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왜 초판본 2부인가?
이 책은 1, 2부로 구성된 투간바라놉스키의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 중 2부를 번역했다. 원서의 1부는 영국의 경제사, 특별히 19세기에 영국에서 발생한 공황을 다방면으로 살펴본다. 2부에서는 1부를 통해 살펴본 공황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삼아 공황이라는 현상을 이론화하고자 시도한다. 이 책은 투간의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에 대한 이후의 논의 및 논쟁이 대부분 그의 재생산표식에 집중되었다는 점, 그리고 투간 본인 또한 공황을 연구함에 각 공황의 특수한 원인보다는 모든 공황이 갖는 유사성에 더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해당 내용이 등장하는 2부만 번역했다. 이후 1부 내용 중 본문의 이해에 도움이 되거나 필수적이라고 보이는 경우 옮긴이 주에 해당 부분을 번역해 설명했다.
2부 1장에서 투간은 자본주의적 생산체제에서 일반적 과잉생산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 경제학자들(세, 리카도, 밀)과 일반적 과잉생산의 가능성을 인정한 경제학자들(맬서스, 차머스, 시스몽디 및 모펏)의 의견을 요약하고 이들의 논의를 대비한다. 투간은 원칙적으로 전자의 시장이론, 즉 사회의 생산력이 생산의 한계를 규정짓는 것이지 소비가 생산의 제약이 아니라는 주장을 지지한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이 엄밀한 수치 예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마르크스의 재생산표식을 원용하여 자본의 유통 과정을 더 엄밀하게 검토한다. 이어지는 2부 2장에서는 전통적인 공황론을 크게 세 가지(각각 생산 측면, 유통 측면 및 소비와 분배 측면을 강조하는) 조류로 나누고 이들 이론의 장·단점을 논의한다. 2장에서는 이외에도 공황을 해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다룬다.
원전은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초판본이고 3판에 수록된 표식에 대한 설명을 부록으로 실었다. 초판본에는 네 개의 재생산표식이 실려 있었지만, 러시아어 2판, 독일어판 및 러시아어 3판, 프랑스어판에서는 세 번째와 네 번째 표식이 삭제되고 두 개의 재생산표식만 소개되는데, 이 책에서는 초판본 이후에 삭제되는 표식 3과 표식 4를 볼 수 있다. 초판본의 형태는 조금 더 형태가 번잡하고 수치예도 복잡하지만 표식의 중간에 있는 세 부문(생산재 부문, 임금재 부문 및 사치재 부문)의 재생산표식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양쪽에 있는 셈이기에, 표식을 이해할 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불비례 공황이론
흔히 투간바라놉스키의 공황이론을 불비례 공황이론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특수한 가정 아래에서 자본의 축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문 간에 정확하고 적합한 비례성이 지켜져야 함을 주장하는 데서 기인한다. 거꾸로 말해 이 합당한 비율 또는 비례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각 부문에서 수급의 불일치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경제위기 또는 공황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투간은 자본주의가 자유로운 경쟁에 토대를 두고 있고, 더 나아가 사회적 생산의 비조직성(또는 무규율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정확한 비례성이 언제나 유지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에서는 주기적으로 공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생산이란 궁극적으로 소비를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 입각하여 공황을 설명하려는 과소소비론의 로자 룩셈부르크나 폴 스위지로부터 매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마르크스주의 내부에서 공황에 관한 수많은 논쟁을 촉발했다. 한편 루돌프 힐퍼딩과 같이 투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을 불비례론에 입각하여 정리 및 발전시키려는 흐름도 나타나,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은 공황에 관한 논의에서 현재에도 유의미하다.
∙ 부록으로 투간바라놉스키의 논문 <자본과 시장− S. 불가코프의 저작 《자본주의 생산 아래에서의 시장》과 관련하여>를 완역해 싣고,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러시아어판 3판 2부 4장을 발췌 번역해 실었다. 3판에는 투간바라놉스키가 1905년 작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기초》에서 사용 후 추가한 또 하나의 표식이 실려 있다.
200자평
투간바라놉스키의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 초판본에서 공황에 관한 이론을 논의한 2부를 번역했다. 투간의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에 대한 이후의 논의 및 논쟁이 대부분 2부의 이론에 등장하는 재생산표식에 집중되었고, 투간 본인 또한 각 공황의 특수한 원인보다는 모든 공황이 갖는 유사성에 더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부록으로 3판의 표식에 대한 설명과 투간바라놉스키의 논문 <자본과 시장− S. 불가코프의 저작 《자본주의 생산 아래에서의 시장》과 관련하여>를 실었다.
지은이
미하일 이바노비치 투간바라놉스키(Михаил Иванович Туган-Барановский)는 1865년 1월 8일, 당시 러시아 제국, 현재 우크라이나 하르키우(Харьков) 근교에서 태어나 1919년 1월 21일 오데사(Одеса)에서 생을 마감한 정치가 겸 경제학자다. 1884년 하르키우 대학에 입학하여 물리와 수학을 전공하여 1888년 학위를 받았으나, 이후 같은 대학 법경제학부에서 관련 학위를 취득하였다.
투간은 1892년 봄과 여름을 영국 런던에서 보내며 연구에 매진했고, 이때의 성과를 집약하여 1894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판한 것이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Промышленные кризисы в современной Англии, их причины и влияние на народную жизнь)》 초판본이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모스크바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1895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강사로 일한다. 1898년에 집필한 《러시아 공장의 과거와 현재: 역사 및 경제연구(Русская фабрика в прошлом и настоящем: Историко-экономическое исследование)》를 통해 모스크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17년 여름, 투간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으며 중앙 라다 정부(이후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에서 짧은 기간 동안 재무장관을 역임했으며, 1919년 1월 21일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일원으로 베르사유 평화 회담장으로 가던 중, 오데사 부근을 달리던 기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옮긴이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포스트 케인지언(Post-Keynesian) 성장이론에 대한 실증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제노동기구 연구부서에서 소득불평등과 경제성장 간의 관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약 6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거쳤고, 2019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정치경제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 최근에는 피에로 스라파의 생산가격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불비례 공황이론을 실증하는 박사학위논문을 작성 중이며,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으로는 〈표권주의에 입각한 스라파 체계의 화폐적 해석〉과 〈주권화폐, 정부 부채, 장기국채 이자율 간의 관계〉가 있다.
차례
초판 서문
머리말
시장이론
공황론 − 기존 이론에 대한 비판
부록 1. 자본과 시장− S. 불가코프의 저작 《자본주의 생산 아래에서의 시장》과 관련하여
부록 2. 《현대 영국의 산업공황》 러시아어 3판 제2부의 구성 및 2부 4장 발췌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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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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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공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본의 증가, 자본의 축적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생산 확장과 공업 시설에 대한 자본 투자는 축적된 자본이 극복해야 하는 끊임없는 저항에 직면한다. 크고 작은 잉여 자본, 자유로운 자본이 형성되고 이는 시장에서 투자처를 찾아 헤매지만 앞서 말한 생산 확대의 곤란함에 의해 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한다. 조금씩 자유로운 자본은 쌓여 간다. 투자되지 않은 자본은 소유자에게 어떠한 소득도 낳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잉여 자본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유자가 그것을 투자할 기회를 더 집요하게 찾아 나설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한편 산업은 새로운 자본의 수용을 거부하고, 다른 한편으로 자본은 끝없이 성장하는 힘을 통해 이[저항]를 압박한다. 결국 자유 자본이 충분히 쌓이고 그 결과, 산업의 저항은 극복되어 자유 자본은 산업 속으로 파고 들어가 투자처를 찾는다. 산업의 활황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205~206쪽
위대한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위대한 체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경제적·이데올로기적 관계들을 기초로 하여 유기적으로 성장한다. 마르크스의 독창성은 다른 사람에게서 그가 차용한 모든 것들을, 그의 고유한 체계의 관점으로 재구축하여 우연한 부산물이 아닌 유기적인 구성 부분으로 도입한 점에 있다. 자본의 재생산 분석에 관한 마르크스의 기본적인 사상은 상품의 전반적인 과잉생산의 불가능성에 관한 고전학파의 교의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나 리카도나 밀은 (세와 같은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이 교의를 자본주의의 전체 상품유통의 총체에 관한 분석과 연관시킬 능력은 없었다. 마르크스가 이를 해낸 것인데 … 여기에 그의 위대한 업적이 놓여 있다.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