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돈의 신’으로부터의 자유를 쟁취하고 싶은 주인공 고든 콤스톡
주인공 고든 콤스톡은 ‘돈의 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지녔다. 단어에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발휘해 인정을 받지만,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데 회의를 느껴 돈의 신의 손아귀에 더 붙들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 직장을 박차고 나온다. 이후 서점 점원으로 취직해 형편없는 주급을 받고 일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생각처럼 그리 녹록지 않다. “하늘의 새는 방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걸 망각”한 것이다.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게 된 그는 “가난이 사고를 말살”하는 아이러니의 사슬에 묶이고 만다. 그는 점점 더 비관적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진다.
조지 오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어릴 적 지독한 가난을 경험했던 작가 오웰에게 ‘가난’은 강력한 창작의 동기이자 원천이 되었다. 오웰은 훗날 이 책을 두고 ‘돈벌이만을 노리고 쓴 책’이라며 더는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유언 집행인에게 말한다. 당시 그는 “나는 거의 굶고 있었고 100파운드라도 받고서 뭔가를 써야 했다”고 고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런 절절한 심경이 이 소설의 주인공 고든 콤스톡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소설은 더욱 빛을 발한다.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괴로워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설이다.
200자평
≪동물농장≫, ≪1984년≫의 작가 조지 오웰의 세 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고든 콤스톡은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를 관두고 조그만 중고 책방에서 적은 보수를 받으며 점원으로 일한다. 모든 상업이 ‘사기’라고 생각해 ‘돈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작가 어린 시절과 곤궁했던 서점 점원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로 대공황 이후 1930년대 런던 사회를 통찰력 있게 묘사한다.
지은이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은 인도 벵골 지방의 모티하리(Motihari)에서 에릭 블레어(Eric Arthur Blair)라는 이름으로 출생했다. 1904년 어머니와 함께 영국에 귀국해 성장하고 1917년 이튼스쿨 국왕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인도 제국주의 경찰로 근무한 오웰은 압제의 일원으로 복무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1927년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사직원을 제출한 뒤 1928년 봄에 파리로 건너가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의 초기 작품은 주로 ‘가난’, ‘제국주의’를 주제로 한다. 빈민가를 전전하며 밑바닥 생활을 한 경험과 제국주의 경찰 시절의 체험을 글로써 표출한 것이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33년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출간하면서부터다. 오웰은 하층민들의 고달픔과 열악한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으며, 서구 사회에 존재하는 가난이 결국 계급 제도와 사회 제도가 빚어내는 현상임을 지적했다. 스페인 내전 때는 파시즘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 마르크스주의 통일 노동자당(POUM) 의용군으로 참전해 115일 동안 스페인 아라곤 전방에서 복무했다. 이후 수많은 저서와 수필, 기사, 서평을 쓰고 BBC 방송국에서 대담 진행자, 뉴스 해설 집필자 등으로 일했다. 1947년 11월 폐결핵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1984년≫의 초고를 완성한다. 이즈음 헤어마이어스 병원에 입원해 폐결핵 양성으로 25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 ≪1984년≫은 1949년 세커앤드워버그에서 출간되었으며 1950년까지 10개 외국어로 번역 출간되는 등 열렬한 인기를 얻는다. 1950년 1월 25일 스위스의 요양원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으나, 나흘을 남겨 놓고 1월 21일 마흔일곱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만다.
옮긴이
박경서는 영남대학교 동 대학원에서 조지 오웰 문학을 전공해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남대학교와 부산 가톨릭대학교에서 영문학 강의를 했으며, 번역과 문학 연구에 매진했다. ≪코끼리를 쏘다≫(실천문학사, 2003), ≪1984년≫(열린책들, 2009), ≪동물 농장≫(열린책들, 2009), ≪버마 시절≫(열린책들, 2010), ≪영국식 살인의 쇠퇴≫(은행나무, 2014) 등 오웰의 소설 및 수필집을 번역했으며, ≪조지 오웰≫(살림, 2005)을 저술했다. 그 외 다수의 번역서와 논문이 있다.
차례
엽란을 날려라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돈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것, 그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모호하게나마 그는 일종의 돈 없는 은둔자가 되기를 고대했다. 돈을 정말로 경멸하더라도, 하늘의 새처럼 어떻게든 살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하늘의 새는 방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걸 망각했다. 다락방에서 굶주리는 시인, 그것이 그 자신에 대한 미래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