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김상훈은 해방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했던 시인 중 하나였다. 항일 유격 활동으로 일제에 검거되어 복역 중에 해방을 맞은 그는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민중조선≫이라는 잡지를 발행한다. 안타깝게도 창간호를 발행하는 데에 그치고 말았지만, 잡지 발간 이후에도 유진오 등 여러 동료와 공동으로 시집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시인의 걸을 걷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그해 말에 결성된 ‘학병동맹’에서 활동하거나, 연이어 개인 시집 ≪대열≫과 ≪가족≫을 발간하는 등 짧은 기간 동안 왕성한 활동을 통해 이른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전위 시인’의 역할을 자처했다. 좌익 계열 문인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고, 김상훈 역시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르며 활동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평론을 발표하고 고전을 번역·출간하는 등 문학에 대한 열망을 지속해 나갔다.
우리 근대 문학사의 많은 인물들이 그렇듯 김상훈 역시 당대의 사회·역사적 현실과 떼어 놓고 그의 문학 세계를 논할 수는 없다. 실제 작품들 중 상당수는 직접적인 목적을 가진 소위 ‘행사시’로 쓰이기도 했고, 소재 면에서도 ‘깃발, 노동자, 항쟁’ 등 당시 그가 추구했던 이념적 가치들을 선명하게 연상시키는 것들이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따라서 김상훈이 작품을 발표하던 당시부터, 그의 문학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년대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김상훈의 문학은 ‘시대적 이념 구현’이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점에서의 문학사적 평가는 때로 우리 근대 문학, 특히 일제 말에서 해방 공간에 이르는 시기의 문학을 대할 때 그 성과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의 모순과 상존한다.
시인은 지식인으로서 먼저 시대적 전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객관적 관찰을 통해 시적 대상으로서 ‘무력한 사람들’을 호출해 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관찰의 이면에 그들과 자신의 처지를 동일하게 인식하는 공감과 연민의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의 시는 ‘민중’을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내세운 동시대 다른 시인들의 작품보다 더 핍진하게 그들의 삶을 그려 내고 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과 달리 미래의 전망을 향해 선뜻 발걸음을 내딛기보다는 그들의 실제 삶 속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200자평
해방 공간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전위 시인’으로 나선 김상훈. 그러나 그의 시는 민중 영웅이 아니라 약하고 지친 내 가족, 내 이웃을 노래한다. 문학적 완성도보다도 ‘주위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을 허식 없이’표현하고자 한 진정성이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지은이
김상훈(金尙勳, 1919. 7. 10∼1987. 8. 31)은 1919년 경남 거창군 가조면에서 빈농이었던 김채완(金采琓)과 부인 안동 권씨 사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출생 직후 아들이 없던 큰아버지 김채환(金采煥)과 부인 의성 김씨 슬하로 입양되었다. 거창의 지주였던 큰아버지 역시 종가를 지키기 위해 입양된 사람으로서 별다른 차별 대우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양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후 시인은 경제적 차이가 나는 두 집안을 보면서 내면적 괴로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학문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의 엄격함 때문에 독선생을 모시고 어릴 때부터 한학을 익혔던 김상훈은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문재가 뛰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신학문을 배우고 싶었던 김상훈은 아버지를 설득해 방과 후에도 한학을 계속 익힌다는 조건으로 뒤늦게 가조보통학교에 입학, 15세인 1933년에 졸업(4회)했다.
18세인 1936년에는 단식을 하면서까지 아버지와 대립한 끝에 서울의 중동중학교(5년제)에 입학해 영어 선생님이던 김광섭의 지도를 받고, 급우인 유진오와 함께 도서반원 활동을 하며 문학을 접하게 된다. 이처럼 아버지와 의견을 달리하던 김상훈은 이후 점차 아버지의 친일 지주적인 면과 강하게 대립하게 되는 한편, 반대로 어머니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21세가 되던 1939년 11월 27일 ≪조선일보≫에 처녀작 <석별>을, 12월에는 ≪학우구락부≫에 <초추(初秋)>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1941년에는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 ‘만월’이라는 문학 서클(정준섭, 조세환, 서갑록 등 7명으로 구성)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임화 등과 교류했다. 학교를 조기 졸업한 뒤 1944년에 징용으로 원산의 철도 공장에 끌려가 선반공으로 일하게 된다. 징용 중에 걸린 맹장염으로 긴급 수술을 하게 된 김상훈은 친구인 시인 상민(常民)의 권유로 요양을 핑계 삼아 징용을 탈출해서 항일 무장 단체인 협동당 별동대에 가담해 발군산에 입산한다. 그러나 곧 일본 경찰에 피검되어 구속 수감 중에 해방을 맞게 된다.
출옥 이후 김상훈은 조선학병동맹, 조선문학가동맹 등에 가입하면서 해방 공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한다. 11월 30일 ≪민중조선≫을 창간하고 발행인 겸 주간으로 일하면서 작품을 발표하고 ‘월요회’를 구성, 1946년에는 김광현, 박산운, 유진오, 이병철 등과 공동 시집 ≪전위 시인집≫(노농사)을 간행한다. 한 사람이 5편씩, 총 25편의 시를 수록한 이 시집에는 임화와 김기림이 서문을, 오장환이 발문을 썼는데 이를 통해 김상훈은 해방 공간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진 시인 중 한 명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른바 ‘전위 시인’으로 불리던 김상훈은 1947년 김광균의 글 <문학 평론의 빈곤>(≪서울신문≫, 3. 4)에 반박해 <빈곤의 논리>(≪독립신보≫, 3. 11)를 발표하고 이어 <시경에서 보는 계급 의식>(≪문학평론≫, 4. 19), <테러 문학론>(≪문학≫ 4호) 등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의식을 보다 구체화한다. 5월에는 26편의 항쟁시를 포함한 시집 ≪대열≫(백우서림)을 발간하고, 강원도 지역을 순회하는 ‘문화 공작대’로도 활약한다. 이듬해 10월 서사시집 ≪가족≫(백우사)을 발간하고 번역 시집을 내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하다가, 끝내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고초를 겪기도 한다. 남한 단독 정부 수립 이후에 좌익 세력 색출 과 통제, 회유를 위해 결성된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면서 전향하지만, 한국전쟁 발발 이후 다시 북한군에 의해 의용군으로 입대하게 되고, 종군 작가 신분으로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10월경 유엔군에 쫓겨 입북한 뒤 그대로 북한에 남는다.
북한에서는 ‘문예총’에 가입해 임화의 도움 아래 ≪문학전선≫ 편집인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나, 남로당 계열 문인 숙청 때 김상훈 역시 추방되어 한때 사망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후 1962년에 ≪조선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북한에서 문단 활동을 재개했으며, ‘고전 문학 편찬 위원회’에 소속되어 고전 문학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을 주도하면서 이용악과 함께 악시가(樂詩歌) ≪풍요선집≫ 등을 간행했다. 다시 10여 년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1973년 ≪조선문학≫에 두 편의 시를 발표한 뒤에는 고전 번역 사업에만 종사하면서 후학 양성과 번역집 발간을 하던 끝에 1987년 사망한다.
엮은이
남승원(南勝元)은 문학 평론가다. 경희대학교에서 <한국 근대시의 물신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2010년 ≪서울신문≫에서 등단, 현재 문학계간지 ≪시인동네≫와 ≪포지션≫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차례
≪前衛 詩人集≫
말
田園 哀話
葬列
旗폭
바람
≪隊列≫
아버지의 門 앞에서
市民의 집들
어머니
소
勞動者
고개가 삐뚜러진 동무
어머니에게 드리는 노래
順伊
小白山脈
東으로 向한 窓
≪家族≫
家族
小乙이
北風
草原
獵犬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목록
≪초판본 가람 시조집≫ 이병기 지음, 권채린 엮음
≪초판본 고석규 시선≫ 고석규 지음, 하상일 엮음
≪초판본 고원 시선≫ 고원 지음, 이석 엮음
≪초판본 고정희 시선≫ 고정희 지음, 이은정 엮음
≪초판본 구상 시선≫ 구상 지음, 오태호 엮음
≪초판본 구자운 시전집≫ 구자운 지음, 박성준 엮음
≪초판본 권구현 시선≫ 권구현 지음, 김학균 엮음
≪초판본 권환 시선≫ 권환 지음, 박승희 엮음
≪초판본 김관식 시선≫ 김관식 지음, 남승원 엮음
≪초판본 김광균 시선≫ 김광균 지음, 김유중 엮음
≪초판본 김광섭 시선≫ 김광섭 지음, 이형권 엮음
≪초판본 김규동 시선≫ 김규동 지음, 이혜진 엮음
≪초판본 김기림 시선≫ 김기림 지음, 김유중 엮음
≪초판본 김남주 시선≫ 김남주 지음, 고명철 엮음
≪초판본 김달진 시선≫ 김달진 지음, 여태천 엮음
≪초판본 김동명 시선≫ 김동명 지음, 장은영 엮음
≪초판본 김동환 시선≫ 김동환 지음, 방인석 엮음
≪초판본 김민부 시선≫ 김민부 지음, 김효은 엮음
≪초판본 김상옥 시선≫ 김상옥 지음, 최종환 엮음
≪초판본 김상용 시선≫ 김상용 지음, 유성호 엮음
≪초판본 김상훈 시선≫ 김상훈 지음, 남승원 엮음
≪초판본 김소월 시선≫ 김소월 지음, 이숭원 엮음
≪초판본 김억 시선≫ 김억 지음, 방인석 엮음
≪초판본 김영랑 시선≫ 김영랑 지음, 홍용희 엮음
≪초판본 김영태 시선≫ 김영태 지음, 권현형 엮음
≪초판본 김조규 시선≫ 김조규 지음, 추선진 엮음
≪초판본 김종삼 시선≫ 김종삼 지음, 이문재 엮음
≪초판본 김춘수 시선≫ 김춘수 지음, 이재복 엮음
≪초판본 김현승 시선≫ 김현승 지음, 장현숙 엮음
≪초판본 남해찬가≫ 김용호 지음, 김홍진 엮음
≪초판본 노자영 시선≫ 노자영 지음, 임정연 엮음
≪초판본 노천명 시선≫ 노천명 지음, 김진희 엮음
≪초판본 님의 침묵≫ 한용운 지음, 이선이 엮음
≪초판본 리욱 시선≫ 리욱 지음, 장은영 엮음
≪초판본 모윤숙 시선≫ 모윤숙 지음, 김진희 엮음
≪초판본 박남수 시선≫ 박남수 지음, 이형권 엮음
≪초판본 박노춘·함윤수 시선≫ 박노춘·함윤수 지음, 차선일 엮음
≪초판본 박두진 시선≫ 박두진 지음, 이연의 엮음
≪초판본 박목월 시선≫ 박목월 지음, 노승욱 엮음
≪초판본 박봉우 시선≫ 박봉우 지음, 이성천 엮음
≪초판본 박성룡 시선≫ 박성룡 지음, 차성연 엮음
≪초판본 박세영 시선≫ 박세영 지음, 이성천 엮음
≪초판본 박용래 시선≫ 박용래 지음, 이선영 엮음
≪초판본 박용철 시선≫ 박용철 지음, 이혜진 엮음
≪초판본 박인환 시선≫ 박인환 지음, 권경아 엮음
≪초판본 박재삼 시선≫ 박재삼 지음, 이상숙 엮음
≪초판본 박정만 시선≫ 박정만 지음, 조운아 엮음
≪초판본 박종화 시선≫ 박종화 지음, 최경희 엮음
≪초판본 박팔양 시선≫ 박팔양 지음, 추선진 엮음
≪초판본 백두산≫ 조기천 지음, 윤송아 엮음
≪초판본 백석 시전집≫ 백석 지음, 이동순 엮음
≪초판본 변영로 시선≫ 변영로 지음, 오세인 엮음
≪초판본 서정주 시선≫ 서정주 지음, 허혜정 엮음
≪초판본 설정식 시선≫ 설정식 지음, 차선일 엮음
≪초판본 송욱 시선≫ 송욱 지음, 신진숙 엮음
≪초판본 신석정 시선≫ 신석정 지음, 권선영 엮음
≪초판본 신석초 시선≫ 신석초 지음, 나민애 엮음
≪초판본 심훈 시선≫ 심훈 지음, 최도식 엮음
≪초판본 오규원 시선≫ 오규원 지음, 이연승 엮음
≪초판본 오상순 시선≫ 오상순 지음, 여태천 엮음
≪초판본 오일도 시선≫ 오일도 지음, 김학중 엮음
≪초판본 오장환 시선≫ 오장환 지음, 최호영 엮음
≪초판본 유완희 시선≫ 유완희 지음, 강정구 엮음
≪초판본 유치환 시선≫ 유치환 지음, 배호남 엮음
≪초판본 윤곤강 시선≫ 윤곤강 지음, 김현정 엮음
≪초판본 윤동주 시선≫ 윤동주 지음, 노승일 엮음
≪초판본 윤석중 시선≫ 윤석중 지음, 노현주 엮음
≪초판본 이광웅 시선≫ 이광웅 지음, 고인환 엮음
≪초판본 이동주 시선≫ 이동주 지음, 김선주 엮음
≪초판본 이상 시선≫ 이상 지음, 이재복 엮음
≪초판본 이상화·이장희 시선≫ 이상화·이장희 지음, 장현숙 엮음
≪초판본 이성선 시선≫ 이성선 지음, 김효은 엮음
≪초판본 이용악 시선≫ 이용악 지음, 곽효환 엮음
≪초판본 이육사 시선≫ 이육사 지음, 홍용희 엮음
≪초판본 이은상 시선≫ 이은상 지음, 정훈 엮음
≪초판본 이찬 시선≫ 이찬 지음, 이동순 엮음
≪초판본 이탄 시선≫ 이탄 지음, 이성혁 엮음
≪초판본 이하윤 시선≫ 이하윤 지음, 고봉준 엮음
≪초판본 이한직 시선≫ 이한직 지음, 이훈 엮음
≪초판본 이형기 시선≫ 이형기 지음, 정은기 엮음
≪초판본 임영조 시선≫ 임영조 지음, 윤송아 엮음
≪초판본 임학수 시선≫ 임학수 지음, 윤효진 엮음
≪초판본 임화 시선≫ 임화 지음, 이형권 엮음
≪초판본 장만영 시선≫ 장만영 지음, 송영호 엮음
≪초판본 전봉건 시선≫ 전봉건 지음, 최종환 엮음
≪초판본 정공채 시선≫ 정공채 지음, 오태호 엮음
≪초판본 정지용 시선≫ 정지용 지음, 이상숙 엮음
≪초판본 정한모 시선≫ 정한모 지음, 송영호 엮음
≪초판본 조명희 시선≫ 조명희 지음, 오윤호 엮음
≪초판본 조벽암 시선≫ 조벽암 지음, 이동순 엮음
≪초판본 조병화 시선≫ 조병화 지음, 김종회 엮음
≪초판본 조지훈 시선≫ 조지훈 지음, 오형엽 엮음
≪초판본 조향 시선≫ 조향 지음, 권경아 엮음
≪초판본 주요한 시선≫ 주요한 지음, 김문주 엮음
≪초판본 천상병 시선≫ 천상병 지음, 박승희 엮음
≪초판본 최남선 시선≫ 최남선 지음, 김문주 엮음
≪초판본 한하운 시선≫ 한하운 지음, 고명철 엮음
≪초판본 한흑구 시선≫ 한흑구 지음, 이재원 엮음
≪초판본 홍사용 시선≫ 홍사용 지음, 차성연 엮음
≪초판본 황석우 시선≫ 황석우 지음, 김학균 엮음
책속으로
●新作路 나자 젊은것들 끌어가고
拓植會社에 마지막 世傳畓을 팔든 날
일만 하면 먹여 주는 마름집 소 八字가 부럽다고
石伊는 밤새워 울드니 이날도 亦是 소가 부러운 게다.
왜놈이 쫓겨만 가면 제 것이야 찾을 줄 알었드니
한 마지기 석 섬이 더 나는 이 넓은 들을 또 누가 차지하노!
먹이 찾어 뿔뿔이 흐터지든 무리
빈주먹 쥐고 거지 되여 찾어들며 前生에 지은 罪를 뉘우치고,
壬亂 때부터 살아온 이 마을이 三百 年 동안 쉰 집이 못 찬다고
하라버지 嘆息하야 山禍라 일커르고
病들어도 藥 한 첩 못 써 보고 죽이는 눈알이 까−만 어린것을
惶恐無地하야 山神에게만 빌었다.
朝鮮아 물어보자! 그대의 아들 八割이 굶주리누나
어인 前生에 罪지은 者 이리 많으며
어인 송장의 毒이 이리 크며
어인 神靈의 극성 이리 限없나
아아 農軍은 사람이 아니라니 ‘朝鮮’아 이래야 옳으냐!
●어머니와 함께 간다
어머니는 편지 읽듯이 革命歌를 웨이며
늙었으니 앞장서겠다고 벌판으로 달려간다
동무야 주먹을 쥐자
어머니와 함께 싸우려 가는 길이다
거리마다 피투성이다
누구에게 물려받은 총알인지
거리마다 피투성이다
누덕이 속에서 버리밥을 너흘어
제비 새끼처럼 입 마추어 먹여 길른
이 땅 아들들이 함부로 쓰러지는 것을
어머니를 부르며 “어머니 나라 萬歲!”
풀뿌리를 짓씹으며 쓰러지는 것을
눈보라 얼어붙은 따 우에서
몇 날 몇 밤을 안구 우는 어머니
몬지와 바람과 가난에 결어
어머니의 눈알이 怒해서
怒한 눈알이 도적을 노린다
●어머니는 미치는 듯하다
어머니는 最大 反撥을 敢行할 모양이다
아들이 쓰다 둔 글빨을 날렸다
아들이 하구 싶던 말을 웨첬다
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다
어머니는 아들의 意志의 새로운 表現이다
모든 것이 合流하였다
이 偉大한 힘과
이 偉大한 사랑이
合流하여 아우성이 일었다
화살은 번번히 관혁을 마쳤다
사람들은 올밤이처럼 놀라운 눈을 떴다
너무도 正直한 光炎이
뼈속에 깊이 스며드렀다
어머니의 가슴에도
돌팔매가 날러왔다
피가 듣는다 붉고 검은 피!
어머니는 쓰러졌다
살이 찟기우면서도 부르짓고
부르짖으면서 숨이 젔다
“正義는 반드시 이기리다
너희들의 野獸 같은 殘虐으로 하여서도
사랑의 피는 헛되이 흐르지 않으리라.”
아아 世界야
한 女人의 落日같이 悲壯한 最後를 爲하야
모조리 머리를 숙이라
百萬의 兵士로도 어찌한 수 없는
偉大한 母性愛의 燦爛한 開花를 爲하야
모도 손을 잡으라!
든든히 손을 잡고 서라!
●아주머니
그날 밤에 제가 소리 내어 울지나 않았더면
시어머니의 미움이 이토록 甚하지는 않을런지요
媤母와 媤누이는 한편이 되어서
첫날부터 운 년이라고
내가 들어와 이 집에 재수가 없다고…
아아 어데서 온 미움이겠읍니까
애를 말려 죽이고야 말려는
어데서 오는 大罪의 報答이겠읍니까
書堂에 갈 男便의 밥을 늦게 차렸다고
밥상을 들고 세 시간을 서서 罰을 當해야 합니다
시어머니의 옷을 지어 가면
바누질이 나쁘다고 불에 넣습니다
男便은 하눌이라
우러러도 못 보는 것
석 달 동안 한 번도 만나 본 일이 없읍니다
어찌 다 말로 이르오리까
고초 같은 시집사리라 하지마는
고초야 먹고 죽도록 매우면 죽어 버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