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윤리학을 리부팅하다
옥스퍼드 철학 석학의 21세기 정보 윤리학
우리는 ‘정보 혁명’ 시대에 산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상호 연결된 정보 존재자(인포그)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정보 환경(인포스피어)으로 인식한다.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21세기 정보 철학을 선도하는 루치아노 플로리디는 이러한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자 지난 수십 년간 ‘정보 철학 프로젝트’에 천착해 왔다. 그중 ‘정보 윤리학’은 플로리디의 이론과 실천을 매개하는 대들보 역할을 한다. 모든 존재자를 정보 존재자로 인식하는 정보 윤리학은 기존 윤리학에서 배제되어 왔던 무생물이나 인공물까지 도덕의 영역에 포함함으로써 우리를 탈인간중심의 윤리 패러다임으로 이끈다. 이로써 인간 행위자 중심의 기존 윤리학으로 다룰 수 없었던 도덕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이론에서 실천으로 나아가는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을 열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정보화 시대에 새로 등장한 윤리 문제를 포착할 수 있게 하는 ‘추상화 층위 방법론’, 정보 환경에서 도덕 평가의 기준이 되는 ‘형이상학적 엔트로피’, 정보 존재자들을 돌보고 번영시켜야 할 ‘호모 포이에티쿠스’로서 인간의 역할 등 정보 윤리학 전반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플로리디는 오늘날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 철학을 ‘리부팅’해야 하며, 그 작업의 중심에 ‘정보’ 개념이 자리한다고 말한다.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을 요약·해설한 이 책을 길잡이로 삼는다면 정보 혁명으로 불거진 철학적·윤리적 문제를 해소할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 1964∼ )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의 정보 윤리 교수이자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다.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차대학교(Sapienza – Università di Roma)에서 철학사를 공부하고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에서 분석철학 분야로 석사를 마쳤으며 같은 대학에서 1990년에 논리학과 인식론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보 철학(philosophy of information)이 우리 시대의 철학이다’라는 믿음을 가진 채로, 1990년대부터 정보 철학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주요 저서로 ≪정보 철학(The Philosophy of Information)≫(2011), ≪정보 윤리학(The Ethics of Information)≫(2013), ≪정보 논리학(The Logic of Information)≫(2019), ≪정보 철학 입문(Information: A Very Short Introduction)≫(2010), ≪네 번째 혁명(The Fourth Revolution: How the Infosphere is reshaping Human Reality)≫(2014) 등이 있다.
200자평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21세기 정보 철학을 선도하는 루치아노 플로리디는 정보 시대에 발맞추어 윤리학의 토대를 재구축한다.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은 인간뿐 아니라 인공물까지 도덕 공동체에 포함하는 탈인간중심 윤리 패러다임으로, 여기서 인간은 다른 비인간과 상호 연결된 정보 존재자로서 전체 정보 세계를 돌보고 번영시킬 책임을 진다.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을 요약·해설한 이 책을 통해 기존 윤리학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던 정보 시대의 도덕 문제를 풀 방안을 얻어 보길 바란다.
지은이
목광수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윤리학회, 한국생명윤리학회, 한국포스트휴먼학회 등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리학과 정치철학 관련 연구를 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윤리와 생명의료 윤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정의론과 대화하기≫(2021),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학≫(공저, 2021), ≪인공지능의 윤리학≫(공저, 2019), ≪인공지능의 존재론≫(공저, 2018)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생명의료 영역에서의 넛지 전략과 관계적 자율성”(2022), “롤즈의 넓은 반성적 평형과 자존감”(2021), “프라이버시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리스크 모델”(2011), “인공지능 개발자 윤리”(2020), “도덕의 구조”(2019),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인격 개념”(2017),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의료 정의론 연구”(2014),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2012) 등이 있다.
차례
정보 철학 프로젝트에서의 정보 윤리학
01 정보 혁명
02 인포스피어와 인포그
03 추상화 층위 방법론
04 피동자와 존재 중심의 거시 윤리
05 형이상학적 엔트로피와 정보 원칙
06 분산 책임과 해명 책임
07 구성주의와 호모 포이에티쿠스
08 자연주의적 오류 비판과 관계론적 대응
09 정보 윤리학의 위치: 과도기 윤리
10 정보 철학
책속으로
인포그와 인포스피어라는 새로운 개념의 의의는 무엇일까? 이 개념들은 자연과 인공, 생명과 무생명, 인간과 기계, 정신과 신체 등의 전통적 이분법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즉 탈인간중심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더욱이 이 개념들은 기존의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관점에서 상호 의존적인 관계론 관점으로의 전환을 반영한다. 플로리디에 따르면 우리는 더 이상 뉴턴의 관점에서처럼 독자적이며 고유한 실체가 아니라 정보적으로 구현된 유기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인포스피어에서 상호 연결된 존재다.
-“02 인포스피어와 인포그” 중에서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을 거시 윤리학으로 나아가게 하는 핵심 특징 중 하나는 피동자 중심성이다. 정보 혁명의 도래로 인간의 삶과 환경은 재존재론화하고 있으며, 인포스피어의 윤리 문제는 기존 주체 중심의 윤리에서 더 이상 포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응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플로리디는 정보 추상화 층위에서 포착되는 정보 존재자를 도덕 공동체에 일원으로 포함하기 위해 피동자 중심의 윤리학을 제시한다.
-“04 피동자와 존재 중심의 거시 윤리” 중에서
정보 윤리학은 정보 추상화 층위에서 심적 상태가 없는 정보 존재자와 관련해 책임 대신에 해명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즉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건의 원천(source)임을 확인함으로써 논의의 공백을 메꾼다. 책임이 인간중심주의에 결부된 평가적 개념이라면, 해명 책임은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평가 이전에 사건의 원천 여부를 확인하는 서술적 개념이다.
-“06 분산 책임과 해명 책임” 중에서
정보 철학은 추상화 방법론으로 정보 혁명 시대에 제기된 물음을 명료하게 포착하고 개념 디자인으로 대답을 모색한다. 개념 디자인은 인간에 의해 주도된다. 정보 윤리학과 마찬가지로 정보 철학에서도 유일하게 알려진 의미 구성자이자 정보 유기체인 호모 포이에티쿠스로서 인간이 인포스피어의 존재자인 의미론적 정보를 디자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10 정보 철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