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시가 아픔이고 슬픔일 수밖에 없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시가 노래이고 종교이기를 바라는 나해철 시인의 육필시집.
표제시 <위로>를 비롯한 46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나해철
1956/ 전남 나주 영산포 출생
광주일고 졸업
1982/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전남의대졸업
현재/ 나해철 성형외과 원장
5월시 동인
시집 ≪무등에 올라≫, ≪동해 일기≫, ≪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 ≪아름다운 손≫, ≪긴 사랑≫, ≪꽃길 삼만 리≫
등 출간
차례
자서
위로
봄 기다림
방 밖
꽃의 약속
꽃 앞에서
젖는 꽃
미안하오
밤하늘
밤 그리움
초봄 눈
어떤 이별
가을 나뭇잎
도시에서
추억
비
넥타이
달
내 마음의 첼로
잊고 살기로 하면야
내 마음 쪽배
별
가을 끝
실없이 가을을
봄날과 시
죽란시사첩 머리말
호박
검은 꽃
5월 새
너의 병 나의 병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가을밤
손
고추잠자리
무등산
내 아들의 6·25 반공 포스터
누이에게
나는 별 속을 걸었네
동해 일기 1
가을 바다
곤충의 잠
감
아우에게 편지
까마귀
한데를 바라보며
포도가 익을 무렵
영산포 1
나해철은
시인 연보
책속으로
위로
마음까지 얼어서 시린 사람들에게
광막한 우주가 주는 위로
봄
살아서 살아서
올해도 위로를 받다
자서(自序)
손 글씨를 오랜만에 써 봅니다. 그것도 이렇게 많은 시의 원고를 한 번에 마음먹고 쓰는 것은 처음 겪는 일입니다.
시를 손으로 흰 종이 위에 쓰면서, 제 스스로 제 글씨를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제 살아온 시간들, 제 마음속 깊은 곳, 특히 제 성격이 거기 있었습니다.
늘 쫓기듯 살아왔고, 바빴고, 몸으로 하는 일에 게을렀고, 대부분의 일을 귀찮아했고, 정리정돈에 힘쓰지 않았고,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핑계로 정작 소중한 일들을 함부로 해 버렸던 제가 제 글씨 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를 손 글씨로 쓰는 내내 속으로 울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삶에는 이런 슬픔이 되도록이면 줄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합니다. 좀 천천히 살고, 좀 정리를 하고, 좀 곁의 작은 일에도 더 많이 마음을 주고….
시들은 제가 근간에 발표했던 6권의 시집에서 최근의 것부터 짧은 시들을 골라 썼습니다.
시 한 편 한 편을 더 정성 들여 또박또박 썼으면 좋으련만, 지금 현재의 제 모습이 그대로 비쳐 보이도록 그냥 깨끗하게만 썼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사랑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