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King Oedipus)≫을 완역한 것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서구 문명과 정신사의 원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끊임없이 연구되고, 재창조된 작품이다. 어머니와 아들의 애착,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은 프로이트의‘오이디푸스콤플렉스’이론에 의해 설명된 바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오이디푸스의 갈망은 흔히 인간의 실존적 조건으로 해석된다. 동서양의 예술 장르를 막론하고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오이디푸스 왕의 테마는 인류 전체의 자산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기존에 계명대학교 출판부에서 출판되었던 역자의 번역을 다시금 검토하고, 새로운 주석을 덧붙인 것이다.
작품은 일반적인 그리스 비극들이 그렇듯이 서막, 등장가, 4개의 삽화, 종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들의 저주로 인해 테베에 역병이 돌고, 이를 해결해 달라는 백성들 앞에 오이디푸스 왕이 등장하면서 작품은 시작한다. 오이디푸스 왕은 백성들에게 반드시 재앙을 물리치겠다고 공포하고, 신탁은 테베의 저주를 풀기위해서는 라이오스 왕을 죽인 추방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뒤이어 오이디푸스가 라이오스를 죽였다고 하는 테이레시아스의 증언으로 비극의 징조가 나타나고 갈등이 고조된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파멸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진실에 대한 그의 갈망은 강력했던 것이다. 진실에 대한 갈증은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오이디푸스는 비로소 진실을 보는 마음의 눈을 뜨고,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오이디푸스 왕은 운명과 맞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조건을 그리고 있다. 그 싸움은 결코 순탄치 않고 끝내는 인간의 패배로 돌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과 숭고라는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역사가 존속하는 한 계속 읽히고, 인간들에게 지혜와 위로를 안겨줄 작품이다.
200자평
지금껏 끊임없이 읽히고, 재창조되는 ≪오이디푸스 왕≫은 서구 문명의 원형이라고 불릴 만하며, 아들과 아버지의 대립, 친부살해, 정체성의 탐구는 인류 역사를 설명하는 하나의 모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미덕은 오늘날의 독자가 읽기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탄탄한 구성에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비극의 전범으로 삼은 것도 그러한 까닭에서다.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과 그 숭고함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지은이
소포클레스는 ≪시학≫의 저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어느 작가보다도 높이 평가했던 그리스 극작가다. ≪시학≫의 비극론은 바로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토대로 해 집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테는 소포클레스를 다음과 같이 칭찬하고 있다. “소포클레스 이후 그 어떤 사람도 내게 더 호감이 가는 사람은 없다. 그는 순수하고 고귀하고 위대하며 쾌활하다. 현존하는 소포클레스의 작품이 몇 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몇 편의 작품일지라도 이 작품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게 느껴진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원전 496년 그리스 아테네 근교에 자리 잡은 콜로노스에서 태어난 소포클레스는 아테네가 문화적으로 가장 성숙했던 시기에 배우인 동시에 극작가로 활동했다. 수려한 용모와 배우로서 손색이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처음에는 배우로서 명성을 날렸다. 기원전 468년, 28세에 첫 작품을 발표했고 이는 경연대회에서 일등상을 받았다. 이후 123편의 작품을 썼고 24회나 일등상을 받았다. 정치가로서도 탁월한 식견을 지녔던 소포클레스는 기원 전 445년, 델로스(Delos) 동맹이 결성되었을 때, 아테네 동맹국의 재정을 통괄하는 재정관에 선출되었다. 또한 기원전 443년에 페리클레스와 더불어 10명의 지휘관 직에 선출되었으며, 기원전 440년에는 사모스(Samos) 섬 원정에 출전할 장군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평생을 아테네에 살면서 그가 보여준 애국심과 진지한 인품은 시민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일생동안123편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다음 7편뿐이다.<아이아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 <필록테테스>, <엘렉트라>, <트라키스의 여인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그것이다.
옮긴이
김종환은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2005, 공저), ≪셰익스피어와 타자≫(2006),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2009)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 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인종 담론과 성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2013)와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2012)이 있다. 번역서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포함한 12권과 그리스 비극 작품 11권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막
제1삽화
제2삽화
제3삽화
제4삽화
종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코러스 : 테베의 시민 여러분!
여기 이 가련한 인간을 보시오.
이 사람이 그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었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했던
위대한 오이디푸스 왕이시오.
자, 여길 보십시오.
불행한 운명의 만조(滿潮)
이분의 머리를 휩쓸고 지나갔소.
살아 있는 모든 자
항상 임종의 날을 생각하라!
삶의 마지막 경계를 지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