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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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만드는지식 원서발췌는 세계 모든 고전을 출간하는 고전 명가 지식을만드는지식만의 프리미엄 고전 읽기입니다. 축약, 해설, 리라이팅이 아닌 원전의 핵심 내용을 문장 그대로 가져와 작품의 오리지낼리티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해당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작품의 정수를 가려 뽑아내고 풍부한 해설과 주석으로 내용 파악을 돕습니다. 어렵고 부담스러웠던 고전을 정확한 번역, 적절한 윤문, 콤팩트한 분량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발췌에서 완역, 더 나아가 원전으로 향하는 점진적 독서의 길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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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상징하는 계층과 시대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 포르투나타와 하신타라는 두 여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포르투나타는 서민 계층을, 그리고 하신타는 부르주아 계층을 상징한다. 1868년 스페인은 온건 부르주아 혁명을 통해 이사벨 2세를 폐위하고 입헌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 혁명의 한계는 주도세력을 밀어줄 수 있는 광범위한 지지 기반이 없었던 위로부터의 혁명이었다는 점이다. 갈도스는 이 1868년의 혁명에 대한 환멸을 이 소설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르투나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후아니토는 혁명의 주도 세력이었던 온건 부르주아 계층을 상징하는데, 이 혁명의 튼튼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포르투나타로 대표되는 서민 혹은 민중 계층과 함께하지 못하고 결별했기 때문에 이 혁명은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공간과 인물에 대한 자세하고 세밀한 묘사
사실주의 소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세밀한 묘사가 곧 이 책의 특징이다. 등장인물이 살고 있는 집이 광장에서 보면 4층이었지만 광장의 외곽 길에서 보면 7층이라거나, 그 건물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높고 그 높이에 오르기 위해서는 12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만 한다는 등 계단의 개수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은 소설을 더욱 재밌게 하는 요소다. 이러한 묘사는 단순히 공간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와 대화, 행동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포르투나타를 처음 만나는 순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날계란을 보는 후아니토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마치 우리가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모두 네 편으로 구성된 방대한 줄거리
원저 ≪포르투나타와 하신타≫는 모두 네 편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소설이다. 주인공 포르투나타는 후아니토를 만났다가 버림받고 다른 남자 막시밀리아노 루빈과 결혼했다가, 다시 후아니토와 밀회를 즐긴다. 결국 후아니토에게 버림받은 포르투나타는 아이를 남긴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책은 포르투나타와 후아니토의 애정 관계를 주축으로 펼쳐지는 방대한 줄거리 중에 옮긴이가 가장 핵심적이라고 판단한 1편과 2편의 일부를 발췌·번역했다. 전체 소설의 줄거리는 실패한 혁명에 대한 작가의 환멸에 기초하고 있지만 옮긴이의 판단에 따라 사실주의 소설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발췌했다.
200자평
19세기 스페인의 대표적 사실주의 소설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포르투나타와 하신타라는 두 여성과 각기 다른 계층의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이야기를 더할 수 없이 섬세하게 묘사한 이 책은 성공하지 못한 온건 부르주아 혁명에 대한 환멸을 상징적으로 그린다. 더불어 19세기 스페인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는 더욱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모두 4편으로 구성된 방대한 원서를 독자의 편의를 위해 핵심 부분만 10% 발췌 번역했다.
지은이
베니토 페레스 갈도스(Benito Pé́rez Galdó́s, 1843∼1920)는 우리나라 원양어선 기지가 있었던 라스팔마스 섬이 속해 있는 카나리아 제도 출신이다. 갈도스는 지금은 사라진 스페인의 1000페세타 지폐의 인물로 등장할 정도로 ≪돈키호테≫ 저자인 세르반테스 다음가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소설가다. 그러나 사상적 편향성(좌익)으로 인해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세기 스페인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이 소설가는 1843년 스페인 본토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의 카나리아 제도에서 대령 출신의 아버지와 괄괄한 성격의 어머니 사이에서 열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프랑스와의 독립 전쟁에 직접 참전했던 아버지의 전쟁담이 어린 갈도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186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의 지역 잡지에 문예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이후 갈도스의 부모는 법학 공부를 위해 아들을 마드리드로 보낸다.
1862년 9월 마드리드에 도착한 갈도스는 대학에 입학하지만 전공보다 문학 쪽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너무나 소심한 성격 탓에 말수가 적었고 대중 앞에서 잘 말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어 ≪돈키호테≫의 중요한 부분을 줄줄 외웠으며 오래전에 본 장면도 정확하게 기억했다고 한다. 이러한 관찰력 덕분에 어쩌면 19세기 스페인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소설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갈도스는 1867년 파리 특파원으로 첫 외국 여행을 하면서 파리 만국박람회를 취재했고, 이 시기를 통해 많은 외국의 고전을 스페인어로 번역하기도 하면서 법학에는 관심을 잃게 된다.
1870년 그가 파리 특파원으로 지낼 때 집필했던 첫 소설인 ≪황금의 샘(La Fontana de Oro)≫을 고모의 경제적 도움으로 출판한다. 당시에는 작품을 출판하려면 신문이나 잡지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자신의 돈으로 출판해야 했다.
갈도스의 역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것으로 1873년부터 1907년까지 다섯 번의 시리즈로 나눠 출판한 역사대하소설인 ≪국민 일화집(Episodios nacionales)≫이다. 이 작품은 모두 46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넬슨 제독이 지휘하는 영국의 함대와 스페인·프랑스 연합 함대 사이의 대결이었던 트라팔가르 해전부터 시작해 부르봉 왕조의 왕정복고 시기로 끝을 맺고 있다.
이 역사대하소설의 첫 시리즈(1873∼1875)는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을 다루고 있으며 한 평범한 소년이 용감한 장교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 시리즈(1875∼1879)는 1833년 페르난도 7세가 죽을 때까지 자유주의파와 왕당파의 투쟁을 다루고 있으며 약 20년 뒤 세 번째 시리즈(1898∼1900)를 출판하는데 제1차 카를로스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네 번째 시리즈(1902∼1907)는 1848년부터 1868년 이사벨 여왕의 퇴위 시기를, 마지막 미완성 시리즈는 1874년 알폰소 12세의 왕정복고 시기까지 다루고 있다.
한편 그는 당시의 대표적인 문인들이나 정치적인 거물과 활발한 교제를 하게 되는데, 1885년에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에 몸담기도 했으며, 1889년에는 스페인 한림원의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평생 독신으로 지냈던 갈도스의 여자관계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당시 스페인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소설가였고 열정적인 페미니스트였던 에밀리아 파르도 바산(Emilia Pardo Bazan)과의 염문이 화젯거리로 남아 있는 정도다.
그는 생애 후반부에 소설보다 극작품에 심취해 모두 22편의 희곡을 쓰기도 했다. 특히 이 시기에는 그의 작품에서 유럽 정신주의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경제 관념이 결여된 성격 탓에 항상 온갖 빚에 시달리기도 했다. 말년에는 눈까지 멀게 된, 19세기를 대표하는 이 위대한 스페인 소설가는 1920년 1월 4일 마드리드의 자택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그의 장례식에는 2만 명의 마드리드 시민들이 운구 행렬에 참가했다고 한다.
옮긴이
박효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대학교(La 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 어문학부에서 스페인 근현대 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부산대학교 교양교육원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검은 기억의 어둠≫에 나타난 저항과 혼종성>, <타자의 시선 : 스페인 문학에 투영된 적도기니>, <한국에서의 스페인 문학 번역 현황>, <적도기니의 독재와 도나토 응동고의 탈식민주의적 글쓰기>, <삐오 바로하의 회화적 딜레탕티즘>, <식민 전쟁과 서발턴>, <주변에서 중심으로 : 소수민족 문학으로서 바스크 문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 ≪강요된 대답≫, ≪삼각 모자≫를 출판했고 저서로는 ≪스페인 문학의 이해≫, ≪초급 스페인어 I≫, ≪중급 스페인어≫, ≪지중해의 근대화와 여성≫(공저) 등이 있다.
차례
제1편
2장 산타 크루스 집안과 아르나이스 집안. 마드리드의 상권에 대한 간략한 역사
3장 에스투피냐
5장 신혼여행
제2편
2장 구원자의 열망과 역경
3장 도냐 루페 데 로스 파소스
7장 결혼과 밀월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갑자기 그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예쁘고 키 큰 젊은 여인이었다. 후아니토처럼 호기심에 이끌려 도대체 이 시간에 그 악마에 홀린 계단을 오르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웅크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 처녀는 머리에 밝은 청색 수건을 매고 있었고 어깨에는 숄을 걸치고 있었다. 후아니토를 보자마자 숄을 부풀렸다. 말하자면 양팔을 활처럼 휘게 하면서 어깨를 치켜드는 몸짓으로 마드리드의 서민 처녀들이 숄을 입고 환대하는 태도인데 그 몸짓은 암탉이 깃털을 한껏 부풀렸다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모습과 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