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물원의 원숭이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혹은 개나 고양이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웃는다는 것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사실 우리는 간혹 웃기는 하지만 웃는다는 것의 정의를 내리려고 하면 금방 밑천이 거덜 난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소와 환한 웃음, 파안대소는 무엇이 다른가? 다윈은 구조와 기능이라는 생리학으로 돌아간다. 보편적으로 웃을 때 인간이 동원하는 안면의 근육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런 근육의 운동은 원숭이에게도 발견되는가? 다윈은 이런 질문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이런 근육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우리 감정의 움직임에서 시작되는 신경계의 움직임, 즉 의식적으로 조절되는 부분들과 그렇지 않은 반사적인 행동들 모두를 포괄해야 할 것이다. 가령 생전 거북이를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동물원의 원숭이가, 뱀에 대해 보이는 것과 같은 공포의 반응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다윈은 저변에 흐르는 일반적인 법칙을 발견하고 그 법칙에 의거해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법칙은 세 가지로 요약되어 책의 전반부에 수록되어 있다. 습관의 원리, 상반 감정의 원리 그리고 신경에너지의 분산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한 가지다. 인간의 표정도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표정은 그 시작이 어떤 생명체의 유지와 번식 과정에서 진화적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을 통과한 형질이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어 ‘두려움’의 감정을 잃어버린 쥐는 그들의 기생충을 고양이의 뱃속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또 인간이 하나의 호모 사피엔스 종이라면 전 세계에 포진한 모든 다양한 종족에서 동일한 표정이 동일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 표현은 유전자에 어떤 형태로든 각인되어 후대로 전해져야 한다. 즉, 어떤 감정 표현은 학습이 필요 없는 과정이어야 한다. 다윈은 아이들과 맹인 혹은 정신병자의 감정 표현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최대한 활용했다. 또 각처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로 설문지를 보내고 그것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이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수십 년간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 결과물 덕분에 비로소 인간의 감정에 진화론적 잣대를 댈 수 있었다.
이 책은 1872년에 초판이 발행되었으며 펭귄판 서문에 나타나 있듯이 유럽 각국에서 앞다투어 번역을 했다. 그 후 100년도 더 지나서 중국,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번역되었다. 확실히 표정은 전염성이 있고 그런 만큼 기쁜 감정은 주변 사람들을 흐뭇하게 할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은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지 오래오래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200자평
인간과 동물은 감정을 공유한다? 감정에 진화론적 잣대를 대는 다윈의 고전. 사람의 몇몇 표정은 동물적이다. 두려움이 극심하면 머리털이 곤두서고, 분노하면 이를 드러낸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찰스 다윈은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은 과거 어느 시기에 동물 비슷한 상태를 거쳤으며, 인간의 표정도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수집한 자료와 동물 관찰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1872년 초판이 발간된 이 책은 ≪종의 기원≫에서 보여 주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간의 감정을 그 ‘기원’부터 파악하려 했던 다윈의 역작이다.
지은이
찰스 다윈은 앨프리드 월리스(1823~1913)와 함께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론의 공동 창시자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의대에 진학했지만 도중에 그만두었다. 나중에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졸업했지만 신학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따로 지질학과 생물학을 배웠다. 그 후 5년에 걸친 비글호 탐사에서 많은 양의 표본을 수집하면서 ≪종의 기원≫을 집필하기 위한 토대를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다윈은 기록하는 인간형이기도 했다. 따개비에서 지렁이 그리고 조류, 고등 포유류에 이르는 방대한 각종 자료를 노트에 모았는데 그 권수가 무수히 많다. 자연선택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맬서스의 ≪인구론≫과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생물의 진화론을 내세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큼이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지배적이었던 창조설, 즉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신의 뜻에 의해 창조되고 지배된다는 신 중심 학설을 뒤집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생물학의 혁신을 이끌었다. 그 후 그는 종의 기원에서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던 인간의 문제로 돌아와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1871),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1872)을 완간했다. 지렁이, 산호초, 난초, 따개비를 연구한 실험생물학자이기도 했다.
옮긴이
김홍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이다. 국립보건원 박사후 연구원과 인하대 의과대학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피츠버그 의과 대학, 하버드 의과 대학에서 연구했다. 천연물 화학, 헴 생물학, 바이오 활성가스 생물학, 자기 소화, 면역학과 관련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으며, 국제 저널에 6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 분야와 관심 분야는 기초 생물학과 진화생물학, 진화의학이다. ≪산소와 그 경쟁자들(지식을만드는지식, 2013)≫의 저자이며 ≪제2의 뇌(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지식을만드는지식, 2014)≫을 우리말로 옮겼다.
차례
머리말
1장 표정의 일반 원리
2장 표정의 일반 원리: 계속
3장 표정의 일반 원리: 결론
4장 동물의 표정
5장 동물이 짓는 특별한 표정들
6장 인간 특유의 표정: 고통과 울음
7장 의기소침, 근심, 슬픔, 낙담, 절망
8장 즐거움, 환희, 사랑, 부드러운 감정, 헌신
9장 고민, 심사숙고, 언짢음, 토라짐, 굳은 결심
10장 증오와 분노
11장 경멸, 모욕, 혐오, 죄책감, 자부심, 무력함, 인내, 긍정과 부정
12장 놀라움, 경악, 두려움, 공포
13장 자기 주시 또는 자각, 부끄러움, 수줍음, 겸손: 안면 홍조
14장 결론 및 요약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유사한 종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몇 표정들, 예를 들어 사람이나 원숭이가 웃을 때 동일한 안면 근육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들과 우리 인간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기해 나왔다고 가정할 때만 비로소 의미를 띤다. 모든 동물의 구조와 습성이 점진적으로 진화했다는 관점을 취하면 표정에 관한 주제가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