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시베리아 북쪽의 소수민족 셀쿠프인은 유럽 인종과 몽골 인종의 혼합 인종이며 사냥과 낚시, 말 사육이 생업이다. 18세기에 러시아정교를 수용했지만 정령 숭배, 샤머니즘의 전통 신앙이 생활과 의식 전반을 지배한다. 하늘, 땅, 지옥은 강으로 연결된다고 믿었고 강을 따라 일곱 개의 노로 젓는 배를 타고 샤먼은 지하세계로 내려갈 수 있다. 또 나무로 기어올라 천상의 세계에도 갈 수 있다.
셀쿠프인은 영웅 신화, 전설, 민요, 민담 등의 풍부한 구비문학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설화의 주인공은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사는 정령들과 인간들, 동물들이다. 인간은 자연에 대항하는 행동을 하거나 죄를 저지르면 신으로부터 가혹한 응징을 받는다. 어머니 조상신은 습지와 바다, 호수의 주인으로 여겨졌고 설화 속에서 노파로 나타난다. 습지의 구덩이는 노파의 머리로 여겨졌다. 설화에서 물의 혼령은 생명의 물의 형상을 지닌다. 전투에 나가는 갑옷 입은 용사에게 물을 끼얹음으로써 힘을 부여하고, 생명의 물을 먹은 주인공이 죽음의 물을 먹은 뱀을 이기고, 대지의 딸이 부상당한 용사에게 일곱 번 생명의 물을 먹여 살아나게 한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특유의 자연환경에서 인간의 특성을 재현하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또한 탐욕을 부리는 동물들의 우화적 이야기와 교훈적 이야기, 인간들 간의 상호 작용과 행복을 추구하려는 소박한 꿈이 실현되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 등 셀쿠프인의 설화 24편이 실려 있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이경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하고,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언어학연구소에서 의미통사론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포스트소비에트 여성문학의 어휘분석>, <러시아 과학환상소설에 나타나는 신어 연구>,<어휘ᐨ통사 층위에 나타나는 언어문화적 변이> 등이 있으며, 역서로 ≪러시아 여성의 눈≫(공역),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공역), ≪북아시아 설화집 5(알타이족)≫ 등이 있다.
차례
이테
개와 털가죽
인간이 생기게 된 유래
이차와 귀신
이차
켄가의 용사
마녀와 두 딸
바보 이반과 곱사등이 말 코넥 고르부노크
두 자매
몸통 없는 머리
태양의 왕
일곱 아이 이야기
푸치카 추리카
불의 주인
티시야
켄게르셀랴
바다 곶 노인의 아들들
찬케르
세 자매
들꿩과 쥐
눈 소녀
이반 왕자
영리한 소년
개구리
해설
옮긴이에 대해서
책속으로
할머니는 오랫동안 빌었다. 마침내 불의 주인이 말했다.
“네 손녀가 아이를 내놓으면 불을 줄게. 너희들은 그 아이의 심장으로부터 불을 얻게 될 거야. 그 아이의 심장으로부터 불이 생겼다는 것을 기억하게 될 거야. 그것을 가슴에 품게 될 거야!”
아기 엄마는 더 슬피 울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일곱 가족이 너 때문에 불 없이 살게 될 거다. 어떻게 불 없이 살겠니? 아들을 주어라!”
여자는 아들을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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