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입센이 말년인 1888년 독일 체류 중에 쓴 희곡이다.
등대지기의 딸 엘리다는 방엘 박사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와 결혼한다. 방엘에게는 전처 소생인 두 딸이 있다. 엘리다는 어쩐지 이들과 융화하지 못하고 매일 집 근처 바닷가로 나간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서 온 여인’이라 부른다.
그녀가 이토록 방황하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그녀는 과거 출신도 모르는 한 선원과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하지만 선원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둘러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
떠나기 전 그는 ‘반드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다는 현실에 눈떴고, 선원에게 자신을 잊어 달란 편지를 보낸 뒤 방엘 박사와 결혼했다. 그 뒤로 엘리다는 언제든 그 선원이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어느 날, 마을에 영국 배가 정박하고 한 이방인이 엘리다를 찾아온다. 그때 그 선원이다.
이방인은 엘리다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하고, 방엘은 그녀를 절대로 보낼 수 없다고 한다. 남을지 떠날지, 엘리다는 자유의지로 선택하고자 한다.
200자평
헨리크 입센의 후기 드라마. 물의 요정과 관련한 신화, 설화를 모티프로 했다. 푸케의 <<운디네>>, 지로두의 <<옹딘>>,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의 입센 버전.
지은이
헨리크 입센(Henrik Johan Ibsen)은 1828년 3월 20일 노르웨이의 수도 크리스티아니아(지금의 오슬로)에서 남서쪽으로 100마일 떨어진 작은 항구도시 시엔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집이 파산해 열다섯 살까지 약방에서 도제로 일했다. 독학으로 대학 진학을 위한 수험 준비를 하는 한편, 신문에 만화와 시를 기고했다. 희곡 <카틸리나>(1848)를 출판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그 후 <전사의 무덤>(1850) 상연을 계기로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작가로 나설 것을 결심했다. 1851년 국민극장 상임작가 겸 무대감독으로 초청되었는데, 이때 무대 기교를 연구한 것이 훗날 극작가로 대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1857년에 노르웨이 극장으로 적을 옮긴 뒤 최초의 현대극 <사랑의 희극>(1866)과 <왕위를 노리는 자>를 발표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목사 브란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브랑>(1866)을 발표하여 명성을 쌓았다. 이후 <페르 귄트>(1867), <황제와 갈릴리 사람>(1873) 등에서 사상적 입장을 확고하게 굳혔다. 이어 사회극 <사회의 기둥>(1877), <인형의 집>(1879) 등을 발표했다. 특히 <인형의 집>은 여주인공 노라가 남성에 종속된 여성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독립하려는 과정을 묘사해 여성 해방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00년 뇌출혈로 첫 발작을 일으킨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1906년 78세로 사망했다.
옮긴이
조태준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앙토냉 아르토의 연극 이론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객원교수를 거쳐 배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2년 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ULL) 커뮤니케이션학과 방문교수를 지냈다.
연극 이론 및 극작술, 공연 미학에 관련한 논문과 칼럼을 여러 편 썼으며, ≪골고다의 딸들≫(한웅출판, 1992), ≪바람의 전쟁≫(열린세상, 1996) 등 번역 소설과 번역 희곡 ≪유령소나타≫(지만지, 2014)를 펴냈다.
또한 연극 현장에서 극작가 및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다양한 공연 장르를 넘나들며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고 현재 극단 인공낙원 대표, 극단 하땅세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희곡 <창밖의 앵두꽃은 몇 번이나 피었는고>, <3cm>, <푸른 개미가 꿈꾸는 곳>이 있으며, 연극 <유령소나타>, <루나사에서 춤을>, <목소리>,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애랑연가>, 오페라 <류퉁의 꿈> 등을 연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엘리다: 보신 대로예요, 아른홀름 선생님. 사람이 일단 육지 동물이 된 이상, 다시는 바다로 돌아갈 수도… 바다 생활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하셨잖아요.
발레스테: 그건 바로 내 인어 아가씨 이야긴데!
엘리다: 거의 비슷할 거예요.
바레스테: 바다에서 온 여인이… 거의 죽어 간다는 것만 빼면요. 반면에 인간들에겐 적, 뭐냐… 적응력이 있으니까. 내 보장합니다, 방엘 부인, 사람들은 분명히 적응해 낼 겁니다!
엘리다: 그럼요, 발레스테 씨, 자유롭다면 그럴 수 있죠.
방엘: 그리고 일말의 책임감만 가진다면, 엘리다.
엘리다: 그래요, 맞는 말씀이에요.
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