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김혜리의 문학 세계는 기독교의 품에서 형성되어 태어났다. 그래서 작품 배경이 기독교 가정 또는 교회거나, 주요 등장인물이 기독교 신자거나, 주제가 기독교적 사랑이나 복음에 기초해 있다. 데뷔작이 된 장편 ≪은빛 날개를 단 자전거≫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목사며, 장편 ≪열한 살 아름다운 시작≫은 교회 권사님이 쌍둥이 자매를 입양해서 훌륭하게 길러 낸다. 단편들에서도 <바람이 타고 노는 그네>를 비롯해서 그러한 작품들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배경이 기독교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리고 약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이나 동물을 보살피는 마음을 보여 주는 일련의 작품들은 작가의 신앙적 문학관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혜리가 관심 가지는 인물은 나약하고, 작고, 불우하다. 그러한 인물은 수호천사 같은 인물로 인해 행복해진다. 단편 <행복을 굽는 드럼통>, <행복한 의자 주인>과 같은 작품은 아예 제목부터 행복을 나타냈지만, 장애인을 위하는 마음을 드러낸 <찬수가 그린 동그라미> 등은 주제로 그런 내용을 나타낸 대표적인 작품일 것이다. <행복을 굽는 드럼통>의 빈 드럼통은 주유소의 한쪽 구석에 버려지듯이 놓여 있으면서도 꿈이 있었다. 실망에 찬 순간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는 사이에 그는 자신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군고구마를 굽는 따뜻한 통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찬수가 그린 동그라미>도 자폐성 장애아를 아들로 둔 어머니의 사랑이 그려진다. 오히려 엄마에게 기쁨을 주는 찬수는 수호천사다.
동화 <네 사람의 친구>, <까만 발가락>,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을> 그리고 중편 <동물 고아원>은 다른 작품들과 다소 차별된 성격과 구조를 가진 동화다. <네 사람의 친구>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와 짜임이 유사하다. 작가 우유 씨는 작가들이 모여 사는 작가촌에 산다. 친구 작가들은 그와 가깝게 지내거나 친했다는 것을 내세워 자랑을 하지만, 우유 작가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까만 발가락>은 아주 시시해 보이는 우리 문화유산을 아주 애틋해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이러한 등장인물은 작가의 초기 작품인 <단풍나라로 가는 배>에도 나타난다. 고인돌을 위해서 주위에 대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고 꽃을 가꾸는 미림이네 할아버지와 박물관에 있는 애기 부처를 까만 때가 묻은 발가락까지 알뜰히 씻기는 박물관 아저씨가 그런 이들이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을>도 비슷한 성격의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사라져 가는 우리네 토속문화를 이미지로 남겨 놓으려는 화가를, 정작 그 문화 속에 살아가는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기이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중편 <동물 고아원>의 동물들은 부모를 잃은 게 아니라 그를 길러 주던 주인에게 버림받은 애완용이다. 앵무새, 수탉, 암탉, 집토끼, 집오리 그리고 개까지.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반생명적 행태에 희생된 동물들이다.
200자평
김혜리는 41살 되던 1995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동화 <마지막 선물>이 당선되면서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의 문학 세계는 기독교의 품에서 형성되어 태어났기 때문에 작품 배경이 기독교 가정 또는 교회거나, 주요 등장인물이 기독교 신자거나, 주제가 기독교적 사랑이나 복음에 기초해 있다. 이 선집에는 작가의 성향이 잘 드러난 <바람이 타고 노는 그네>를 비롯해 10편의 단편동화가 실렸다.
지은이
김혜리는 1955년 충남 아산 태생이다. 41살 되던 1995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동화 <마지막 선물>이 당선되고, 이듬해 삼성문화재단에서 시행한 삼성문학상 공모에서 역시 장편동화 ≪은빛 날개를 단 자전거≫가 당선되면서 동화작가의 길을 걸었다. 등단한 뒤 문학 공부가 하고 싶어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에 들어갔고 2003년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에 다시 진학해서 소설을 전공했다. ≪단풍나라로 가는 배≫, ≪크게 웃지 마 슬퍼하지도 마≫, ≪메아리가 되고 싶어요≫, ≪진희의 스케치북≫ 등을 펴냈다.
해설자
최지훈은 194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77년 계간 ≪아동문학평론≫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했다. 2000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한국아동문학학회 부회장 재임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평론집 ≪한국현대아동문학론≫, 평론집 ≪동시란 무엇인가≫, 평론집 ≪어린이를 위한 문학≫ 등이 있다. 한국현대아동문학상, 제1회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
차례
작가의 말
까만 발가락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을
바람이 타고 노는 그네
찬수가 그린 동그라미
날쌘돌이 아저씨
동물 고아원
모금함의 비밀
네 사람의 친구
행복을 굽는 드럼통
작가 비둘기
해설
김혜리는
최지훈은
책속으로
1.
“우리 아이가 그린 그림이에요! 우리 찬수가 그린 거라구요!”
그러나 사람들은 그 그림을 들여다보다 말고 얼른 입을 다물었습니다. 눈, 코, 입의 자리가 제대로 그려진 것이 없어서였습니다.
처음부터 찬수 엄마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어느 누구도 얼굴로 생각할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그 그림을 보고 찬수 엄마 앞에서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일그러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찬수 엄마의 눈에는 유명한 어느 화가의 그림보다도 가장 잘 그려진 그림이었습니다.
-<찬수가 그린 동그라미> 중에서
2.
‘절뚝절뚝’
그러나 날쌘돌이 아저씨의 발걸음은 이제 어느 건강한 사람보다 가볍습니다. 미경이가 나오기 전에는 구두를 들고 오가는 것이 몹시 힘이 들었습니다. 심하게 저는 다리 때문이었습니다. 오고 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손님을 놓치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일에 자부심까지 생겼습니다.
“세상은 나를 몰라줘도, 자식이 나를 알아주고 있어!”
그것은 천만금을 얻은 것보다도 귀한 것이었습니다.
-<날쌘돌이 아저씨> 중에서
3.
“최 씨, 저걸 보게. 동물들도 다 생각할 줄 안단 말일세.”
“허참!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동물들이 생각은 무슨 생각이에요. 내가 보기엔 처음하고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아저씨가 아무리 정을 쏟고 보살펴 준다 해도 동물들은 그걸 모른다니까요!”
최 씨 아저씨는 한 씨 아저씨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참말로 무심한 사람일세. 눈빛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데 그걸 몰라보다니….”
-<동물 고아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