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역사적으로 볼 때, 낭만주의는 질풍노도 운동에서 시작해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계승하기도 하고, 대결하기도 했다. 그것은 철학과 문학을 비롯한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새로움을 가져온,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이르는 독일적 운동의 마지막 단계다. 이 독일적 운동은 독일적인 특징들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독일에서 계몽주의에 대한 투쟁이 더 강력하고 집중적이며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오성의 일방적인 육성과 오성의 과도한 평가에 근거해 있는 계몽주의는 감각 기관을 통한 경험과 오성에만 의존해서 지식의 영역을 확장하고 자연으로 하여금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자연과 대립한 가운데 삶의 전체적인 것에서 분리된 채, 그 자체로 자연과 고립되어 있었다. 전체적인 삶의 감정, 영혼의 힘, 충동과 본능, 종교적인 감각 등도 배척당했다. 예술 작품 역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으며, 교훈이나 즐거움에 봉사해야 했다. 영혼은 빈약해졌다.
이러한 계몽주의관에 대립해 새로운 생활 감정이 감상주의 운동 속에서 출현했다. 경건주의 운동이 여기에 비옥한 토양을 마련해 주었다. 감정과 자연 예찬이 종교적 체험의 세속화로 나타났다(클롭슈토크). 감수성과 정열이 질풍노도 운동의 문학을 충족해 주었으며, 하만과 헤르더는 이 운동에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각 개개인과 개별 민족의 창조적 개성에 대한 헤르더의 감각, 그의 역사적 감각과 민족성 이해, 또 그의 유기적인 자연관이 지속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낭만주의는 각 단계마다, 또 그룹 사이에 차이와 변화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전달자들은 한층 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한 특징들과 본질적인 이념에서는 통일성이 입증된다. 이 통일성은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모든 영역에 걸쳐 계몽주의에 반대하는 공동 전선 속에서, 운동·대립·통일의 생활 감정 속에서, 그것에서 비롯한 종합을 향한 노력 속에서 드러나는 통일성이다. 모든 대립쌍들은 낭만주의자들에게는 극성들로, 또 서로 속해 있으면서 서로 규정해 주는 대립물로, 또 더 높은 통일 속에서 다시 하나가 되는 것으로 체험되고 파악되었다. 이 ‘대립적 동일성’에서는 감각 세계와 정신세계는 하나다.
또 하나는 유기체의 이념이다. 그것은 각 부분과 전체가 필연적 관계를 지닌다는 생각이다. ‘모두이자 하나’, ‘세계영혼’ 또는 ‘전능한 생명’ 등으로 불리는 근본적인 힘 또는 유기적인 원칙의 생산성은 극적인 힘들의 분열을 통해서 비로소 환기되었다.
운동·대립·종합의 통일성과 유기체가 관통하고 있는 낭만주의의 모든 창작, 연구, 행위들은 이념을 기초로 하거나 아니면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행되었다. 그 시대에는 모든 영역에서 이념의 힘이 현저하게 컸으며 정치적 삶까지도 이념의 힘에 지배되었다. 19세기의 역사와 사상사를 보면 정신적 창조와 실천적 행위의 거의 전 영역과 생활 감정과 세계관에서 어떤 중요한 발단과 자극이 당대의 이념에 의해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모든 힘들의 유기적인 통일로서의 총체성 이념 또한 낭만주의자들의 이념이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적인 삶의 진실한 본질은 전체 속에서, 완전함 속에서, 모든 힘들의 자유로운 행위 속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200자평
18~19세기 독일을 휩쓴 낭만주의를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낭만주의와 괴테 시대에 정통한 파울 클루크혼 교수는 독일 낭만주의의 주요 이념을 자연, 인간, 사랑과 우정, 국가와 조국, 민족과 역사, 종교, 예술과 문학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독일 문학과 철학은 물론, 당대 유럽의 예술관과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지은이
파울 클루크혼(1886∼1957)은 낭만주의 연구로 저명한 독문학자다. 1930년대 이후 튀빙겐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했으며, 독일 낭만주의와 괴테 시대 연구를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계간 독일 문학(Deutschen Vierteljahrs- schrift für Literaturwissenschaft)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민족적(national)이었을 뿐, 국가사회주의(Nationalsozialismus)와는 거리를 두었음을 분명히 했다. 초판을 출간할 때가 1941년이었으니 그런 오해를 받을 만했으리라. 이 책에는 실제로 나치가 자기들의 강령으로 삼을 만한 것들이 너무 많다.
저서로는 ≪18세기 문학과 독일 낭만주의의 사랑관≫, ≪개인과 사회. 독일 낭만주의의 국가관 연구≫, ≪독일적 운동에서의 민족의식과 국민 의식≫, ≪19세기와 20세기의 문화에서의 중기 낭만주의의 계속적 영향≫ 등이 있다.
옮긴이
이용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독일어를 전공하고, 석사 논문으로 <노발리스의 푸른 꽃에 나타난 환상과 현실>을 썼다. 독일어 학습서 DAD 1∼3을 출판했다. 안양 평촌의 백영고등학교에서 독어와 영어를 가르쳤다. 재직 중 안양대학교 교육대학원(영어)을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전문가 과정(소설)을 수료했다. 2014년 심훈문학상·계간‘아시아’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아시아≫ 통권 36호에 중편 <붕어찜 레시피>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월에 명예퇴직을 하고 현재 장편 소설과 소설 창작집을 준비 중이다. 전임교에서 소설 창작과 이론 수업 강의를, 또 의왕시 내손도서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 시간에 아시아 신화를 강의하고 있다.
차례
서문
1. 생명의 이념. 생활 감정
정신사적 전제들
운동과 대립
생명의 철학(Philosophie des Lebens)
숭고의 감정, 동경, 비애
아이러니
종합을 향한 노력
2. 자연
자연 철학(Naturphilospie)
셸링
바더
슈테펜스
노발리스
리터, 슈베르트
트록슬러, 오켄
카루스
의학
자연의 체험
3. 인간
육체, 영혼과 정신의 통일
무의식, 잠, 꿈
자연의 이면들
내면적 감각, 감정, 심성
지적 직관 또는 정신적 직관
마법적 관념론(Magischer Idealismus)
도덕적 감각, 양심
죽음과 불멸
저세상의 힘들과의 결합
인간의 이념
교육
고유성, 개별성
심리학적 윤리적 추론
4. 우정, 사랑, 결혼
공동체 사회
우정
여성관
영혼 체험과 감각 체험의 통일
본질 직관으로서의 사랑
결혼
사랑과 종교
연인의 죽음
동경으로서의 사랑
육아
가정생활
사교
5. 국가와 조국
국가관
낭만주의 국가관의 주요 전달자들
국가관의 핵심 이념 : 이념으로서의 국가
개별성, 총체성
영혼의 결합
국가의 신조
개인과 공동체 사회
계급
왕의 이념
공화정과 군주정
‘Nation’−국가, 국민 혹은 민족?
국가들의 결합
조국에 대한 사랑
6. 민족과 역사
18세기 말에 사용된 민족이라는 용어의 의미
민족 문학
아르님과 괴레스의 민족 공동체 사회
역사의식과 역사의 의미
독일의 과거
역사학파와 민족정신(이념) : 사비니와 그림
언어
문학
법 ·
체제
신화
독어독문학
울란트
아른트와 얀의 민족성
민족의식과 혈통 의식
독일의 유럽−과제와 세계적인 독일의 노력들
1813년과 그 이후 프로이센의 개혁
7. 종교
슐라이어마허
프리드리히 슐레겔
노발리스
티크와 룽게
베티나
카를 구스타프 카루스
아르님과 슈테펜스
만년의 슐라이어마허와 셸링
바더
개종의 의미−바더와 베르너
개종의 일반적 의미, 각성 운동
종파의 접근과 다른 성과
8. 예술과 문학
선두 주자들
상이한 예술 양식들의 고유 가치
예술과 종교
천재
자연과 예술
상징
새로운 신화학
회화
나사렛 신파 화가들
풍경화가들(룽게, 프리드리히)
음악(예술)−호프만 등등
음악이 다른 예술에 미친 영향
문학 : 음악과 문학, 언어
언어와 문학
초월적, 종교적 과제들
문학과 민족
문학의 형식
장르 ; 소설, 동화, 드라마
상징적 형상화와 장르들 간의 접근
‘낭만(주의)적’이라는 용어
회고와 조망
부록
개념 찾아보기
인명 찾아보기
참고 문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프리드리히 슐레겔은 ≪소설에 관한 편지≫에서 소설이라는 명사와 관련해서 낭만적이라는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그것은 우리에게 센티멘탈한 소재를 판타지적인 형식 속에서 묘사하는 것’, 이 센티멘탈한 소재는 관례적·경멸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감정이 어디서 지배하는 게 좋은지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 소재는 감각적이 아니라 정신적이다. 또 ‘낭만주의 포에지에서는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랑의 정신이 도처에서 보이게끔 공중에서 부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