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니컬러스 빌런의 데뷔작 《엘리펀트 송》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우리가 얼마나 훌륭해질 수 있는 존재인지, 또 얼마나 끔찍해질 수도 있는지.
인간이 위대해질 수 있는 잠재력에 집착하면서도,
늘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모습에 끌린다.”_니컬러스 빌런
진실에 이르기 위한 심리 스릴러 ‘퍼즐’ 게임
−“당신은 지금 나와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 서 있어요”
이 극은 원치 않았던 아이에 대한 부모의 책임, 방치된 아이가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다룬다. 크리스마스이브, 한 정신 병원 상담실로 병원장 그린버그가 찾아온다. 8년째 정신 병원에 수감 중인 23세 환자 마이클은 수수께끼 같은 농담,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대화 속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비밀을 숨긴다. 그와 마주한 그린버그는 사라진 의사의 행방을 추적하려 하지만, 곧 마이클이 조종하는 ‘심리 게임’에 끌려들게 된다. 치밀하게 계획된 사건의 실체는 퍼즐 조각처럼 극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과연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며, 마이클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독한 존재의 ‘위기’, 균열을 포착하는 시선
−“저는 하얀 코끼리예요. 당신은 존재의 위기고요”
《엘리펀트 송》은 마이클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며 인간 내면의 균열과 감정의 파편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그의 과거가 차츰 드러나며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고요한 파열의 순간이 포착된다. 빌런은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의 붕괴, 고독한 인간 존재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극의 액션보다는 ‘에피파니’와 같은 순간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신의 방문’을 뜻하는 에피파니는 일종의 깨달음의 순간이다. 바로 그때 마이클이 깨달은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 독자는 이 이야기의 시작을 다시 곱씹게 될 것이다. 마침내 그의 말 속에 숨어 있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그가 남긴 모든 힌트를 이해할 것이다. 처음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의 잔상들까지도. 반복되는 꿈과 하얀 코끼리 인형 ‘앤서니’가 전하는 의미는 마지막 반전의 순간에 이르러 묵직한 울림으로 되살아난다. 비평가 마틴 F. 콘은 《엘리펀트 송》이 “새벽 4시에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극”이라고 말했다.
200자평
캐나다 극작가 니컬러스 빌런의 데뷔작 《엘리펀트 송》은 2004년 온타리오주 스트랫퍼드에서 초연되었고, 뉴욕, 런던, 파리, 터키, 한국, 홍콩을 거치며 오랫동안 호평을 받아 왔다. 2013년에는 파리에서 100회 이상 공연되며 몰리에르 어워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부모의 하룻밤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가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 존재와 자유의 의미를 심리 스릴러 추리극 형식으로 탐구한다. 국내에서는 아시아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여러 차례 재공연을 거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감상에 깊이를 더하고자 공연 대본과 출간본 사이의 차이를 짚은 해설을 수록했다.
지은이
니컬러스 빌런(Nicolas Billon, 1978~)
니컬러스 빌런은 캐나다 극작가로, 1978년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태어나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성장했다. 2013년에 〈그린란드〉(2009)와 〈아이슬란드〉(2012), 〈페로 제도〉(2012)를 3부작으로 엮은 희곡집 《폴트 라인》으로 캐나다 최고 문학상인 총독상을 수상했다.
데뷔작 〈엘리펀트 송〉은 2004년 스트랫퍼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으며, 2005년 빌런이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한 극본으로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 공연을 선보였다. 2007년 오스트레일리아 세계 초연을 시작으로 뉴욕·런던·파리·터키·한국·일본·스페인을 거치며 오랫동안 호평을 받아 오고 있다. 〈엘리펀트 송〉은 2014년 찰스 비나메 감독, 자비에 돌란 주연의 동명 영화로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 소개되어 큰 화제를 모았는데, 빌런은 직접 각색한 스크린 대본으로 2015년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 최우수 각색상과 WGC 장편 및 미니시리즈 부문 스크린각본상을 수상했다.
빌런의 작품들은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틈을 파고들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우리 자신의 존재론적 의미와 관계의 핵심에 놓여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경향이 있다. 2014년에 초연된 〈도살자〉에서 정의와 관련된 질문을 정치 스릴러극의 형식으로 펼쳐 냄과 동시에 연극을 위한 허구적 언어를 도입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 외 작품으로는 〈The Measure of Love〉(2005), 〈The Safe Word〉(2011)가 있으며, 여섯 편의 각색 작품과 오페라 리브레토, 단막극 등이 있다. 각색 작품 가운데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의 히트작이었던 〈시칠리아 사람〉(2009)과 〈세 자매〉(2014), 〈아가멤논〉(2016), 캐나다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보물섬)〉(2017)이 주목할 만하다.
옮긴이
주하영
주하영[필명 앨리스(Alice)]은 영문학자로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객원교수,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국 극작가 〈에드워드 본드의 ‘합리적 극장’에 구현된 ‘상상력’의 정치학〉에 대한 연구로 2017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현재까지 언론 매체 《인터뷰 365》에 다수의 비평 칼럼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을 거쳤으며, 현재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정회원이다. 월간 《한국연극》, 월간 《국립극장》, 월간웹진 〈오늘의 서울연극(TTIS)〉,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다수의 매체에 평론을 기고하고 있으며, 2024년 11월 미국 극작가 마틴 셔먼의 희곡 〈로즈〉를 판소리로 각색한 〈로즈 이야기〉의 번역 및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했다. 주로 영미권 원작 및 해외 작품의 한국 수용에 관심이 많으며, 관객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평론을 추구한다. 저서로는 2020년 《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 풍경 Vol. 1》과 2021년 《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 풍경 Vol. 2》, 2023년 《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 풍경 Vol. 3》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피지컬 씨어터의 새로운 융합 가능성: ‘씨어터 리’의 〈네이처 오브 포겟팅〉〉(2022), 〈키이란 헐리의 〈마우스피스〉−메타드라마의 정치성 구현과 ‘해방된 관객’〉(2022), 〈‘사회적 광기’에 휩싸인 ‘극단적 무지의 자아’: 에드워드 본드의 〈리어〉를 중심으로〉(2019), 〈‘사소한 오브제’가 구현한 인간 현실의 ‘현장’: 〈균형 잡기〉의 드라마투르기 분석을 중심으로’〉(2018)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공연 제작 노트
엘리펀트 송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마이클 : 제 암호명은 하얀 코끼리예요. 박사님의 암호명은 존재의 위기고! _12쪽
마이클 : 이 모든 게 도와달라는 외침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그래서 이 우스꽝스러운 연극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 거냐고? _40쪽
마이클 : 어떤 사람들은 평생을 “난 무슨 가치가 있을까?” 하고 궁금해해요. 그런데 나는 열다섯 살 때 내가 음정 세 개보다 가치가 없다는 걸 알아 버렸죠. _98쪽
마이클 : 만약 두 분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평생 동안 모든 순간, 그 아이를 사랑해 주세요. 온 힘을 다해서, 온몸을 바쳐서요. _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