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민 K>에서는 한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아 하나의 인격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기보다 다양한 지식인의 모습을 나타내도록 했다. 이는 사회운동을 실천하는 지식인, 보수적 지식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지식인, 폭력적인 권력자 등 1980년대를 대변할 수 있는 집단을 형상화하면서 그 안에서 고뇌하는 시민 K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시민 K가 처한 힘겨운 상황이 1980년대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명확히 보여 주고자 한다. 뉴스 헤드라인으로 구성한 자막은 1980년 상황을 축약하며 극의 시작을 알리고, 당시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에 따라 폐간된 ≪국제신문≫의 폐간사가 연극 맨 처음 등장하는 시민 K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1988년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초연했으며, 1989년 제1회 동숭연극제에서 이윤택 연출로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공연해 널리 알려졌다. 같은 해 영희연극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을 토대로 1980년대 우리나라 상황을 조명하고자 재창작한 작품이다. 짧은 부제가 달린 여섯 장면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폐간된 신문사 기자인 시민 K가 의도와 상관없이 시류에 휘말리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지은이
이윤택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남고등학교, 방송통신대를 거쳐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1986년 기자 생활을 접고 연희단거리패를 창단, 부산 중구 광복동에 가마골소극장을 열면서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 지역 극단으로서는 최초로, <시민 K>, <오구: 죽음의 형식> 등을 서울 무대에서 선보이면서 실험적 연극의 기수로 등장했다. 창작극을 집필, 연출하는 것 외에도 시나 소설 등을 연극으로 재창작하거나, 외국 희곡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재해석하는 등 독특한 상상력이 가미된 무대를 선보여 왔다. 또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도솔가>, <천국과 지옥>, <이순신> 등 뮤지컬 연출과 제작을 통해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발전시켰다. 1999년부터 밀양연극촌에서 연극 공동체를 운영하며 연극에 대한 고찰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시민 K>(1988), <오구: 죽음의 형식>(1989), <문제적 인간, 연산>(1995),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1995)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프롤로그
1. 선언
2. 심문
3. 고문
4. 사투(思鬪) – 감옥에서
5. 사투 – 법정에서
6. 현실, 그 자체가 체포되었다
에필로그
<시민 K>는
이윤택은
책속으로
시민 K의 독백: 나는 지금 자유인가? 아니면, 여전히 체포된 상태인가? 재판관은 왜 나를 방면하였는가? 알량한 지식이 너덜난 패배주의자에 대한 아량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미 처벌할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 그래, 쓰레기에 불과한 거야 오, 빌어먹을, 연약한 그녀에게까지 마음에 없는 위증을 하게 만들다니… 아니, 그들은 정말 변절자가 아닐까? 몇 푼어치 정의감이나 값싼 영웅심으로 소리치다가 현실적인 억압이 다가오자 두터운 껍질 속으로 숨어 버리는 소시민? (사이) 나는 자유인가? 아니면, 여전히 체포된 상태인가? 재판관은 왜 나를 방면하였는가? 스스로 굴종하고 고분고분 자기 검열에 따르는 지식인으로 판정이 내려졌는가? (사이) 그렇다 현실, 그 자체가 체포되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이) 나는 체포된 상태 그대로 내일 아침 출근할 것이다 체포된 현실 속에서 나의 직무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사이) 이대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