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후위기, 삶의 전환을 요청하다
기후위기는 탄소 배출량 감축으로만 논할 수 없는 정치의 문제,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 존재론과 인식론의 문제다. 단순 과학적 사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세계화와 자유 무역, 인간만을 주체로 상정하는 인식을 다루지 않고서는 그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결코 해결할 수도 없다. 기존 삶의 방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청되는 것이다. 성찰과 변화는 교육의 일이다. 특히 세계와 연결된 시민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공교육은 전 지구 시스템의 위기 상황에서 그 의미와 목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삶의 전환을 위해 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기후위기, 생태위기가 전면화된 상황에서 교육의 역할이 다음과 같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어떤 존재의 자유와 평등이 훼손되고 있는지 다루는 것, 어디서부터 그와 같은 문제가 생겨났는지 논하는 것, 그러한 문제와 기존의 사회 질서와 체제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탐색하는 것, 모두의 좋은 삶을 위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라 칭한다. 더 나아가 자기 인식의 전환, 주체 재개념화, 메타 역량에 대한 인식이라는 전환의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 교육,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기후위기와 삶과 교육의 전환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함께 이 책에는 우리나라 국가, 시·도교육청, 단위학교 수준의 기후위기 대응 사례가 담겨 있다. 특별히 저자들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세 학교를 직접 찾아 그곳의 학생, 학부모, 교사, 마을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후위기는 분명 전 지구적인 재앙이자 거대한 구조의 문제이지만, 개별 행위자와 그들의 일상적 실천 없이는 다뤄 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 내고 있는 이들의 미시적인, 그러나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조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공존의 가능성과 희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기후위기라는 재앙이 이미 닥친 현실에서, 공존과 희망을 말하는 교육은 어떤 모습인지 드러낸다. 전면화된 기후위기 앞에서 어떤 존재의 자유와 평등이 훼손되고 있는지, 어디서부터 그러한 문제가 생겨났는지, 그 문제와 기존의 사회 질서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두의 좋은 삶을 위한 상상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 다루는 세 학교의 사례를 보여 준다.
지은이
남미자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연구와 공부를 주업으로 하며 살고 있다. 과학기술계 비정규직 박사 연구원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계와 경계 너머의 세계와 그것들의 곁이 되는 연구에 관심이 많다.
김경미
학부와 대학원에서 지구과학교육을 공부했다. 공립학교와 대안학교를 넘나들며 과학 교사로 살아오다, 더 나은 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교육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 ‘마을학교’를 주제로 연구 중이며, 청소년들이 삶의 주체가 되어 성장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김종민
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사회 네트워크 분석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데이터과학과 예술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며, 학교 설립 및 운영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윤상혁
‘교육청에서 일하는 교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서울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에서 교육정책 개발과 조정, 미래교육 기획을 하고 있다.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교육이라 믿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수정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일본의 주민운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환경운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어 가는 환경교육에 관심이 많다. 현재 모두를위한환경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대학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정용주
서울 탑산초등학교 교사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며 전환적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공저, 2020) 등 다수가 있다.
차례
서문
01 기후위기 시대, 교육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
기후위기는 근대의 사회경제 구조가 만든 위기다
근대적 삶의 양식에 대한 성찰은 교육의 영역
교육을 토대로 한 지속 가능한 삶
02 우리 교육의 기후위기 대응 현황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계획
기후변화 교육을 위한 주요 기관 및 네트워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교육청의 노력
03 기후위기 시대, 교육의 전환 방향
존재론적 인식의 전환: 연결
주체의 재개념화: 상호 횡단하는 윤리적 주체
총체적 잘 살기의 확장: 메타 역량으로서 지구
04 은하수학교
맥락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기후위기 대응으로서 교육의 전환
교육의 전환 결과
05 하늘중학교와 구름골마을
맥락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기후위기 대응으로서 교육의 전환
교육의 전환 결과
06 푸른고등학교
맥락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기후위기 대응으로서 교육의 전환
교육의 전환 결과
07 기후위기 시대, 교육의 전환을 위한 토대
세 가지 차원의 교육 체제 전환
학습과 일, 놀이, 돌봄, 삶의 순환성
전환의 두 축으로서 ‘생태’와 ‘노작’
생태전환교육과정을 위한 통합적 접근
참고문헌
책속으로
오랫동안 전 지구를 지배해 온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교육의 체제와 구조 역시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 15쪽
스테판 하딩(Stephan Harding)은 “우주에서 영광스런 고립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존재하기 위해 다른 것들과의 관계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 32쪽
인간 존재를 횡단하는 신체성(transᐨcorporeality)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근대 휴머니즘이 가진 인간중심주의적 오만을 넘어서려는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지향성이다. 왜냐하면 횡단ᐨ신체적인 사유는 세계와 자아가 서로 연결되어 함께 존재한다는 이해를 토대로 존재들의 경계보다는 연결을 만듦으로써 윤리적 행동의 수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41쪽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좀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면, 이게 ‘땀 흘리고 불편하고 힘든 것들을 너무 천대하는 세상이라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긴 했어요.”(교사 최희수)
– 72쪽
“세상이 대멸종에 처하는데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국, 영, 수, 과 가르치는 옛날의 교육 방식대로 책을 보고 ‘기후위기가 심각해’라고만 하고 이렇게 넘어간다면, 교육이 본디 갖고 있는 역할을 전혀 못 하는 거잖아요. 삶을 바꾸는, 세상을 바꾸는 거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시대가 당면한,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가 교육에 정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 당연히 이런 자연과 생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지 않나.”(전소율 교장)
– 74쪽
“이미 기후위기로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안에는 또 다른 불평등이 있잖아요. 왜냐하면 나는 당장 에어컨이 있는 집에 살고 있고, 그런 것이 없는 주거나 노동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되는 거고. 그런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학생 성은하)
– 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