. 프로이센의 왕까지 가세한 이 논쟁으로 인해 괴테는 독일에서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1974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표되자 괴테는 일약 유럽에서 유명 작가가 되었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젊은 작가를 만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몰려들었다.
자신의 장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던 괴테를 18세에 불과했던 바이마르(Weimar)의 카를 아우구스트(Karl August) 공작이 초청했다. 처음에는 잠시 체류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아버지의 권유대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괴테는 이미 유럽에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로 그곳에서 극진한 환대를 받았고, 빌란트(Wieland)를 비롯해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바이마르의 예술적 분위기와 첫눈에 반해 버린 슈타인 부인의 영향으로 그곳에 머무르게 된다. 괴테에 대한 공작의 신임은 두터웠고 공국의 많은 일들을 그에게 떠맡기게 되었다.
여러 해에 걸친 국정 수행으로 인한 피로와 중압감으로 심신이 지친 괴테는 작가로서의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마르 궁정을 벗어나 이탈리아로 여행을 감행했다. 1년 9개월 동안 이탈리아에 체류하면서 괴테가 느꼈던 고대 예술에 대한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고대 미술의 조화와 균형, 그리고 절도와 절제의 정신을 자기 문학을 조절하는 규범으로 삼아 자신의 고전주의(Klassik)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일 문학사에서는 괴테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1788년부터 실러가 죽은 1805년까지를 독일 문학의 최고 전성기인 “고전주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괴테와 실러는 바이마르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고전주의 이상을 실현하는 활동을 했는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유형(類型)”을 통해 “유형적인 개성”으로 고양(高揚)되는 과정을 추구했다. 괴테와 실러의 상이한 창작 방식은 상대의 부족한 면을 보충해 주어 결과적으로 위대한 성과를 올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실러의 격려와 자극으로 괴테는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를 1796년에 완성하고, 프랑스 혁명을 피해 떠나온 피난민들을 소재로 한 ≪헤르만과 도로테아≫를 1797년에 발표해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미완성 상태의 ≪파우스트≫ 작업도 계속 진행해 1808년에 드디어 1부를 완성하게 된다. 실러는 지나친 의욕과 격무로 인해 1805년 5월 46세의 나이로 쓰러지는데, 실러의 죽음은 괴테에게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1815년 나폴레옹이 권좌에서 물러나자 바이마르 공국은 영토가 크게 확장되어 대공국이 되었다. 괴테는 수상의 자리에 앉게 되지만 여전히 문화와 예술 분야만을 관장했다. 1823년 ≪마리엔바트의 비가≫를 쓴 이후로 괴테는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저술과 자연 연구에 몰두해 대작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1829)와 ≪파우스트 2부≫(1831)를 집필하게 된다. 1832년 3월 22일 낮 1시 반, 괴테는 심장 발작으로 사망한다. 그는 죽을 때 “더 많은 빛을(Mehr Licht)” 하고 말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3월 26일 바이마르의 카를 아우구스트 공작이 누워 있는 왕릉에 나란히 안치되었다.
옮긴이
임우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로 있으며, 한국괴테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기획조정처장과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학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대학생을 위한 독일어 1, 2≫(공저), ≪서양문학의 이해≫(공저), ≪세계문학의 기원≫(공저) 등이 있다. 역서로는 ≪크세니엔≫,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 ≪괴테 시선 1∼4≫, 바켄로더와 티크의 ≪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와 ≪예술에 관한 판타지≫, ≪브레히트의 영화 텍스트와 시나리오≫(공역), 오토 바이닝거의 ≪성과 성격≫,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괴테. 예술 작품 같은 삶≫(공역), ≪괴테 사전≫(공저),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낭만주의≫(공역), 라테군디스 슈톨체의 ≪번역 이론 입문≫(공역), 니콜라스 보른의 ≪이별 연습≫, ≪민중본.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 ≪미학 연습. 플라톤에서 에코까지. 미학적 생산, 질서, 수용≫(공역), ≪괴테의 사랑. 슈타인 부인에게 보낸 괴테의 편지≫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괴테의 자연시 <식물의 변형>과 <동물의 변형> : 萬法歸一의 법칙으로서 식물과 동물의 “변형”>(2020), <독자적 소설로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2018), <1775년 가을에 흐르는 괴테의 눈물−사랑의 고통 속에서 솟아나는 활기>(2016), <괴테의 결정적인 시기 1775−“릴리의 시”에 나타난 스물여섯 괴테의 고민>(2015), <흔들리는 호수에 비춰 보는 자기 성찰. 괴테의 시 <취리히 호수 위에서>>(2014) <괴테의 초기 예술론을 통해 본 ‘예술가의 시’ 연구. <예술가의 아침 노래>를 중심으로>(2013), <‘자기 변신’의 종말? : 괴테의 찬가 <마부 크로노스에게>>(2011), <“불행한 사람”의 노래 : 괴테의 찬가 <겨울 하르츠 여행>(1777)>(2008), <영상의 문자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단편 소설에 나타난 ‘겹상자 문장’ 연구>(2007), <괴테의 ≪로마 비가(Römische Elegien)≫에 나타난 에로티시즘>(2007),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에 나타난 ‘체념(Entsagung)’의 변증법>(2004), <괴테의 초기 송가 <방랑자의 폭풍 노래> 연구. 시인의 영원한 모범 핀다르(Pindar).>(2002), <괴테의 초기 시에 나타난 신화적 인물 연구>(2001), <새로운 신화의 창조−에우리피데스, 라신느, 괴테 그리고 하우프트만의 ≪이피게니에≫ 드라마에 나타난 그리스의 ‘이피게니에 신화’ 수용>(1997) 등이 있다.
차례
고전주의 시대 3(1787∼1816)
서정시 Lyrisches
풍경화가 아모르 AMOR EIN LANDSCHAFTSMALER
큐피드, 장난꾸러기, 제멋대로 노는 소년!… Cupido, loser, eigensinniger Knabe…
방문 DER BESUCH
아침의 탄식 MORGENKLAGEN
뻔뻔함과 즐거움 FRECH UND FROH
콥타의 노래 KOPHTISCHES LIED
바다의 침묵 MEERESSTILLE
행복한 항해 GLÜCKLICHE FAHRT
연인의 곁 NÄHE DES GELIEBTEN
뮤즈들의 아들 DER MUSENSOHN
형편이 좋은 사람들에게 AN DIE GÜNSTIGEN
봄날 황금빛 태양이 비치는 시간에… In goldnen Frühlingssonnenstunden…
소네트 DAS SONETT
자연과 예술… NATUR UND KUNST…
이른 봄 FRÜHZEITIGER FRÜHLING
변화 속의 지속 DAUER IM WECHSEL
세계의 원리 WELTSEELE
행복한 부부 DIE GLÜCKLICHEN GATTEN
5월의 노래 MAILIED
꽃의 인사 BLUMENGRUSS
스위스 노래 SCHWEIZERLIED
현재 GEGENWART
발견 GEFUNDEN
유유상종 GLEICH UND GLEICH
인물이나 특별한 사건을 위한 시들 Gedichte auf Personen und Ereignisse
실러의 시 “종”을 위한 에필로그 EPILOG ZU SCHILLERS “GLOCKE”
카를 폰 리그네 후작께 AN DEN FÜRSTEN KARL VON LIGNE
어느 방명록에 In ein Stammbuch
카롤리네 폰 바이마르 공주님께 An Prinzessin Caroline von Weimar
카를스바트 시민의 이름으로 프랑스 황후마마께 IM NAMEN DER BÜRGERSCHAFT VON KARLSBAD. Ihro der Kaiserin von Frankreich Majestät
자, 마시자! ERGO BIBAMUS!
바이마르의 즐거운 사람들 DIE LUSTIGEN VON WEIMAR
발라드 Balladen
보물 캐는 사람 SCHATZGRÄBER
성담(聖譚) LEGENDE
코린트의 신부 DIE BRAUT VON KORINTH
신과 무희(舞姬) DER GOTT UND DIE BAJADERE
마술 견습생 DER ZAUBERLEHRLING
기사 쿠르트의 신부맞이 여행 RITTER KURTS BRAUTFAHRT
결혼 축가 HOCHZEITLIED
원격 작용 WIRKUNG IN DIE FERNE
요하나 제부스 JOHANNA SEBUS
에페소의 디아나 여신은 위대하다 GROSS IST DIANA DER EPHESER
신뢰할 수 있는 에카르트 DER GETREUE ECKART
죽은 사람들의 무도 DER TOTENTANZ
걸어 다니는 종 DER WANDELNDE GLOCKE
발라드 BALLADE
소네트 Sonette
I 엄청난 놀라움 MÄCHTIGES ÜBERRASCHEN
II 다정한 만남 FREUNDLICHES BEGEGNEN
III 짧게 말해서 KURZ UND GUT
IV 여인이 말한다 DAS MÄDCHEN SPRICHT
V 성장 WACHSTUM
VI 여행 식량 REISEVERZEHRUNG
VII 이별 ABSCHIED
VIII 사랑하는 여인이 쓴다 DIE LIEBENDE SCHREIBT
IX 사랑하는 여인이 다시 한번 DIE LIEBENDE ABERMALS
X 여인은 끝을 맺을 수 없다 SIE KANN NICHT ENDEN
XI 복수의 여신 NEMESIS
XII 크리스마스 선물 CHRISTGESCHENK
XIII 경고 WARNUNG
XIV 회의적인 사람들 Die Zweifelnden :
사랑하는 사람들 Die Liebenden :
XV 여인 Mädchen :
시인 Dichter :
XVI 새로운 시대 EPOCHE
XVII 낱말 수수께끼 SCHARADE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V 성장(WACHSTUM)
그대가 작고 귀여운 아이였을 때 들판으로 초원으로
나와 함께 뛰어나갔지, 여러 봄날 아침에.
“마치 어린 딸처럼 사랑스럽게 돌보기 위해
여느 아버지처럼 행복한 집들을 짓고 싶구나!”
그리고 그대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집안일 돌보는 것이 그대의 기쁨이었지.
“마치 여동생처럼! 내 마음 숨길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찌 털어놓을 수 있나, 아아, 그녀가 내게 그러듯!”
이제 아무것도 아름다운 성장을 방해할 수 없다네.
내 가슴에 사랑이 뜨겁게 요동치는 게 느껴지는데,
이 고통 달래기 위해 내가 그녀를 껴안을 것인가?
하지만 아아! 이제 그대를 군주 부인으로 생각해야 하네.
그대는 내 앞에 너무나 가파르게 높이 서 있어,
나는 그대가 얼핏 던지는 눈길에 머리를 숙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