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화교 출신인 주인공 상곤은 자신이 사랑했던 찬승을 살해한 뒤 서안 진시황릉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과거를 회상한다. 어머니의 불륜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던 상곤은 부유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있는 찬승에게 사로잡히고 집착하지만, 냉혹한 기질의 찬승은 그를 이용하고 조롱할 뿐이다. 상곤은 성인이 된 뒤 다시 찬승을 만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를 살해하고 자신이 만들던 조각상 안에 찬승의 시체를 가둔 뒤 서안으로 향한다.
<서안화차>는 인간의 집착과 소유욕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동성애를 비롯해 현대와 진시황릉을 가로지르는 이색적인 소재와 스케일로 호평받았다. 특히 오랫동안 인간 내면의 어두운 환부를 조명했던 연출가 한태숙이 직접 희곡을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2003년 정미소 소극장에서 극단 물리 제작으로 공연되었다.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 한국연극협회 선정 ‘올해의공연베스트7’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연극베스트3’ 등을 수상했고, 2005년 베세토연극제의 한국 측 참가작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200자평
11장으로 구성된 기억극 형식의 희곡이다. 동성애를 소재로 현대인, 특히 마이너리티의 불안정함과 병적 애착을, 불멸에 대해 집착했던 진시황의 욕망과 병치해 조명했다.
지은이
한태숙은 1950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대에서 극작을 전공하고 1977년 연극 <덧치맨>으로 연출 데뷔했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자장자장 자>가 당선된 뒤 12년 만에 중고 신인 연출로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레이디 맥베스>(각색, 연출)로 서울연극제 작품상·연출상, <서안화차>(작, 연출)로 김상열연극상,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 <오이디푸스>(연출)로 이해랑연극상, <대학살의 신>(연출)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꼽추, 리차드 3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도살장의 시간>, <아워타운>, 창극<장화 홍련>, <집> 등을 연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때와 장소
1
2
3
4
5
6
7
8
9
10
11
<서안화차>는
한태숙은
책속으로
상곤: 차창 밖에서 해가 뜨고 있네요.
이제 조금 있으면 여산릉에 닿게 됩니다.
긴 여정이었지만 친구 생각을 하면서 가다 보니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제 친구는 아직 그대로 작업실에 있겠지요?
만일에 대비해서 호텔 입구에다 세워 놓고 떠나려 했는데
미처 그 일을 하지 못하고 나선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만,
별일 없겠지요.
다른 토용들과 함께 세찬 불길로 담금질되어 토용으로 변신했으니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을 거예요.
그 애를 그저 한 줌 흙으로 스러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죽고 없어져도, 진시황을 지키는 토용처럼 그 애도 수천 년을 버틸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