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주 무왕(周 武王)이 은 주왕(殷 紂王)을 정벌하는 ‘무왕벌주(武王伐紂)’의 역사적 사실에 작자의 상상과 환상을 마음껏 발휘하여 장편의 장회소설로 창작해 낸 것이다.
당시 민간에는 ‘무왕벌주’에 관한 전설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것이 이 작품의 뼈대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 직접적인 연원은 송원대(宋元代)에 나온 ≪무왕벌주평화(武王伐紂平話)≫다. ≪무왕벌주평화≫는 당시 주로 역사적인 사실에 흥미로운 고사를 가미하여 청중들에게 들려주던 전문적인 이야기꾼[說話人]의 저본 가운데 하나로서 분량은 ≪봉신연의≫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봉신연의≫ 내용의 기본 골격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 허중림은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100회의 장편소설로 확대 개편했다.
이 책은 중국 신마소설의 걸작이다. 수백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이 출몰하면서 각자 색다른 무기를 휘두르며 하늘과 땅에서 기상천외한 전투를 벌인다. 그 신기한 상상의 날개가 광활한 하늘을 끝없이 비상하고 그 기괴한 환상의 수레가 드넓은 대지를 종횡으로 치달음을 느낄 수 있다.
무기 명칭만 보더라도 건곤권(乾坤圈)·혼천릉(混天綾)·타신편(打神鞭)·정해주(定海珠)·개천주(開天珠)·음양경(陰陽鏡)·번천인(番天印)·풍화륜(風化輪)·초요기(招妖旗)·육혼기(戮魂旗)·칠보묘수(七寶妙樹)·구룡신화조(九龍神火罩)·곤선승(綑仙繩) 등등 다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무기들의 가공할 법력(法力)은 차치하더라도 그 조어 능력에서 작자의 상상력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요즈음의 무협소설에도 많은 무기가 등장하지만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나타의 연화화신술(蓮花化身術)과 토행손의 지행술(地行術), 양전의 변신술 등을 통해 문학적인 상상력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으며, 만선진(萬仙陣)·주선진(誅仙陣)·황하진(黃河陣) 등에서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전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봉신연의≫는 문학성과 사상성에 있어서는 다소 손색이 있다 하더라도 환상적인 상상력과 오락성에 있어서는 중국의 어떤 소설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청(淸)나라 양장거(梁章鋸)는 “≪서유기(西遊記)≫·≪수호전(水滸傳)≫과 정립하여 셋이 되고자 했다(意欲與≪西遊記≫·≪水滸傳≫鼎立而三)”라고 했다.
일찍이 우리나라에도 전래되어 유행했다. 신마소설 가운데 ≪서유기(西遊記)≫ 다음으로 많은 중국 판본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다. 그 전래 시기는 약 17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한자문화권에서 널리 읽히고 있으며, 만화나 게임으로 제작되어 청소년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심지어 주요 등장인물이 그려진 카드놀이도 성행하고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봉신연의≫는 홍콩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발행한 ≪봉신연의(封神演義)≫상·하(1960)를 번역 저본으로 사용했다.
200자평
중국 신마소설(神魔小說)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이다. 수백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이 출몰하면서 각자 색다른 무기를 휘두르며 하늘과 땅에서 기상천외한 전투를 벌인다. 그 신기한 상상의 날개가 광활한 하늘을 끝없이 비상하고 그 기괴한 환상의 수레가 드넓은 대지를 종횡으로 치닫는다. 모두 100회에 달하는 분량인데 이 책에선 문학예술성이 잘 드러나 있다고 여겨지는 일곱 회목을 실었다.
지은이
허중림(許仲琳, 1566년 전후)은 호가 종산일수(鍾山逸叟)며 명(明)나라 응천부[應天府,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남경(南京)] 사람이다. 그 밖의 행적은 미상이다.
옮긴이
김장환(金長煥)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2004∼2005), 같은 대학교 페어뱅크 센터(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객원교수(2011∼2012)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 ≪중국 문학의 흐름≫, ≪중국 문학의 향기≫, ≪중국 문학의 향연≫, ≪중국 문언 단편 소설선≫, ≪유의경(劉義慶)과 세설신어(世說新語)≫, ≪위진세어 집석 연구(魏晉世語輯釋硏究)≫, ≪동아시아 이야기 보고의 탄생−태평광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중국 연극사≫, ≪중국 유서 개설(中國類書槪說)≫, ≪중국 역대 필기(中國歷代筆記)≫, ≪세상의 참신한 이야기−세설신어≫(전 3권),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전 4권), ≪세설신어 성휘운분(世說新語姓彙韻分)≫(전 3권), ≪태평광기(太平廣記)≫(전 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 8권), ≪봉신연의(封神演義)≫(전 9권), ≪당척언(唐摭言)≫(전 2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고사전(高士傳)≫, ≪어림(語林)≫, ≪곽자(郭子)≫, ≪속설(俗說)≫, ≪담수(談藪)≫, ≪소설(小說)≫, ≪계안록(啓顔錄)≫, ≪신선전(神仙傳)≫, ≪옥호빙(玉壺氷)≫, ≪열이전(列異傳)≫, ≪제해기(齊諧記)·속제해기(續齊諧記)≫, ≪선험기(宣驗記)≫, ≪술이기(述異記)≫, ≪소림(笑林)·투기(妬記)≫, ≪고금주(古今注)≫, ≪중화고금주(中華古今注)≫, ≪원혼지(寃魂志)≫, ≪이원(異苑)≫, ≪원화기(原化記)≫, ≪위진세어(魏晉世語)≫, ≪조야첨재(朝野僉載)≫(전 2권),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 ≪소씨문견록(邵氏聞見錄)≫(전 2권)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에 관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이 있다.
차례
전체 줄거리
제1회 은주왕이 여와궁에서 헌향하다
제14회 나타가 연꽃의 화신으로 현현하다
제45회 연등도인이 십절진 격파를 논의하다
제50회 세 낭랑이 계책을 세워 황하진을 설치하다
제78회 삼교가 모여서 주선진을 격파하다
제82회 삼교가 만선진에 크게 모이다
제100회 무왕이 열국의 제후를 봉하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은주왕은 근심스러워 기분 좋게 즐길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때 달기와 호희미가 전을 나와 어가를 영접하여 예를 갖추며 앉았다.
달기가 말했다.
“오늘 성상의 용안이 즐겁지 않으시니 어인 일이십니까?”
“그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오. 지금 강상이 군대를 이끌고 관새를 침범하여 이미 세 관을 장악했소. 그러니 내 마음이 불편하오. 더구나 사방에서 병란이 일어나 짐의 마음이 불안하고, 종묘사직에 대한 걱정으로 이렇게 근심이 가득한 것이오.”
그러자 달기가 교태롭게 웃으면서 아뢰었다.
“폐하께서는 아랫것들의 속셈을 알지 못하고 계십니다. 그들은 모두 변방의 무장들로 서로 이익을 독차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주의 60만 병사가 우리 관문을 침탈했다고 날조하고 대신들을 뇌물로 매수하여 폐하께 거짓으로 아뢰게 했습니다. 그리함으로써 돈과 식량을 지원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관새를 지키는 장수와 관리들은 헛되이 지출을 낭비하고 조정의 돈과 식량을 헛되이 축내고 있습니다. 진실로 사리사욕만을 채우기에 급급할 뿐입니다. 그러니 관새를 침범한 군대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안이나 밖이나 모두 폐하를 속이고 있으니 참으로 한스럽습니다.”
어리석어 이미 혜안을 잃어버린 은주왕은 달기의 말을 듣고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깊이 믿었다. 그리하여 달기에게 물었다.
“그런데 만약 관새를 지키는 관리가 또다시 이러한 상주문을 보낸다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윤허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상주문을 전하는 재본관(齎本官) 하나를 참수시켜 이후를 경계하소서.”
은주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어지를 내렸다.
“재본관의 목을 잘라 조가에 효수하라!”
기자는 이를 알고 급히 내정으로 들어가 은주왕을 뵈었다.
“황상께서는 어이하여 사명(使命)을 죽이려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