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딜리와 형들≫은 아딜리의 여인을 탐한 형들이 정령이 내린 벌을 받아 원숭이가 되지만 지혜로운 라이 왕의 도움으로 인간이 되는 이야기다. 이 책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스와힐리 민담의 영향이 나타난다. 스와힐리 민담에서는 원정 모티프를 흔히 볼 수 있다. 내용 전개는 거의 예외 없이 갈등이 발생한 뒤 해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민담은 젊은이의 사회적 성숙이라는 주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들이 원숭이로 변하는 벌을 받은 것은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실패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두 형은 아딜리와는 달리 성인이 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아딜리와 저주가 풀린 두 형의 결혼식을 알리는 것 역시 이 소설의 젊은이의 사회적 성숙이라는 주제와 관련되어 있다.
작가의 고향인 탄자니아가 속한 동아프리카 식민지 사회는 서구식 교육이 보급되고 출판 사업이 활성화하는 가운데 20세기 중반에 스와힐리어 소설 문학이 태동했다. 스와힐리 작가들은 식민 지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문학을 창조했다.
≪아딜리와 형들≫은 구비문학의 연행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어휘 반복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의미와 구조상의 대구를 통해 생성되는 패턴이 텍스트 곳곳에서 관찰된다. 또한 작가가 작품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독자들과 교감하는 것은 민담 연행의 본질과 관련 있다. 이밖에도 속담의 사용과 단어의 열거를 통한 상황 묘사 역시 민담의 영향을 받은 표현이다. 이처럼 스와힐리 소설은 과거의 스와힐리 문학 전통과 단절되지 않았고 오히려 스와힐리 민담의 전통이 곳곳에 배어 있다.
200자평
스와힐리 민담을 기반으로 한 아딜리와 형들의 모험 이야기. 동생의 여인을 탐한 형들은 정령이 내린 벌을 받아 원숭이가 되고 지혜로운 라이 왕은 그들이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이한 이야기 속에서 스와힐리 민담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샤반 로버트는 저명한 사회언어학자인 윌프레드 화이틀리가 ‘아프리카의 셰익스피어’라 칭송한 작가다. 스와힐리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
지은이
샤반 로버트는 20세기 스와힐리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1948년 첫 작품집인 ≪언어의 아름다움(Pambo la Lugha)≫ 출판을 시작으로 시, 소설, 수필, 전기, 자서전 등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스와힐리 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영국의 저명한 사회언어학자 윌프레드 화이틀리(Wilfred. H. Whiteley)는 ≪스와힐리어: 국어로의 부상(Swahili: The Rise of National Language)≫에서 이러한 샤반의 업적을 두고 그를 ‘아프리카의 셰익스피어’라고까지 칭송했다. 샤반이 현대 스와힐리 문학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여기는 이유는 그가 스와힐리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이어 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스와힐리 고전문학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는 ‘우텐지’ 및 ‘샤이리’ 형식의 시부터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기 이전의 스와힐리 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의 산문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샤반은 아프리카의 독립이 논의되던 시기에 동아프리카 사회에서 스와힐리어의 가치와 역할을 인식함으로써 현대 스와힐리 문학이 아프리카 토착어 문학 중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기반을 제공한 작가다.
옮긴이
박정경은 1972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199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어과에 입학해 아프리카 문학 연구에 첫발은 내딛었고,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아프리카 문학 전공 석사과정을 2000년에 마쳤다. 이후 케냐의 나이로비대학교 문학과에서 수학해 2004년에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와힐리어와 아프리카 문학 관련 강의를 맡으면서 동대학교의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차례
서문
나오는 사람들
1장 라이 왕
2장 밝혀진 비밀
3장 라이 왕의 법정에 선 아딜리
4장 형들
5장 또 한 번의 유산 분배
6장 지네와 뱀
7장 돌의 도시
8장 돌의 도시를 물려받은 이
9장 도시가 돌로 변해 버린 이유
10장 바다로 내던져진 아딜리
11장 구출된 아딜리
12장 원숭이가 된 형들
13장 첫 번째 형벌
14장 원숭이들과 식사
15장 결혼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정령의 공주, 후리아에게
아딜리와 원숭이로 변한 형제 사건은 제 소관이며,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딜리는 형들과 만나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당신이 형들을 동물의 형상에서 벗어나게 해 줘야만 가능합니다. 당신이 이 부탁을 도와주신다면, 우가이부는 정령 나라의 부탁을 도와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돕는다면 인간과 정령 사이에서 합의를 도출하게 될 것입니다. 만물을 통치하는 왕들 간 합의는 백성 간 화합의 구심점입니다. 모든 왕들, 왕비들, 백성이 이러한 합의를 원합니다. 만약 저와 당신이 이 일을 시작한다면 대단한 자랑거리가 될 것입니다! 제발 아딜리의 형들에게 내린 저주를 거두어 주십시오. 만약 내일 제가 사람이 된 그들을 본다면 저는 당신께 매우 감사할 것입니다.
우가이부 왕, 라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