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예네츠인은 현재 예니세이 강 하류에 살고 있는 민족이며 부분적으로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 타이미르 민족지구의 아밤 지역에 살고 있다. 201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 227명이 생존해 있는, 사라질 위기에 있는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순록을 사육했으며 사냥과 어업에 종사했다.
예네츠 설화의 특징 중 하나는 화자가 실제 사건을 체험한 것처럼 서술하며 과거형을 쓰지 않고 현재형으로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설화는 기록된 것이 아니다. 화자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전되는 것이 설화다. 그러므로 화자는 마치 사건을 본 것처럼 때론 주인공으로 변해서 일인칭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야기에 긴장감과 사실감을 부여한다. 그럴 경우 청자는 화자의 현장감과 사실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며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 책에는 예네츠인들이 어떻게 해서 순록을 사육하게 되었는지 그 기원에 관한 이야기, 어리석은 식인괴물 시히오의 이야기, 예네츠인의 수호자인 신의 발생에 대한 이야기 등 이들의 설화 11편이 실려 있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박미령은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그림책’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공동으로 번역·출간한 ≪러시아 여성의 눈≫, ≪러시아 추리 작가 10인 단편선≫이 있다. 논문으로는 <지배 이데올로기와 영웅서사시 브일리나>, <Comparative Analysis of Korean Folktale The wonderful Serpent Bridegroom and Russian The Feather of Finist the Falcon of the Type Cupid and Psyche>, <소비에트 제국 이데올로기의 토착화를 위한 아동문학의 역할: 20ᐨ30년대 그림책과 포토몽타주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차례
세 샤먼
일곱 아가씨
타이멘
노인
노파의 아들
별의 신화
디아
바루치의 모험
시오시쿠
두 형제
솔데이 카하
해설
옮긴이에 대해서
책속으로
바루치가 순록들에게 말했다.
“왜 너희는 강을 건너가니? 왜 신발을 적시지?”
바루치는 칼을 잡고 살아 있는 순록 열 마리에게서 모든 가죽을 벗겼다. 순록들에게 말했다.
“이제 강을 맨발로 걸어가, 신발이 젖지 않을 거야.”
저녁에 형이 돌아왔다. 바루치가 말했다.
“형의 순록들은 왜 그렇게 바보 같이 아무것도 모르죠?”
형이 말했다.
“순록들이 뭘 이해 못 한다는 거야? 순록은 먹이기만 하면 돼.”
“아무것도 몰라요. 순록들이 강을 건너는데 부츠를 적시는 거예요.”
형이 말했다.
“어떤 부츠? 순록들은 부츠를 신지 않아.”
“발에 신고 있던데, 그들이 신은 건 뭐예요?”
“그들은 부츠를 신지 않아, 가죽이야.”
“그들의 부츠를 모두 제가 벗겼어요. 강을 건너는데 부츠가 젖지 않도록.”
“너, 바루치, 왜 순록들을 그렇게 만든 거야? 순록들이 죽었을 거야. 왜 가죽을 벗긴 거지?”
바루치가 말했다.
“전 그게 부츠라고 생각했어요. 부츠가 젖을까 봐 안타까웠어요. 가죽인지 몰랐어요.”
가죽이 벗겨진 순록은 모두 죽었다.
−67∼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