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모와 재기를 겸비한 헤다 가블레르는 뭇 남성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테스만과 결혼한다. 성실한 학자로 교수 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테스만은 헤다와 함께 긴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참이다. 여행 기간에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새로운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헤다는 연구에만 몰두하는 테스만과 안정적인 결혼 생활에 점점 싫증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테스만의 경쟁자이자 헤다의 과거 연인이었던 뢰브보르그가 나타난다. 얼마 전 출간한 저술로 명성을 떨친 뢰브보르그는 한때의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후속 저술 작업에 매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뢰브보르그는 테아라는 여인에게서 영감을 얻고 있음을 고백하고, 헤다는 이에 묘한 질투를 느낀다. 방탕하고 거침없는, 바쿠스 같았던 뢰브보르그를 사랑했지만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 그를 거절했던 헤다는 뢰브보르그의 타락을 다시금 부추긴다. 반이성에 대한 갈망과 지독한 자기애는 결국 헤다를 파멸로 이끈다.
연극사에서 가장 극적인 여성 인물에 꼽히는 헤다 가블레르는 어머니, 아내로 각인되기보다 한 개인으로 남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보여 준다. 입센의 중기 작품으로 그의 극작 이력에서 정점에 위치한다.
200자평
유력 귀족 집안 출신인 헤다 가블레르는 뭇 남성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성실한 학자 테스만과 결혼한다. 안정된 가정을 꾸렸지만 그녀는 결혼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런 그녀 앞에 테스만의 경쟁자이자 과거 연인이었던 뢰브보르그가 나타난다. 입센의 중기 작품으로 작가의 성숙한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
헨리크 입센(Henrik Johan Ibsen)은 1828년 3월 20일 노르웨이의 수도 크리스티아니아(지금의 오슬로)에서 남서쪽으로 100마일 떨어진 작은 항구도시 시엔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집이 파산해 열다섯 살까지 약방에서 도제로 일했다. 독학으로 대학 진학을 위한 수험 준비를 하는 한편, 신문에 만화와 시를 기고했다. 희곡 <카틸리나>(1848)를 출판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그 후 <전사의 무덤>(1850) 상연을 계기로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작가로 나설 것을 결심했다. 1851년 국민극장 상임작가 겸 무대감독으로 초청되었는데, 이때 무대 기교를 연구한 것이 훗날 극작가로 대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1857년에 노르웨이 극장으로 적을 옮긴 뒤 최초의 현대극 <사랑의 희극>(1866)과 <왕위를 노리는 자>를 발표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목사 브란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브랑>(1866)을 발표하여 명성을 쌓았다. 이후 <페르 귄트>(1867), <황제와 갈릴리 사람>(1873) 등에서 사상적 입장을 확고하게 굳혔다. 이어 사회극 <사회의 기둥>(1877), <인형의 집>(1879) 등을 발표했다. 특히 <인형의 집>은 여주인공 노라가 남성에 종속된 여성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독립하려는 과정을 묘사해 여성 해방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00년 뇌출혈로 첫 발작을 일으킨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1906년 78세로 사망했다.
옮긴이
조태준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앙토냉 아르토의 연극이론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객원교수를 거쳐 배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ULL) 커뮤니케이션학과 방문교수를 지냈다. 연극 이론 및 극작술, 공연 미학 관련한 논문과 칼럼을 여러 편 썼으며, ≪골고다의 딸들≫(한웅출판, 1992), ≪바람의 전쟁≫(열린세상, 1996) 등의 번역 소설과 번역 희곡 ≪유령소나타≫(지식을만드는지식, 2014)와 ≪바다에서 온 여인≫(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로칸디에라≫(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지식을만드는지식, 2017)를 펴냈다. 또한 연극 현장에서 극작가 및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다양한 공연 장르를 넘나들며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고 현재 극단 인공낙원 대표, 극단 하땅세 상임연출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희곡 <창밖의 앵두꽃은 몇 번이나 피었는고>, <3cm>, <푸른 개미가 꿈꾸는 곳>이 있으며, 연극 <유령소나타>, <루나사에서 춤을>, <목소리>,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애랑연가>, 오페라 <류퉁의 꿈> 등을 연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헤다: (그를 올려다보며) 그러니까, 난 당신 손아귀에 있는 셈이네요, 판사님. 이제부턴 당신이 날 쥐락펴락하겠군요.
브라크: (더욱 낮게 속삭이며) 이봐요, 헤다… 날 믿어요… 난 내 지위를 남용하진 않을 거요.
헤다: 어쨌든 당신 손아귀에 있는 거잖아요. 당신 요구와 의지에 달려 있는 거죠. 노예네요. 그러니까, 노예인 셈이네요! (충동적으로 일어선다.) 아뇨… 난 그런 생각은 견딜 수가 없어요!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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