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는 성서를 기반으로 한 비극이다. 유대아를 통치하던 헤롯의 수양딸 살로메가 춤을 춘 대가로 세례요한의 머리를 요구하는 에피소드를 극화했다. 성서에 따르면 헤롯은 근친상간적인 결혼을 비난한 세례자 요한을 투옥시키고 있었지만 선지자를 죽일 의도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일에 춤을 춘 헤로디아의 딸이 요한의 목을 요구했고, 헤롯은 춤을 춘 수양딸에게 무엇이든지 주겠다고 이미 공언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한을 죽이게 된다. 당대 역사가인 요세푸스(Josephus)에 의하면 헤로디아의 딸 이름은 살로메였다. 성서에는 살로메가 어머니의 명령으로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고 단순하게 서술되어 있을 뿐이지만, 와일드가 창조한 살로메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녀는 양아버지 헤롯을 포함한 많은 남자들이 욕망하는 매혹적인 여성이다. 또한 자유분방하고 탐미적이며 욕구 발산에 적극적인 여성이다. 세례자 요한을 유혹하려다가 거절당하자, 헤롯에게 매혹적인 춤의 대가로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헤롯은 그녀의 공개적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요한을 죽이지만, 극 마지막에 살로메를 죽이라고 명한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의 한 신문은 작품이 피와 교묘한 말솜씨가 뒤섞여 병적이고 기묘하며 혐오스럽고 성서적인 상황을 전혀 성스럽지 않게 뒤집어 놓은 아주 불쾌한 창작물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의 공연은 셰익스피어를 포함한 그 어떤 영국 작가의 작품보다 더 오랫동안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스카 와일드가 프랑스어로 쓴 것을 친우 더글러스 경이 영어로 번역해 영국에서 출판할 때 삽화가 오브리 비어즐리의 그림 20컷이 함께 실렸다. 비어즐리의 작품들 중에서도 원작 분위기를 잘 살린 것으로 평가되어 이후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 텍스트와 오브리 비어즐리 삽화가 한 쌍으로 인식되어 왔다. 비어즐리 삽화 20컷을 빠짐없이 수록했다.
특유의 환상적이고 퇴폐적인 작품 분위기 때문에 즉시 공연되지 못하다가 슈트라우스가 오페라로 각색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연극으로는 1920년대를 전후해 러시아에서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의 조류를 타고 여러 차례 공연되었다. 그중에서도 1917년 타이로프 제작으로 키메르니 극장에서 공연된 〈살로메〉는 원작에 대한 정확한 해석, 충실한 재현으로 평가된다. 당시 무대 및 코스튬 디자인은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 선두에서 활약한 미술가 엑스테르가 맡았다. 이 책에는 상세한 인물 소개와 엑스테르 코스튬 디자인 10컷이 나란히 실려 있다.
200자평
성서를 기반으로 한 비극. 유대아를 통치하던 헤롯의 수양딸 살로메가 춤을 춘 대가로 세례요한의 머리를 요구하는 에피소드를 극화했다. 특유의 환상적이고 퇴폐적인 작품 분위기 때문에 공연되지 못했는데 슈트라우스가 오페라로 각색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지은이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185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작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까지는 집에서 교육을 받았고, 에이스킬렌에 있는 포르타 왕랍학교에서 고등학교 교육을 마쳤다.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후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1890년에 쓴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Picture of Dorian Gray)》은 그의 탐미주의적 성향을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재능이 발휘되고 그에게 대중적 인기를 안겨 준 계기는 1890년대에 쓴 희곡들이었다. 〈어니스트 되기의 중요성〉이 공연되고 있을 무렵 그는 퀸즈베리 후작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명예훼손 재판은 도리어 와일드가 동성애자였음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 그는 당대로서는 최대 형량인 강제 노동 2년 형을 받게 된다. 감옥에서 풀려난 와일드는 즉시 프랑스로 건너갔고 두 번 다시 영국이나 아일랜드로 돌아가지 못했다. 1900년 뇌수막염으로 사망한다. 나이 46세였다.
옮긴이
임성균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미국 루이지애나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한국밀턴학회와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을 지냈다. 학술 논문 55편과 저술(번역 포함) 16권을 발표했으며, 2012년에는 에드먼드 스펜서의 《선녀여왕》을 완역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 명예교수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과 엑스테르의 〈살로메〉를 위한 코스튬 디자인
살로메
해설
지은이에 대해
삽화가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살로메 : 아하! 당신은 내가 당신 입술에 키스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지요, 요카나안. 좋아! 난 지금 키스할 거예요. 마치 잘 익은 과일을 베어 물듯 내 이빨로 당신 입술을 물겠어요. 그래, 난 당신 입에 키스를 하겠어요, 요카나안. 내 말했잖아요. 내가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말했잖아요. 아하! 난 지금 키스를 하겠어요… 하지만 뭣 때문에 당신은 날 보지 않는 거지요, 요카나안? 그토록 끔찍하고, 그토록 분노와 경멸로 가득했던 당신의 두 눈은 이제 감겨 있네요. 뭣 때문에 감겨 있는 거죠?
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