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니체의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라는 말에는 그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너 자신이 되어라!’다. 행복이란 결국 정의할 수는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면 적어도 ‘자신에게 고유한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던질 수 있을 것인데, 이 질문은 다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자 곧 그 문제의 해답 자체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자 내용이라면, 자신을 알고 그에 따라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감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만들 수 있다.
지은이
홍사현
연세대학교 철학과 강사다.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예술의 시대: 예술의 발생과 해체, 그리고 진화』(공저, 2009), 『니체의 미학과 예술철학』(공저, 2006), 『오늘 우리는 왜 니체를 읽는가』(공저, 2006) 등이, 역서로는 『문학적 절대』(2015), 『초기 희랍의 문학과 철학』(공역, 2011),『니체전집 12: 즐거운 학문/메시나에서의 전원시/유고』(공역, 2005) 이 있다. 논문으로는 “개체의 큰 행복: 행복에 대한 니체의 가치 전환”(2017), “니체 이후의 디오니소스 상징 연구”(2017), “쇼펜하우어의 음악철학: 감정미학과 절대음악 사이”(2016), “망각으로부터의 기억의 발생: 니체의 기억 개념 연구”(2015), “교육 속의 야만ᐨ니체와 아도르노의 교육 비판”(2014), “니체와 다윈ᐨ가치 전환으로서의 힘에의 의지와 진화”(2013) 등이 있다.
차례
01 니체 행복론의 비판적 성격과 가치 전환
02 이상으로서의 행복 비판
03 만족감으로서의 행복 비판
04 힘에의 의지와 행복
05 큰 행복의 조건으로서의 고통과 불행
06 큰 행복, 디오니소스적 행복의 구조
07 작은 행복 비판과 위버멘쉬의 행복
08 주권적 개인의 위험하고 자유로운 행복
09 큰 행복과 개체의 자기 형성
10 큰 행복과 개체의 자기 교육
책속으로
니체는 철학자로서, 특히 철학함이라는 문제 자체를 새로이 사유하는 철학자로서 인간 삶에 있어 최고 가치로 여겨져 왔던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물음표를 붙이고 다시 평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철학적 문제로서 행복에 대한 가치 전환 역시 행복 개념에 대한 ‘비판’으로 출발하여 ‘비판’ 속에서 이루어진다. 니체는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라는 전통적인 윤리학적 명제 대신에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 공리주의, 칸트, 쇼펜하우어 등에서 나타나는 행복에 대한 여러 철학적 입장이 모두 니체 자신의 반목적론적, 반인과론적, 반형이상학적 사유에 따라 일관되게 비판되고 있다. 니체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이란 그 어떤 보편적인 내용을 통해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 전통 철학자들은 행복한 삶을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로 상정해 이성적으로 추구하고 도달해야 할 하나의 이상적 목표로 간주했다.
‘니체 행복론의 비판적 성격과 가치 전환’ 중에서
니체는 이제 전통적 행복주의 전반에 전제되어 있던 이분법적 쾌와 불쾌의 도식을 깨어 버리고, 근대적 인과 법칙, 목적론, 결정론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으로서 ‘힘에의 의지’ 개념을 통해 쾌와 불쾌의 새로운 관계 구조를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그토록 자주 주장되어 온 ‘행복 추구’의 자리에 현실적인 모든 것에 내재하는 본래적 근본 성격으로서의 힘ᐨ추구에 대한 통찰이 들어서야 한다”는 니체의 해석에 따라, 더 이상 개체의 자기 유지 원칙에 따르는 전통적인 “작은 행복”이 아니라, 이를 넘어 힘에의 의지와 일치하는 ‘큰 행복’으로 행복의 개념을 확장하려는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힘에의 의지와 행복’ 중에서
우연과 필연의 이중적 관계로부터 변화를 통해 생성된 모든 존재, 다시 말해 생성하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 이 아모르파티라는 큰 행복의 성격을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인간에게서 말할 수 있는 위대함에 대한 나의 정식은 아모르파티다. 이것은 달리 원하지 않는 것, 앞으로도 뒤로도, 그리고 영원히 달리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모르파티는 필연적인 것을 그저 견뎌내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감추는 것은 더욱 더 아니다-모든 관념론은 필연적인 것 앞에서 허위이다. 아모르파티는 필연적인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Nietzsche, 6권:297). 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구조, 아모르파티의 구조에 따라, 고통의 부정으로서가 아니라 고통으로부터, 고통의 긍정으로부터 행복이 발생한다. ‘행복=행복+불행’이라는(혹은 ‘불행=불행+행복’) 니체적 행복의 구조에는 절대적 가치의 이분법으로서의 행복과 불행의 이분법은 없다.
‘큰 행복, 디오니소스적 행복의 구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